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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7, 2026

컨테이너, 도로 대신 철도로 달리면…비용·환경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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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휴게소에서 본 부산방향 경부고속도로의 모습. 대형 화물차들이 연이어 빠르게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 김경태
안성휴게소에서 본 부산방향 경부고속도로의 모습. 대형 화물차들이 연이어 빠르게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 김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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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위기 시대, 이동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도로와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에서 철도와 공공교통 중심으로 사람과 화물의 이동을 전환하는 ‘모달 시프트’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겨레교육’이 함께 ‘지구를위한이동전환(모달시프트) 기록단’을 만들어, 전국의 교통망 구석구석을 찾아가는 공동 기획물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6회에 걸쳐 전국의 철도 도로 현장 탐구를 통해 화물과 여객, 지역과 도시, 철도 노동과 안전의 현실을 살펴보고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교통체계와 철도의 역할을 모색한다.

지난 10일, 부산 방향으로 빠르게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하얀색 화물차가 안성휴게소에 들렀다. 여유로운 승용차 주차장과 달리 화물 주차장은 이미 성인 남자가 족히 스무 걸음을 걸어야 하는 길이의 대형 화물차로 가득 차 있다. 결국 자리를 못 잡은 화물차는 승용차 주차장 두 칸을 차지한 뒤 시동을 멈췄다.

화물 운전기사들은 휴게소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거나 운전석에 앉아 유튜브를 시청한다. 18년째 화물 운전기사로 일한 김아무개(58)씨의 선택은 편의점 캔커피였다. 그는 추석이 다가올수록 도로가 막힌다며 “계약한 물량을 제때 운반하기 위해 최근 운행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수록 체력 때문에 지금처럼 틈이 날 때마다 커피를 마신다”고 덧붙였다.

항만에 내린 컨테이너를 수도권 물류창고까지 운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도로와 철도. 트럭에 실으면 목적지까지 곧장 보낼 수 있다. 철도는 다르다. 화물역까지 이동한 뒤 열차에 싣고, 도착역에서 다시 트럭으로 옮기는 번거로운 과정이 추가된다. 우리나라 물류가 도로를 주로 선택해 온 이유 중 하나는 이 차이에 있다. 그러나 운임표에는 이 편리함을 유지하는 비용이 모두 담겨 있지 않다. 도로 정체와 피로 누적으로 인한 사고 위험,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의 부담은 소리 없이 화물 트럭 노동자와 우리 사회에 청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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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10톤 중 9톤 이상은 도로로…보이지 않는 대가

우리나라 화물 운송은 도로에 쏠려있다.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의 ‘2024 국가교통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총 화물 수송량 18억8863만2천톤(t) 중 도로가 17억5166만7천톤으로 92.75%를 차지하고 있다. 철도는 2125만7천톤으로 1.13%였다.

지난 10일 오후 부산방향 안성휴게소 모습. 듬성듬성한 승용차 주차장과 비교하면 화물차 전용 주차칸이 모두 가득 차 있다. 사진 김경태
지난 10일 오후 부산방향 안성휴게소 모습. 듬성듬성한 승용차 주차장과 비교하면 화물차 전용 주차칸이 모두 가득 차 있다. 사진 김경태

그렇다면 도로 중심 화물의 부담은 누가 지고 있을까. 우선 김씨와 같은 운전기사다. 화물운송시장 동향을 보면 컨테이너 화물차 운전자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2014년 14.4시간에서 2024년 11시간으로 3.4시간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48.4살에서 57.3살로 약 9살 증가했다. 여전히 운전자의 일평균 근로시간은 10시간이 넘지만, 운전자의 나이는 60살을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다. 나이를 드는 건 사람뿐만이 아니다. 15년 이상 노후 화물차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75만대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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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담은 도로의 안전으로 이어진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20~2024년 고속국도에서 화물차가 원인이 된 사고는 6182건이었다. 승용차 사고는 이보다 더 많은 1만5150건을 기록했지만, 핵심은 사고 빈도보다 사고의 치명성이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로 환산하면 화물차가 7.1명으로 승용차의 2.5명보다 약 2.8배 많다.

지난 11일 밤 경부고속도로 김천휴게소 모습.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대형 화물차가 많이 들어서 있다. 노령 운전자의 장기간 노동이 밤낮없이 이뤄지는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진 김경태
지난 11일 밤 경부고속도로 김천휴게소 모습.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대형 화물차가 많이 들어서 있다. 노령 운전자의 장기간 노동이 밤낮없이 이뤄지는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진 김경태

화물차의 비중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다른 지표는 ‘환경’이다.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따르면 2023년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9782만6천톤 가운데 도로교통은 9441만4천톤으로 96.5%를 차지했다. 대기오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2022년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나온 미세먼지(PM10) 325만3224㎏ 가운데 화물차 배출량은 239만6887㎏으로 73.6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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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 바꿔도 남는 문제…‘엔진’ 아닌 ‘탈 것’ 바꿔야

정부도 도로에 치중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환경에 초점을 맞춰 자동차의 동력원을 바꾸고 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나라별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지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약속이다.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수송부문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60.2~62.8%다. 주요 수단으로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내연기관차 연비 개선, 대중교통 활성화를 제시했다.

전기차 전환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동력원 교체만으로는 도로 중심 물류의 다른 비용을 해결할 수 없다. 같은 크기의 트럭이 같은 물량을 싣고 같은 거리를 달린다면, 경유 대신 전기를 쓰더라도 필요한 도로 공간과 장거리 운전 시간은 그대로다. 교통혼잡과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별도의 정책과 예산이 필요하다.

지난 2023년 11월 화물트럭의 사고 현장. 대전통영고속도로 서상아이시(IC) 인근에서 화물트럭끼리 추돌사고로 화재가 발생하여 서울방향 고속도로를 차단하고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3년 11월 화물트럭의 사고 현장. 대전통영고속도로 서상아이시(IC) 인근에서 화물트럭끼리 추돌사고로 화재가 발생하여 서울방향 고속도로를 차단하고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환경 차량을 보급하는 정책과 함께 이동수단 자체를 전환하는 ‘모달시프트’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모달시프트란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는 교통수단을 전환하는 일이다. 승용차로 하던 이동을 대중교통으로, 트럭이 운반하던 화물을 철도와 선박으로 옮기는 식이다.

철도는 이 가운데 운송수단을 바꾸는 역할을 맡는다. 한꺼번에 많은 화물을 운반하는 철도는 에너지 효율과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유럽환경청도 철도의 높은 에너지 효율과 낮은 배출량을 수송부문의 환경 부담을 줄일 기회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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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보조금만 주면 끝?…넘어야 할 현실의 벽

하지만 우리나라 철도화물 수송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4년 철도화물 수송량은 1973만3931톤이었다. 2010년 3921만7천톤과 비교하면 49.68% 줄었다. 이는 2023년 수송량인 2125만6906톤보다도 적은 수치다. 승객은 역에서 내려 걸어갈 수 있지만, 화물은 목적지까지 계속 다른 운송수단에 실려 이동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양 끝단의 ‘셔틀’ 운송비는 주요 걸림돌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2022년 전환교통 지원사업을 설명하며 제시한 자료에서는 수출입 컨테이너의 철도 운송비가 상하차와 환적(옮겨싣기) 비용 때문에 도로만 이용한 운송비보다 10~20% 높았다.

김천 부근 경부선을 지나는 화물열차 모습. 화물열차가 운반하는 화물은 주로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전체의 70~80%를 차지한다. 사진 김경태
김천 부근 경부선을 지나는 화물열차 모습. 화물열차가 운반하는 화물은 주로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전체의 70~80%를 차지한다. 사진 김경태

정부의 해법은 보조금이었다. 철도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보조금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정부는 2022년 도로화물을 철도로 옮기는 사업의 지원예산을 전년 28억원에서 41억원으로 늘렸다. 이어 2023년 발표한 제2차 철도물류산업 육성계획은 화물의 운송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송력을 높이는 장대화물열차와 상하차·셔틀운송을 결합한 통합운송, 복합물류시설 확대 등을 담았다. 올해 연간 철도 수송량 목표는 5천만톤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2024년 실적은 1973만톤으로 목표량의 39.5%에 머물렀다. 보조금과 철도물류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실적은 목표와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 우리 철도화물의 현주소다.

교통·환경·물류의 일본 철도…“정부 의지 가장 중요”

물류 전문가인 민연주 박사는 “아주 큰 변화가 없으면 원래 하던 ‘습성’을 바꾸기가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이자 스마트물류연구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 박사가 말한 ‘습성’은 기존 거래망과 자산을 바탕으로 굳어진 기업의 운송방식을 말한다. 물류기업에는 이미 거래하는 운송사업자와 익숙한 운영방식이 있다. 철도로 옮기려면 화물 집결부터 열차 운송, 도착 후 배송까지 연결망을 다시 짜야 하는 수고로움이 뒤따른다.

민 박사는 변화하는 물류수요에서 철도에 맞는 품목을 찾고, 해당 품목의 운송을 효율화 ·현대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단순히 보조금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주역에 정차한 화물열차를 관리자가 직접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 김경태
영주역에 정차한 화물열차를 관리자가 직접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 김경태

우리와 비교적 규모가 비슷한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 정부는 철도를 교통·환경·물류라는 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그 결과 국토교통성과 경제산업성은 ‘그린물류 파트너십’ 제도를 통해 화주와 운송업체가 함께 추진하는 배출 감축 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함은 물론, 공동배송과 운송수단 전환에 필요한 비용·장비를 지원하는 정책도 2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물류망 유지라는 과제가 더해졌다. 일본 정부는 운전인력 부족과 노동시간 규제 등에 대응하지 않으면 2030년 필요한 수송능력의 약 34%가 부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2023년에는 철도 컨테이너와 연안해운 수송량을 향후 약 10년 동안 두 배로 늘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운송수단 전환이, 운전자의 노동 부담을 덜고 물건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으로 확대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 박사는 무엇보다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모달시프트 정책에 대해 “정부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연구와 타당성 검토와 정부 고위 차원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장기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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