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 월세’에 70년 살던 집 쫓겨난 노인…스페인 조기 총선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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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살 고령 세입자의 강제퇴거 논란을 계기로 마련된 세입자 보호 대책이 의회에서 부결되자, 스페인 마드리드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주택난 해소와 임대료 규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소수 연립정부를 이끄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취약한 의회 기반이 드러나면서 조기 총선 압박까지 받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 보도를 보면, 3일(현지시각)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수만 명이 저렴한 주택 공급과 임대료 규제를 요구하며 행진했다. 스페인 정부 대표부는 참가자가 약 7만명이라고 추산했지만, 시위를 조직한 세입자연합은 5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마드리드 시위에 참여한 하비에르(31)는 아에프페에 “나는 작은 방 하나에 월급의 절반을 쓴다”며 “제대로 된 주거와 존엄이 지켜질 수 있는 삶의 조건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위에선 일부 극우 활동가들이 나치식 경례를 하며 도심 푸에르타 델 솔의 텐트 농성장에 접근하려다 경찰에 저지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3명을 체포했다. 팔마 데 마요르카, 산탄데르, 세고비아, 톨레도 등에서도 시위가 열렸고, 주최자 쪽은 전국 약 50개 도시에서 행동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남동부 도시 발렌시아에서는 일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고, 경찰이 시위 해산을 위해 고무탄과 최루가스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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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의 직접적인 계기는 마드리드에서 70년 넘게 살아온 마리카르멘 아바스칼(87)의 강제 퇴거 사건이다. 주거권 단체들에 따르면 아바스칼이 살던 아파트를 투자회사가 사들인 뒤 임대료를 275% 인상하려 했고, 법적 다툼 끝에 결국 그는 강제 퇴거당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주거비 급등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커졌으며, 푸에르타 델 솔에서는 일주일째 텐트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후 건물의 새 소유주는 아바스칼이 낮은 임대료로 집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합의했다.
산체스 정부는 반발을 누그러뜨리고자 취약 세입자의 강제퇴거를 제한하고, 임대차 계약 연장을 지원하며, 단기 임대와 부동산 투기를 규제하는 내용의 주거 긴급 법안 두 건을 의회에 제출했다. 한 법안은 취약계층 퇴거 제한과 임대차 계약 연장 등을 담았고, 다른 법안은 임차인이 원하면 주거용 임대차 계약을 자동 갱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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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산체스 정부가 의회 다수 확보를 위해 의존해온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 ‘카탈루냐와 함께’가 법안의 실효성과 주택 공급 위축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제1야당 국민당(PP)과 극우 복스(Vox)도 반대표를 던지면서 두 법안은 2일 하원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사회당과 범좌파·진보 정당연합 수마르로 구성된 소수 연립정부는 350석 중 152석에 불과해 주요 법안 처리 때마다 외부 정당의 협조가 필요한 처지다.
시위대는 표결 결과에 반발해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세입자연합의 발레리아 라쿠 대변인은 로이터에 노동조합과 협의한 뒤 총파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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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결은 2027년 총선을 앞두고 산체스 정부의 취약한 의회 기반을 다시 보여줬다. 스페인 공영방송(RTVE)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산체스 총리가 이르면 11월 조기 총선 실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리실은 관련 보도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나라가 더는 버틸 수 없다”며 조기 총선을 촉구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국민당이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보다 앞서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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