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취직도 어렵다”…청년, 취업 준비에 월평균 58만원 지출
지난 7월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에 공무원 시험 관련 광고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공기업 취직을 준비하는 이모씨(27)는 “최근 두 달 동안 취업 준비에 160만원 정도를 썼다”고 말했다. 한 달에 80만원가량을 사용한 셈인데, 스터디카페 이용료와 시험 응시료, 교재·면접 비용에 지난달부터 시작한 자격증 학원 수강료와 생성형 인공지능(AI) 구독료까지 더해졌다. 이씨는 “돈을 아끼려 공공도서관도 가봤는데, 도서관이 쉬는 날이 많아 다시 스터디카페에 갔다”며 “지금은 돈 없이 취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 항목을 한정하기보다 교재, 시험 응시료, 공간 이용료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일 만 19~34세 사이의 구직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구직 청년 취업 준비 비용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구직 청년의 69.3%가 취업 준비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부담 정도가 ‘보통’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3.4%,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7.3%였다.
구직 청년들의 최근 3개월간 월평균 취업 준비 비용은 약 58만원으로 집계됐다. 취직 목표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구직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비용은 커졌다. 목표 기업별로는 대기업이 70만원으로 중견기업(63만원)과 중소기업(59만원)을 웃돌았다. 연령별로는 만 30~34세가 6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25~29세 58만원, 19~24세 56만원 순이었다. 전공별로는 교육·의약·보건이 74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예체능(69만원), 자연·공학(55만원), 인문·사회(52만원) 순이었다.
취업 준비 기간도 준비 비용에 영향을 미쳤다. 준비 기간이 6개월 이상~1년6개월 미만인 구직자의 월평균 비용은 50만원대였지만, 1년6개월 이상~2년 미만은 67만원, 2년 이상~3년 미만은 65만원으로 늘었다. 준비 기간이 3년 이상인 ‘장수생’들은 월평균 취업 준비 비용이 80만원에 달했다.
구직 청년들은 지출 비중이 가장 큰 항목으로 ‘자격증·어학시험 응시료’(30.7%)를 꼽았다. 이어 교육비(22.6%), 교재·학습자료 구매비(16.1%), 교통비(12.4%), 스터디카페 등 공간 이용료(7.3%)가 뒤이었다. 시험 응시료나 교육비를 가장 큰 지출 항목으로 꼽은 응답이 절반을 넘은 셈이다.
이들은 취업 준비 비용과 일상생활에 부모 등 가족에게 의존하는 비중이 컸다. 구직 청년 중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70.8%로 나타난 반면, 독립생활 비율은 29.2%에 그쳐 전체 청년(만 19~34세)의 독립생활 비율(45.6%)을 크게 밑돌았다. 취업 준비 비용 마련 방법으로도 부모·가족의 지원을 32.8%로 가장 많이 꼽았고, 아르바이트 등 소득(29.5%), 본인 저축(27.3%)이 뒤를 이었다.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은 7.9%였다.
이들은 취업 준비 비용에 대한 부담 완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 지원 분야로 시험 응시료 지원(25.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주거비 지원(16.7%), 취업 준비 전반에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 지급(16.1%), 교통비(11.4%), 식비(8.4%), 면접비·면접 준비 지원(7.5%), 공간 이용료(7.0%), 취업 컨설팅·교육 지원(7.0%), 기타(0.2%)를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청년들의 취업난이 지속하는 가운데 상당수 구직 청년들은 취업 준비 과정에서 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저소득층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어학·자격증 시험 응시료, 교육 수강료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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