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안 보여’ 민원에 닫힌 내실 문…갇혀 사는데 쉬지도 못하는 삶

광고
지금까지 국내 동물원에서 사육 중 폐사한 코끼리 10마리 가운데 9마리는 좁고 바닥이 딱딱한 열악한 사육장 환경 탓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령으로 인한 자연사는 한 마리뿐이었다. 또 동물원 대부분은 관람 시간에 동물이 들어가 쉬는 내실 문을 닫아 뒀는데, 사육사들은 ‘동물이 안 보인다’는 관람객 민원을 이유로 꼽았다.
4일 동물자유연대는 ‘국내 사육 코끼리 복지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고 이렇게 밝혔다. 국내에서 사육 중인 코끼리는 모두 22마리로, 동물자유연대 질의에 회신한 8곳의 15마리 평균 나이는 29.4살로 고령화한 상태였다. 가장 많은 7마리를 보유한 제주 ㅈ시설은 코끼리 나이 정보 등을 회신하지 않았다.

코끼리는 높은 지능과 사회성을 지닌 동물로, 야생에서는 하루 15㎞에서 많게는 200㎞까지 이동하며 16시간가량 먹이 활동을 한다. 좁고 단조로운 동물원은 이런 습성을 채우기 어려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폐사 원인이 확인된 코끼리의 평균 수명은 32.1살로 야생 아시아코끼리 기대수명(60~70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주된 사인은 심혈관·순환기 질환과 발·관절 질환으로, 보고서는 좁은 공간·딱딱한 바닥·운동 부족 등 사육환경과 관련이 깊다고 봤다. 법정 최소 방사장 면적인 125㎡(약 37.8평)는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 권장 기준(마리당 약 500㎡)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1곳을 빼고는 모두 내실 바닥이 콘크리트였고, 모래를 깔아둔 곳도 1곳뿐이었다. 몸 전체를 담글 수영장과 진흙 목욕 공간을 갖춘 곳도 각각 1곳에 그쳤다.
광고
2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관람 시간에 내실 문을 닫고 있었다. 코끼리가 관람객 시선을 피해 쉬거나 실내외를 오갈 수 없었다. 영국은 2025년 개정한 ‘현대 동물원 운영 기준’에서 실내외 공간이 모두 필요한 동물은 언제든 양쪽을 오갈 수 있게 하고 관람객에게 보이도록 동물을 가두는 것도 금지했다. 보고서는 내실에서 쉬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임을 관람객에게 알리고, 운영 방침이 민원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광고
광고

사회성이 강한 코끼리를 홀로 기르는 시설도 3곳이었다. 대부분 시설에서 몸을 반복적으로 흔들거나 같은 자리를 서성이는 정형행동이 관찰됐지만, 행동풍부화(동물의 심리·생리적 복지를 위해 필요한 자극을 주는 것)는 타이어·나무토막 몇 개를 두는 수준에 머물렀다. 제주 ㅈ시설의 경우 하루 4차례 코끼리 쇼와 관람객 먹이주기 체험을 운영하면서 쇼 동작을 ‘행동풍부화’로 소개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관람객에게 동물복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환경부가 2021년 펴낸 ‘동물원 관리·사육 표준 매뉴얼’의 핵심 항목인 △단독 사육 지양 △행동풍부화 제공 △긍정강화 훈련 등을 의무 규정으로 바꾸고 최소 사육 면적 기준도 높이자고 제안했다. 동물원 허가 뒤에도 사육환경을 주기적으로 심사하는 ‘허가 갱신제’를 도입하고, 기준 미달 시설의 코끼리 사육을 제한해 ‘엘리펀트 프리 동물원’을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광고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코끼리는 높은 지능과 복잡한 사회구조를 지닌 동물이지만, 국내 사육 기준은 그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코끼리를 돌보는 사육사들도 단독 사육 금지 등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지난 3~6월 국내 코끼리 사육시설 9곳 가운데 방문이 어려웠던 1곳(부산 삼정더파크)를 뺀 8곳(서울대공원·서울어린이대공원·용인 에버랜드·대전오월드·광주 우치공원·대구 달성공원·전주동물원·제주 ㅈ시설)을 찾아 사육 공간·바닥재·수공간·행동풍부화·사회적 환경 등을 살폈다. 현장 점검 항목은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와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 기준을 참고해 만들었고, 사육사·수의사·시설 담당자를 인터뷰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