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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16, 2026

대입 원서와 눈치작전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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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2월11일, 한양대 특차 전형 원서 접수 마감일. 접수창구 앞에 접수 현황을 실시간 중계하는 초대형 점보트론이 설치됐다. 당시 현장을 소개한 한겨레 기사는 “수험생들은 오전 내내 원서를 든 채 창구 앞을 맴도는가 하면 상담 창구만 기웃거리는 등 극심한 눈치작전을 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성균관대에서는 한 학생이 원서를 엘리베이터 틈에 빠뜨려 이를 꺼내느라 운행이 중단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처럼 마감일 대입 원서 접수창구는 ‘눈치작전’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언론사들의 단골 취재 현장이 됐다.

인터넷 원서 접수 시스템이 등장하며 이런 풍경도 사라졌다. 1999년 한 벤처기업가가 최초로 인터넷 대입 원서 접수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는 인터넷 접수로 지원자와 대학의 비용을 줄이고 편의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학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을 담아 유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00학년도 첫해에만 39개 대학의 원서 접수를 대행했다.

이후 여러 업체가 대입 원서 접수 시스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하나둘 철수했다. 수험생 수는 갈수록 줄어들어 수익성은 떨어지는데, 시스템 운영에는 높은 안정성과 보안이 요구되다 보니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09년부터는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 두곳이 시장을 굳건히 양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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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도 공공 접수 시스템 구축을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2005년 이비에스(EBS)를 통해 150억여원을 투입한 시스템을 만들었으나 안정성 문제로 접었다. 2013년에는 공통원서접수시스템 구축을 추진했으나 ‘중소기업 죽이기’라며 반발한 두 대행업체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무산됐다.

최근 유웨이어플라이에서 수시 원서 접수 마감 10분 전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매뉴얼대로 마감을 1시간 연장하고, 접수를 완료하지 못한 학생들을 구제하겠다고 나섰으나 논란이 일었다. 일부 대학의 최종 경쟁률이 연장 시간에 노출되면서, 미리 접수한 학생과 연장 시간에 접수한 학생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막판까지 실시간 경쟁률을 살피며 지원을 주저한 ‘눈치파’ 때문에 일찌감치 접수한 ‘소신파’가 역차별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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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듣기평가 시간엔 항공기 이착륙도 멈출 만큼 대입은 공적 관심사다. 과정에 조금의 의혹도 남아선 안 되는 이유다. 대입 앞에선 모두가 절실하고, 눈치작전을 없앨 수도 없다. 원서 접수 시스템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자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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