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무 먹다가 입맛 뚝? 무 속 ‘검은 실’ 발견···철사 같은 이물질인가요?
치킨 무 관련 이미지.
치킨을 먹다가 새콤한 치킨무 하나를 집었다. 그런데 한입 베어 문 무 속에 검은색 실 같은 것이 길게 박혀 있다. 벌레가 들어간 건가, 곰팡이가 핀 건가. 혹시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간 것은 아닐까 싶어 먹던 것을 내려놓게 된다.
그런데 무를 잘랐을 때 보이는 이 ‘검은 실’이 반드시 이물질이나 곰팡이는 아니다. 무 자체에서 생기는 생리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농촌진흥청 농사로에는 실제로 “무를 사서 깍두기를 담아서 먹다 보니 안에 꼭 실이나 철사가 박힌 것처럼 뻣뻣하게 심지가 있는 무가 있다”는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무 내부에 실이나 철사처럼 흑갈색 줄무늬가 생기는 현상을 ‘흑변현상’, ‘흑심증’, ‘적심증’ 등으로 설명했다. 붕소 부족과 생육 중 고온, 품종 특성 등이 영향을 미치며 특히 봄·여름 재배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무 속이 검게 변하는 것일까. 무는 땅속에서 자라는 동안 여러 환경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중 하나가 붕소 부족이다. 붕소는 식물의 세포벽 형성과 조직의 정상적인 발달에 관여하는 미량 영양소다. 무가 자라는 후반기에 붕소가 부족하면 내부 조직이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고, 심한 경우 내부가 비는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고온 역시 이 같은 내부 변색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본 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인됐다. 도쿄대학교 연구진은 2019년 ‘식물생리학 및 생화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무의 ‘내부 갈변’ 정도가 뿌리 조직의 붕소 농도와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내부 갈변이 심할수록 해당 조직의 붕소 농도가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2022년에는 같은 대학 연구진이 아예 붕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무를 재배하는 실험을 했다. 빛과 온도, 영양 조건을 통제한 상태에서 붕소 농도만 낮췄는데도 무 내부에 갈변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온이나 가뭄 같은 다른 스트레스가 없어도 붕소 부족만으로 ‘내부 갈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고온도 무 속 변색과 관련이 있다. 2021년 ‘식물생리학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고온에서 자란 일본 무에서 내부 갈변이 증가했으며, 연구진은 이를 산화 스트레스와 페놀성 물질의 산화 반응 등과 연관 지었다. 특히 하루 평균 기온이 21℃를 넘는 조건에서 내부 갈변이 더 많이 나타났다는 기존 연구도 소개했다.
문제는 이런 무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 갈변은 수확 전후의 외관만 보고 알아채기 어려운 내부 결함이어서 소비자가 무를 자른 뒤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일본 무의 내부 결함을 비파괴적으로 찾아내는 기술을 연구한 논문들도 ‘흑심’이 외부에서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렇다면 검은 실이 보인 치킨무는 먹어도 괜찮을까. 여기서는 한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무 속이 검게 변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원인인 것은 아니다. 무에는 생리장해와 별개로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검은심부패’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국제학술지 ‘식물병’에는 중국에서 무의 ‘검은심부패’를 일으키는 세균 펙토박테리움 파르붐에 대한 연구가 발표됐다. 중국농업과학원 채소·화훼연구소와 톈진농업과학원 식물보호연구소 연구진은 2023년 11월 중국 톈진시 시칭구의 여러 상업 재배지에서 흑갈색으로 변하고 악취가 나는 무를 확인하고 원인균을 분리·동정했다. 감염된 무는 내부가 검게 변한 뒤 결국 속 전체가 물러지며 썩었다.
펙토박테리움 파르붐은 식물 조직을 무르게 하고 부패시키는 식물병원성 세균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이 균을 건강한 무에 접종했을 때 실제 밭에서 관찰된 것과 같은 흑갈색 변색과 심한 내부 부패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단순히 ‘검은색’이라는 이유만으로 생리장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농촌진흥청이 설명한 것처럼 단단한 조직 안에 실이나 철사처럼 흑갈색 줄무늬가 있고, 무 자체의 다른 부분이 정상이며 물러지거나 이상한 냄새가 없다면 생리적인 내부 변색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무가 물러졌거나 끈적하고, 시큼한 냄새를 넘어 불쾌한 부패 냄새가 나거나 검은 변색이 넓게 퍼져 있다면 단순한 생리장해로 볼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무의 ‘검은 실’을 둘러싼 또 다른 오해는 이것이 벌레나 기생충처럼 무 안으로 들어간 무언가라는 생각이다. 농촌진흥청이 설명한 사례처럼 무 내부에 조직 자체가 흑갈색으로 변해 실이나 철사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모양만으로 외부에서 들어간 이물질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먹어도 되는지 판단할 때는 색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무의 단단함과 냄새, 변색 범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검은 줄이 단단한 내부 조직에 국한돼 있고 다른 이상이 없다면 생리장해 가능성이 있지만, 물러짐이나 악취, 부패가 동반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검은 실’이라는 한 가지 모습만으로 무조건 안전하거나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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