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관계폭력 신고 뒤에도 잇단 여성살해…경찰, ‘처벌불원’ ‘사안 경미’로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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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제주, 전북 전주에 이어 충남 공주에서도 스토킹과 교제폭력 신고를 한 5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의 친밀관계폭력 사건 처리 관행을 개선하고, 경찰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피해자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공주에서 실종 신고된 50대 여성 ㄱ씨가 신고 하루 만인 13일 새벽 아산의 한 국도변에 세워진 차량 조수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운전석에는 ㄱ씨가 두 차례 스토킹 및 교제폭력 신고를 했던 60대 남성 ㄴ씨가 음독한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지난 1월 ㄱ씨의 스토킹 신고에 대해 경찰은 사안이 경미하다고 보고 현장에서 종결했고, 6월 교제폭력 신고는 ㄱ씨가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을 불송치했다.
현재 교제폭력은 별도로 규율하는 법이 없어 법적 혼인 또는 사실혼 관계가 아닌 이상 형법상 폭행, 협박 혐의가 적용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사건이 종결된다. 반면 스토킹 범죄는 2023년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스토킹 지속·반복 우려 등이 있으면 경찰이 사건을 접수해야 한다. 이에 떠러 경찰은 지난해 8월 교제폭력의 ‘처벌불원 사각지대’ 등을 해소하기 위해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배포하고 “피해자의 의사만으로 현장종결하지 않고 객관적인 현장 상황을 고려”하도록 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에 의존해 경찰이 사건을 종결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제주에서 벌어진 여성살해 사건도 피해자의 4차례 이어진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피해자가 사건접수를 원치 않는다’ ‘피해자가 진술을 거부한다’ 등의 이유로 현장종결되거나 ‘증거불충분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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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친밀관계폭력 신고에 대한 위험성 판단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장모 살해 사건의 경우, 가해자인 20대 남성 김아무개씨에게 피해자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는 가정폭력 임시조치가 내려졌지만, 경찰은 이 기간에 위험 징후가 없었다는 이유로 임시조치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 김씨의 범행은 경찰이 피해자가 거처를 옮긴 것을 확인해 새로 임시조치를 신청하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사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전북 전주 가정폭력 살해 사건은 경찰이 범행 추정 시간대에 피해자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고,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도 현장을 확인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관계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반복하는 것이 ‘위험신호’일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경찰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관계성 범죄 전문가들은 말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피해자가 사건 접수나 안전 조치를 거절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외부 개입이 알려지면 가해자가 바로 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위험 수준에 놓여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며 “폐회로텔레비전(CCTV) 및 차량 블랙박스 분석, 목격자나 주변인 탐문, 통신 기록 조회 등 피해자 진술 외에도 수사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고 사건의 위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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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피해자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계성범죄 중 하나로 분류되는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신고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배정돼 현장을 찾지만 가정폭력·스토킹·교제폭력은 지역사회 자원이 동반되지 않는다는 게 다르다. 피해자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는 모니터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자치경찰제나 여성청소년과 근무 경력이 있는 퇴직 경찰관을 활용해 대면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 정보를 지원기관에 연계할 수 있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사건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절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교수는 “현장에서 피해자가 사건 접수를 거절했더라도 다음 날 여성청소년과장 주재로 전날 112 신고들을 검토하는 전수합심 회의 절차가 마련돼 있다. 현장에서 놓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전수합심이 잘 진행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형식화되어 있기도 하다. 전수합심이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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