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유가·부동산까지···시험대 오른 이형일 경제팀
이형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6.9.15 박민규 선임기자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앞에는 민생물가와 국제유가, 부동산 세제 논란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거시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소매판매 부진과 청년층 고용 한파로 체감경기와의 간극은 여전하다. 여기에 기획예산처 분리로 예산 편성권이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정책 조정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숙제로 꼽힌다.
당장 첫 시험대는 추석을 앞둔 밥상물가다. 이 후보자는 지난 18일 서울 노원구 공릉 도깨비시장을 찾아 “장바구니 물가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세심히 살피고 정부 대책이 원활히 집행되도록 챙기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랐고, 생활물가지수도 3.2% 상승하며 3%대에 재진입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이달 말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1930억원의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을 투입 중이지만,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물가 관리 부담은 한층 커졌다.
특히 중동발 원유 공급 불안은 물가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미국·이란 간 무력 충돌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반영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송비와 생산비를 끌어올려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세제 개편안 수습도 발등의 불이다. 이 후보자는 재경부 1차관 시절 실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설계했지만, 세 부담이 급증한다는 반발에 기본공제 축소 방침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여당 일각에서 추가 보완 요구가 이어지는 만큼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반도체 착시’에 가려진 내수 부진과 청년 고용 절벽 해소도 시급한 현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지표 개선이 국민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물음에 적극 답하지 못했다”며 체감경기 개선을 강조했다. 실제 수출 증가율과 달리 소매판매액지수는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영업자 폐업이 급증하는 등 양극화가 뚜렷하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실업률은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도 과제다. 대통령 중심 국정 운영 동력이 강한 정권 임기 초반이면서 ‘경제통’ 김용범 정책실장의 존재 때문에 그간 재경부의 적극적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김 정책실장이 지난 1일 사퇴하면서 여건이 달라졌다. 그 자리를 ‘경제 성장’보다는 ‘과실 분배’에 중점을 두고 사회·복지 분야 인사로 채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실장 인사에 대해 “지금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회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중심을 살짝 이동해야 되지 않냐는 지적이 있다”며 “그 점에 대해서도 고심하며 적당한 인물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경제관계장관회의의 사전 심의·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주요 현안을 수시로 논의하는 경제현안간담회를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부처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을 사전에 조율해 공식 의사결정의 속도와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과거 기획재정부와 달리 재경부에 예산권이라는 강력한 조정 수단이 사라진 상황에서 산업·금융·세제·노동 등 여러 부처에 걸친 경제정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율할지가 이형일 경제팀의 리더십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20일 “새 경제팀은 반도체·인공지능(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동시에 그 성과가 국민의 삶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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