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담은 쿠키·라면·도시락… 천안에서 특별한 편의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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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청년 쁘잇(가명·28)은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피해자다.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청소년기에 겪은 폭력은 지금까지도 그가 방에서 나와 세상과 마주하길 주저하게 한다. 악몽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쁘잇은 할 수만 있다면 저마다의 마음속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망각을 선물하고 싶다고 한다.
쁘잇 같은 고립·은둔 청년의 솔직한 삶과 이야기를 전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충남 천안에서 열린다. 비영리단체 ‘창문밖모임’은 26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고립·은둔 청(소)년 인식개선 전시회 ‘틈새상점’을 천안시 동남구 문화동 충남콘텐츠코리아랩 1층 열린마루에서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다음달 9~10일엔 호서대 천안캠퍼스 종합정보관 앞에서도 같은 전시를 연다. 관람 비용은 무료다. 김우혁(24) 창문밖모임 대표는 “고립·은둔 청년은 ‘배가 불렀다’ ‘나약하다’는 기성세대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활동이 수도권뿐만 아니라 청년과 대학이 많은 천안에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틈새상점은 편의점을 콘셉트로 한 점이 특징이다. 고립·은둔 청년의 과거 실패와 아픔, 현재 생활과 미래 변화를 여러 상품 형태로 전시한다. 이들이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는 ‘마음 라면’, 방 안에서 정리하지 못한 복잡한 감정은 ‘마음 도시락’, 훗날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달려졌을 자신의 모습은 ‘택배’(입고시키고 싶은 모습)로 표현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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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청년의 목소리에 관람객이 몰입하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편의점을 떠올리게 됐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기획 의도에 대해 그는 “물건을 고르듯 고립·은둔 청년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일상적 요소로 전시를 구성했다”고 했다. 진짜 편의점이 아닌 만큼 전시품을 관람객이 살 수는 없다. 대신 관람객이 고립·은둔 청년에게 전할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적는 공간을 마련했다.
전시에 참여한 고립·은둔 청년은 모두 32명이다. 창문밖모임이 지난 5월 에스엔에스(SNS)에 모집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39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스스로 방 안에 가둔 고립·은둔 청년에게도 사회와 연결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은 욕구가 남아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창문밖모임은 고립·은둔 청년들의 특성에 맞춰 온라인 공간에서만 익명으로 소통하며 전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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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대, 단국대, 백석대 등 천안 지역 대학생들로 이뤄진 창문밖모임은 전공 수업과 실습으로 인식한 청년 세대의 고립·은둔을 직접 해결하고 싶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2월 천안시로부터 비영리단체로 승인받았고, 시의 ‘청년도전프로젝트’ 공모 사업으로 이번 전시 비용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청년들, 그렇기에 실패가 더 힘들었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 안을 피난처로 택한 청년들이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전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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