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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12, 2026

[반도 앨리스] “파병 거절해도 받아들여지는 시대” 희망한 노 전 대통령…23년 지나도 ‘파병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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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12월 8일 오전(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를 전격 방문, 환영하는 한 부대원과 뜨거운 포옹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12월 8일 오전(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를 전격 방문, 환영하는 한 부대원과 뜨거운 포옹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라크 파병은 옳지 않은 선택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 차근차근 변화를 이루어 나가면 언젠가는 옳지 않은 전쟁에 대한 파병 요청을 거절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2003년 3월 이라크전 파병 결정 당시의 고뇌를 이같이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옳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서 파병을 한 것”이라며 “때로는 뻔히 알면서도 오류의 기록을 역사에 남겨야 하는 대통령의 자리 참으로 어렵고 무거웠다”고 털어놓았다.

노 전 대통령은 ‘옳지 않은 파병 요청을 자연스럽게 거절할 수 있는 시대’를 희망했지만, 이라크 파병으로부터 23년이 지난 지금 한국 정부는 다시 한번 ‘파병 딜레마’ 앞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미·이란 전쟁으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할 것을 압박하고 있고, 정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노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당시 청와대와 정부에서 근무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경우 명분과 실익이 더욱 떨어진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들은 미·이란 전쟁 상황이 보다 나아질 때까지 시간을 벌거나 파병을 하더라도 미국과 연루되지 않는 방식을 고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라크 파병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11일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이라크 전쟁의 경우보다 명분이 떨어져서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라크 전쟁 파병의 경우 다국적군 형태였는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경우는 국제 협력 수준도 떨어지고 유엔 결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장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이 전체의 60%가량이 되는 만큼 한국의 국익이 크게 걸려 있는 측면이 있어 이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며 “파병이 불가피하다면 미국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으로 활동하거나 영국, 프랑스 등과 공동보조를 맞추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1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라크 파병 관련 통일외교 안보 관계장관회의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1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라크 파병 관련 통일외교 안보 관계장관회의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파병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으로 일한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이사는 “국민의 파병 반대 여론이 크다는 점을 내세워 미국 측의 양해를 구하며 시간을 끌어야 한다”며 “이란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9월 말 미·중 정상회담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국과 이란의 관계를 활용해 미·이란 전쟁 문제를 협상 카드로 삼을 수 있다”며 “추석 민심을 살피면서 시간을 벌고 미·중 정상회담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라크 파병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파병 목적을 “(자유 통항 등) 국제 공공재 제공과 한국의 경제 안보”로 특정하고, 파병 기한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이사장은 또 “한국도 안보 측면의 상응하는 약속을 요구하는 패키지 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파병 대가로 핵추진잠수함 확보, 원자력협정 개정 등 한·미 안보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파병을 통해 핵추진잠수함 확보, 원자력협정 개정 등 한·미 안보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사안은 미국의 법과 제도, 의회, 비확산정책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파병으로 열리는 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 전쟁(미·이란 전쟁)의 목표는 무엇이고 어떻게 끝낼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가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이 세 질문에 (미국의) 분명한 답이 없다면 군대를 보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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