[사설]중동 전쟁 확전, 고유가·국채 급등 충격에 대비를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병사가 10일(현지시간) 수도 사나에서 모형 미사일을 어깨에 매고 걸어가고 있다. 사나|EPA연합뉴스
친미국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전면전을 방불케하는 무력 충돌을 벌이면서 중동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홍해로 확산되고 있다. 미·이란 전쟁으로 사실상 봉쇄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우회로인 홍해 역시 원유 수송에 차질이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예멘 내전의 휴전 종료를 선언한 후티는 사우디 국영기업인 아람코의 정유·전력 시설을 집중 타격하는 등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후티는 10일(현지시간) 북부 연안 도시인 모카를 점령했고, 이 곳에서 80㎞가량 떨어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사우디 등 걸프 산유국들은 전쟁 발발 이후 원유 수출 물량을 홍해 쪽으로 우회시켜 왔으나 후티가 홍해 남쪽 출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제하면 아라비아반도 동서쪽 모두 에너지 수송이 막히는 초유의 상황이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를,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10%를 차지하는 핵심 길목이다.
중동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국제유가도 치솟고 있다. 이날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2.48달러에, 11월물 브렌트유는 107.63달러에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8거래일, 5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이자,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유가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미·이란 전쟁이 대통령 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을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것도 심상치 않다.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아라비아반도 두 해협의 불안도 장기화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주요 금리 지표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날 장중 4.97%까지 올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겨냥한 ‘돈풀기 공약’을 내놓으며 미국 국채 매도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유가와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의지에 대한 채권시장 불신이 맞물리며 채권시장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60%가 넘는다. 중동에서 ‘2개의 전쟁’이 지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정부는 비축유 상황을 점검하고 비중동산 에너지 수급 다변화에 더욱 속도를 높이는 등 공급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주요국 국채 불안 역시 국내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키우게 된다. 정부는 고유가·고금리의 복합 충격이 민생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글로벌 채권 금리 발작으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에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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