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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21, 2026

임명해준 대통령에게 보은하는 게 ‘조희대식 사법독립’인가 [박용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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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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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현 | 대기자

이쯤 되면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독립이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아해진다. 계엄이 정당했다는 신념이 아니라면, 자신을 임명해준 대통령에 대한 결초보은의 정성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게 없다.
사법부 사명을 다하기 위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과도 맞서는 대법원장의 위엄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런 대법원장이 둘러대는 사법독립이란 얼마나 초라한 치장인가.

‘미란다 원칙’을 만들어낸 그 유명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미란다 대 애리조나·1966년)에는 자신을 임명해준 대통령을 배반한 대법원장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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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 워런 대법원장은 보수적인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임명했다. 그러나 취임 뒤 인종차별을 바로잡고 인권의 지평을 넓힌 혁신적 판결들로 1950~60년대 연방대법원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후일 아이젠하워는 그를 임명한 게 “빌어먹을 가장 바보 같은 실수였다”며 한탄했다고 한다. ‘워런 대법원’의 상징과도 같은 미란다 판결은, 지금이야 상식이 됐지만 당시엔 ‘경찰보다 범죄자 편을 든다’는 보수 쪽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2년 뒤 열린 대선에서 당선한 공화당 닉슨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이 판결을 뒤집겠노라 공언했다. 한층 보수적인 워런 버거를 대법원장에 임명하고, 미란다 판결의 다수 의견에 섰던 대법관 중 두명이 퇴임한 자리도 보수적 인물들로 채웠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제 곧 미란다 판결은 파기될 거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또 한번의 반전. ‘버거 대법원’에서도 미란다 판결은 건재했다. 버거 대법원장은 관련 판결에서 직접 별개 의견을 써 “나는 미란다 판결을 파기하지도, 폄훼하지도 않겠다”고 못박았다.

대법원장과 임명권자인 대통령 사이의 긴장·갈등 관계, 나아가 사법독립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사례다. 대법원장(대법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인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렇다고 대법원장이 대통령 수하는 아니다. 사법부 고유의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헌법 질서,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 그리고 그 대통령이 대표하는 국민과도 맞서야 한다. 이것이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이유이자, 사법독립의 정당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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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에게도 그런 사법독립의 기치를 빛낼 순간이 있었다.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앗아가려 한 윤석열의 내란 때였다. 온 국민이 혼란과 불안에 빠져 있던 12·3 계엄 직후 사법부 수장이 그 위헌·위법성을 선언했더라면, 그리고 추상같은 사법적 단죄가 속도를 냈다면 사법부는 환호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정반대의 길을 갔다. 국회 의결로 계엄이 해제된 아침 출근길에서도 계엄에 대한 법적 평가를 얼버무렸던 조 대법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은 어느 기관보다 먼저 위헌적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뻔뻔한 거짓말이다.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건가. 또 윤석열을 구속한 법관을 테러하려 폭도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사태에 대해 “침묵하거나 소홀히 한 바 없다”고 했다. 미증유의 사법부 침탈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법원행정처장만 나서고 대법관회의가 입장문을 냈을 뿐이다. 그 뒤에 숨어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조 대법원장 아닌가. 이후 내란 재판 과정에서 펼쳐진 ‘친윤 검찰’ 뺨치는 ‘친윤 법원’의 활약은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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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이젠 김건희씨 석방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재판 상고심이 구속 만료 기한인 이달 31일까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법 재판은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해치운 대법원이 김씨 재판은 지난 7월 전원합의체 회부 뒤 3개월이 넘도록 끌고 있다. 구속 기한이 뻔히 예정된 재판인 만큼 신속히 진행해야 했고, 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늘면 격려금을 듬뿍듬뿍 나눠 줘도 뭐라 할 사람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그러지 않았다. 대법원에 별도로 올라와 있는 김씨의 매관매직 사건(2심 징역 5년 선고) 재판부가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으면 김씨는 풀려나게 된다. 도합 징역 9년을 선고받은 김씨가 구속 기한 만료로 재판 도중 석방되는 이례적 상황은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석방을 떠올리게 한다. 역시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한덕수 전 총리, 이상민 전 장관의 내란 재판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조 대법원장의 사법독립이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아해진다. 계엄이 정당했다는 신념이 아니라면, 자신을 임명해준 대통령에 대한 결초보은의 정성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게 없다.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에게 단호했다면 이재명 대통령과의 대법관 제청 갈등도 일관된 사법독립 의지로 평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법부 사명을 팽개친 대법원장의 제청권 집착은 윤석열에 물든 ‘조희대 대법원’의 색깔을 희석시키지 않겠다는 몽니로 비칠 뿐이다.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내란에 한마디도 못 한 ‘삼부요인’, 그 사법적 청산에 한없이 태만한 사법부의 수장. 조 대법원장의 행보는 사법부 사명을 다하기 위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과도 맞서는 대법원장의 위엄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런 대법원장이 둘러대는 사법독립이란 얼마나 초라한 치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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