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심사위원 되면 오천씩 받으니”…‘로비 천지’ 공공건축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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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심사위원 되면 5000씩 받으니…로비가 짱이죠”
건축설계 업계에서 6년가량 일한 ㄱ씨는 최근 600여명이 참여한 업계 익명 대화방에서 황당한 대화를 목격했다. 자신을 11년 차 실무자라고 밝힌 ㄴ씨가 “외국 석사하고 대학교 교수해서 공모전 심사위원 되는 게 이쪽(건축설계)에서 가장 좋은 루트”라며 공공건축 설계 공모의 로비 관행을 당연시했기 때문이다. ㄱ씨가 “학생들도 보고 있는데 로비를 권장하는 거냐”고 지적하자, ㄴ씨는 “이미 로비 천지인데 상품권 안 받아봤냐” “제 주변엔 다 로비하던데”라며 오히려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18일 ‘공공건축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국토교통부 건축행정시스템(EAIS)에 공개된 2020∼2025년 설계공모 4463건을 분석한 결과, 특정 심사위원과 업체가 4번 이상 같은 공모전에 참여해 해당 업체가 3번 넘게 당선된 조합이 282쌍에 달했다. 특정 심사위원이 참여한 공모에서 특정 업체가 반복적으로 당선되고 소수 업체가 대다수 사업을 독식하면서, 공공건축 설계 공모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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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은 공공기관이 설계비 추정 가격 1억원을 초과하는 건축물이나 시설 설계를 발주할 때 공모 방식을 우선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법 시행령은 발주 기관이 공모를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해 참가자의 이름, 소속 등이 드러나지 않게 하는 등 익명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소수 업체가 공모에 당선되면서 설계비를 독식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공모 당선 이력이 있는 1517개 업체 가운데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설계비(약 3조3275억원)의 37.4%(1조2455억원)을, 상위 30개 업체가 59%(1조9625억원)를 가져갔다. 특히 상위 10개 업체의 당선 건수 비중은 13.1%에 불과했으나 수주 금액 비중은 37.4%에 달해, 사업비 규모가 큰 사업이 이들 업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응모 부담이 큰 설계 공모에서 한 업체가 6개월 안에 3건 이상 당선된 사례도 452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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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과의 유착이 의심되는 사례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한 국립대 건축학부 교수가 심사에 참여한 78건 중 ㅇ건축사사무소가 응모한 공모는 17건이었는데, 이 중 16건에서 ㅇ업체가 당선됐다. 또 다른 국립대 교수가 참여한 공모 71건에서도 ㅇ업체가 14건 응모해 10건을 따냈다. 시민행동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누구에게 표를 던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아 반복 당선만으로 부정행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 의심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유명무실한 제재 체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행동 관계자는 “심사위원을 사전에 접촉하거나 로비를 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적발돼 검찰에 송치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된 업체를 응모에서 탈락시키거나 심사위원을 심사에서 제외하는 데에 그칠 뿐 처벌로 이어진 사례가 거의 없다”며 “심사위원을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로 보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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