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학생들이 정권 바꿨다…‘12년 집권’ 부치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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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의 장기 집권 지도자 알렉산다르 부치치 전 대통령이 총선에서 패했다. 기차역 붕괴 참사 이후 이어진 반정부 시위를 돌파하기 위해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학생 주도 정치세력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세르비아 공영방송 에르테에스(RTS)에 따르면 부치치는 25일(현지시각) 조기 총선 뒤 연설을 통해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학생명단(Student List)이 승리했다”고 총선 패배를 인정했다. 잠정 개표 결과 전체 250석 가운데 학생명단이 135~140석, 부치치가 이끄는 세르비아진보당(SNS)이 10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부치치의 패배 인정 직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수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자동차 경적과 금관악단 연주가 울려 퍼졌고, 학생들은 “승리했다”, “그는 끝났다”를 외쳤다. 학생명단을 대표해 연설한 베오그라드대 라도미르 사이치치 교수는 “오늘 밤 국민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며 “오늘은 승리를 축하하고 내일부터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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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를 이끌게 된 학생명단은 학생들이 직접 출마하는 대신 여러 분야 인사를 후보로 선정해 구성한 정치세력이다. 부패 척결과 사법 개혁, 교육 환경 개선 등을 공약했으며, 부치치 집권기에 불투명하게 체결된 대규모 인프라 계약도 재검토할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정치분석가들은 경찰과 보안기관, 정부 부처에서 부치치 쪽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부터 총리와 대통령으로 정치를 지배해 온 부치치를 무너뜨린 계기는 16명이 사망한 2024년 노비사드 기차역 차광막 붕괴 참사였다. 당시 보수 공사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콘크리트 지붕이 무너지자, 대학생들은 집권층의 부패와 무능을 지적하며 거리로 나섰다. 시위는 부치치 퇴진과 법치 회복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운동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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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년간 압박을 받은 부치치는 지난 9월 조기 선거를 발표했다.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치기 전에 사임하고 총리로 복귀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기록적인 투표 참여 속에 그의 계획은 수포가 됐다. 여론조사기관과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70%에 육박해 1992년 유고슬라비아 해체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치치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조기 총선을 통해 총리로 복귀하려 한 구상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을 본뜬 것”이라며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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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윤곽은 아직 불분명하다. 학생명단 후보 250명은 교수와 배우, 농민 등 대부분 정치 경험이 부족한 인사들이다. 뚜렷한 단일 지도자가 없고 총리 후보도 발표하지 않았다. 선거 당일 밤에도 누가 대표로 나설지를 결정하지 못해 승리 연설이 늦어졌다. 외교 역시 시험대다. 새 정부는 주요 투자국인 중국, 전통적 우방이자 천연가스 공급국인 러시아, 최대 교역 상대인 유럽연합(EU) 사이에서 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학생 진영은 대외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날 엑스(X)를 통해 학생명단의 승리를 축하하며 “유럽연합 안에서 세르비아의 미래를 진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대로 선거 결과가 확정되면 세르비아 의회는 사실상 학생명단과 세르비아진보당, 양대 진영으로 재편된다. 과거 강권 통치자였던 고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가 이끌었던 사회당은 18년 만에 처음으로 원외 정당으로 밀려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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