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셈법 복잡한 솔리다임…미·중 갈등에 하이닉스 주주가치 논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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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을 두고 미국·중국·한국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요구하며 중국 공장 장비 허가를 쥐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낸드 시장에서 빠르게 추격 중이다. 한국 정부에겐 중복상장 금지 원칙과 국내 투자 확충 필요성이 맞물린 가운데, 하이닉스의 솔리다임 미국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 다시 돈이 된 낸드 솔리다임이 주목받는 건 낸드가 다시 돈이 되면서다. 인공지능(AI)이 대규모 모델을 만드는 ‘학습’에서 사용자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추론’으로 옮겨갔고,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낸드 고정거래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55% 올랐고, 낸드 매출도 같은 기간 70% 늘었다. 솔리다임은 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세운 자회사로, 초고용량 eSSD를 주력으로 삼는다. 하이닉스가 인수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8조원 가량의 누적 순손실을 냈지만, 2024년 연간 기준 첫 흑자를 기록했다. 현재 솔리다임을 포함한 하이닉스의 낸드 점유율(매출 기준)은 19%로 삼성전자(28%)에 이어 2위다.
문제는 생산 기지다. 현재 솔리다임의 낸드 생산 기반은 중국 다롄에 있다. 램리서치 등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들여와야 생산시설을 운용할 수 있는데,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 로이터는 최근 하이닉스가 다롄 공장에 대한 장비 수출 허가와 미국 내 솔리다임 공장 건설을 연계해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다롄 공장에 올해 장비 반입을 허가했지만, 2027년 허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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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절차 진행 VS 시장의 중단 압박 급증하는 낸드 수요에 맞춰 투자를 빠르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장비반입 통제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투자 요구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솔리다임의 낸드 생산을 다롄 공장 하나에 맡기고 있는 하이닉스로서도, 미-중 반도체 갈등 리스크를 피할 방안으로 공장 신설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 투자 재원으로는 상장이 거론된다. 다만 하이닉스 관계자는 “솔리다임 상장도, 미국 공장 신설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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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솔리다임 상장은 중복상장에 따른 기존 주주가치 훼손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솔리다임이 상장하면 ‘에스케이㈜→스퀘어→하이닉스→에이아이(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상장사가 하나 더 늘어난다. 지난 8월 도입된 국내 중복상장 규제로도 직접적인 제동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모회사인 하이닉스에 주주 영향 평가,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이사회 찬반 결의 등 5대 의무가 새로 부과되지만 모두 절차적 의무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절차만 밟으면 상장을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때문에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시장의 압박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이닉스는 해당 절차를 이행할 때마다 공시해야 하는데, 그 내용이 부실하거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커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 에스케이가 상장을 접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솔리다임의 기술인가” 변수 솔리다임의 미국 공장 건설을 둘러싼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이전 여부도 변수다. 산업기술보호법 등에 따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을 국외에 이전하거나 관련 투자를 진행할 때는 법령에 따른 심사·승인이 필요할 수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솔리다임의 기술인지 하이닉스의 기술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국내 간 투자 자원 배분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주주 보호 원칙과 국내 투자 확대, 기업의 자금 조달 필요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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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추격은 계속되고 있다. 양쯔메모리(YMTC)는 올해 2분기 낸드 점유율을 14%까지 끌어올렸다. 양쯔메모리의 올해부터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용 SSD 출하량이 여덟배 가량 늘어날 것이란 시장 전망도 나온다. 중국 최대 디(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도 베이징 신공장에 연구개발 및 생산 라인을 구축하며 낸드 시장을 넘보고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남일 namfic@hani.co.kr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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