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로 박박 씻어도 안 빠지는 양파·마늘 냄새…뜻밖의 해결법은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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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를 썰고 마늘을 다진 뒤 손을 몇 번이나 씻었는데도 손끝에서 특유의 냄새가 사라지지 않을 때가 있다. 비누로 손바닥을 문질러도 손톱 주변이나 손가락 사이에서 냄새가 다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유독 양파와 마늘 냄새가 오래 남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양파와 마늘의 독특한 향을 만드는 것은 주로 황을 포함한 휘발성 화합물이다. 식재료의 세포가 칼에 의해 손상되면 원래 세포 안에 분리돼 있던 물질과 효소가 만나 여러 황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일본 사립 종합대학인 일본대학 생물자원과학부 화학·생명과학과 연구진 유스케 야마구치·히토미 구마가이는 2020년 국제학술지 ‘실험 및 치료의학’에 마늘의 냄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리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마늘 조직이 잘리거나 으깨지면 황화합물 전구체인 알리인이 효소 알리나아제의 작용을 받아 알릴설펜산으로 바뀌고, 이것이 알리신을 거쳐 디알릴디설파이드 등 여러 휘발성 황화합물로 이어진다. 이들 물질이 마늘 특유의 강한 냄새를 만드는 원인이 된다.
양파에서도 조직이 손상될 때 여러 휘발성 황화합물이 만들어진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공학부와 식품과학부 연구진은 2012년 센서 과학 분야 국제학술지(Sensors)에 갓 자른 양파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물질을 실시간으로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양파를 자른 뒤 120분 동안 양파 주변의 공기 중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양성자전이반응 질량분석법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절단 직후에는 눈물 유발 물질인 프로판티알-S-옥사이드가 주로 나타났고, 이후 프로판티올과 디프로필디설파이드 등이 두드러졌다. 특히 프로판티올은 냄새활성값이 디프로필디설파이드보다 약 20배 높아 양파 특유의 냄새에 크게 영향을 주는 물질로 분석됐다.
그런데 이 성분들이 손에 묻으면 문제가 생긴다. 손에 남은 식재료의 기름 성분과 피부 표면에 붙은 냄새 물질을 물로만 씻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비누를 사용하면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지만, 손톱 주변이나 피부의 굴곡처럼 세정이 잘 안 되는 곳에는 냄새 성분이 남을 수 있다.
그렇다면 비누로 씻어도 남는 양파·마늘 냄새는 어떻게 없앨까. 가장 간단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 ‘스테인리스 문지르기’다. 양파나 마늘을 손질한 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신 상태에서 스테인리스 숟가락이나 싱크대, 수도꼭지 등에 손끝과 손가락을 가볍게 문지른다. 손톱 주변과 손가락 사이까지 문지른 뒤 다시 물로 헹구면 된다.
스테인리스가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주방 속설만은 아니다. 미국 시애틀퍼시픽대학교 연구진은 2008년 마늘의 냄새 성분과 스테인리스 표면의 관계를 조사했다. 으깬 마늘을 스테인리스와 접촉시킨 결과 마늘 냄새를 내는 황화합물 가운데 하나인 디알릴디설파이드의 검출량이 크게 감소했고, 새로운 화합물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스테인리스 표면에서 냄새 물질에 화학적 변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 실험은 사람의 손이 아니라 으깬 마늘과 스테인리스의 접촉을 분석한 것이며, 학부 연구 발표 자료라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 냄새가 줄어드는지 비교한 사례는 있다. 미국 소비자 전문 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지나 5월 마늘 냄새가 밴 손을 대상으로 일반 손비누, 레몬, 스테인리스 비누 등을 비교했다. 자체 시험에서는 스테인리스 제품이 냄새를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다만 동료평가를 거친 과학적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래도 손에 남은 양파나 마늘 냄새를 빨리 없애고 싶다면 먼저 비누로 손 전체를 꼼꼼하게 씻고, 흐르는 물 아래에서 스테인리스 숟가락이나 싱크대 등에 손을 20초 안팎 부드럽게 문질러본다. 이후 다시 헹군다. 특히 손톱 주변과 손가락 사이처럼 냄새가 남기 쉬운 부위를 신경 써서 씻는 것이 좋다.
레몬즙이나 식초, 베이킹소다 등을 피부에 직접 문지르는 방법도 알려져 있지만, 냄새를 없애겠다고 피부를 자극할 정도로 강하게 문지를 필요는 없다. 스테인리스 역시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비누 세정 후에도 남은 양파·마늘 냄새를 줄이기 위해 주방에서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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