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 위스키, 얼마나 두고 마실 수 있을까?···와인처럼 눕혀도 될까?
가장 오래된 병이 아니라, 가장 적게 남은 병부터 마시는 것. 이것이 아까운 위스키의 맛을 지키는 의외로 간단한 방법이다. pexels
명절을 앞두고 위스키를 선물하거나, 손님맞이를 위해 아껴두었던 위스키를 꺼내기도 한다. 그런데 특별한 날 한두 잔 마시고 잘 보관해두었던 위스키, 혹시 상하지는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제대로 밀봉해 적절하게 보관한 위스키는 개봉했다고 해서 쉽게 상하지 않는다. 다만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기간과 맛이 가장 좋은 기간은 다른 문제다. 위스키는 오래돼서 갑자기 상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향과 맛이 서서히 달라지는 술이기 때문이다.
개봉했다고 바로 상하는 것은 아니다
위스키가 와인과 다른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알코올 도수다. 일반적인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가 약 40% 이상으로, 낮은 도수의 음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미생물이 증식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따라서 개봉한 위스키가 몇 달 또는 몇 년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상한 음식처럼 변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부패보다 품질 변화다. 병을 열 때마다 공기가 들어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산소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향을 구성하는 성분이 조금씩 변할 수 있다. 알코올이나 휘발성 성분이 증발하는 것도 영향을 준다. 열과 햇빛 역시 이런 변화를 빠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5년 전에 열어둔 위스키라고 해서 무조건 버릴 필요는 없다. 제대로 보관했다면 여전히 마실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처음 열었을 때와 같은 맛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몇 년’보다 ‘얼마나 남았느냐’
개봉한 위스키의 상태를 판단할 때 의외로 중요한 것이 병 안에 남은 양이다. 병이 거의 가득 차 있을 때는 액체 위의 빈 공간이 작다. 하지만 위스키를 계속 마셔 절반, 4분의 1로 줄어들면 빈 공간에 들어 있는 공기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그만큼 위스키가 산소와 접촉할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몇 잔 정도 분량만 남았다면 오래 보관하기보다 한두 달 안에 마시는 것을 권한다. 얼마 남지 않은 위스키를 1년 더 방치하면 맛이 눈에 띄게 밋밋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위스키는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된다
위스키를 오래 보관하려고 냉장고에 넣는 것은 어떨까. 냉장 보관 자체가 위스키를 망가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보관 장소로는 적당하지 않다. 낮은 온도에서는 위스키의 향이 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시기 직전 충분히 온도가 올라오면 괜찮지만, 평소에는 냉장고보다 실온의 서늘한 장소가 적합하다.
가장 좋은 장소는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온도 변화가 크지 않은 서늘하고 건조한 곳이다. 거실의 수납장이나 홈바처럼 햇빛과 열을 피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
반대로 햇볕이 드는 창가, 여름철 뜨거워지는 주방, 온도 변화가 큰 베란다나 다락방·차고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열과 자외선은 위스키의 품질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와인처럼 눕혀두면 안 된다
위스키와 와인을 같은 방식으로 보관해서도 안 된다. 와인은 코르크가 마르지 않도록 병을 눕혀 보관하는 경우가 있지만, 위스키는 세워두는 것이 원칙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가 코르크에 장시간 닿으면 코르크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르크가 약해지면 밀폐 상태가 나빠지고 공기가 더 많이 들어가 위스키의 맛과 향 변화가 빨라질 수 있다.
따라서 위스키병은 예쁜 장식장에 진열하더라도 반드시 세워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마신 뒤에는 ‘뚜껑 꽉’이 가장 중요
개봉한 위스키를 오래 두고 마실 생각이라면 거창한 보관 도구보다 먼저 할 일이 있다. 마신 즉시 뚜껑이나 코르크를 단단히 닫는 것이다.
밀폐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공기와의 접촉뿐 아니라 알코올과 휘발성 성분의 증발도 빨라질 수 있다. 특히 코르크가 느슨해졌거나 손상된 병은 밀폐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병을 열어놓은 채 잔을 준비하거나, 코르크를 제대로 끼우지 않은 채 보관하는 습관은 피한다.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버릴 필요는 없지만, 이상한 변화가 눈에 보이거나 냄새로 느껴진다면 마시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평소와 달리 뿌옇게 변한 경우, 곰팡이나 눈에 보이는 이물질이 생긴 경우, 병 안에 벌레가 들어간 경우, 화학약품 같은 냄새가 나는 경우, 곰팡내·퀴퀴한 냄새·시큼한 냄새가 나는 경우, 코르크가 심하게 손상돼 밀폐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에는 아깝더라도 안 마시는 게 옳다.
다만 향과 맛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것만으로 반드시 위험한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는 부패라기보다 장기간 보관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별히 아끼는 위스키라면 여러 병을 조금씩 열어두기보다 한 병을 열었으면 어느 정도 마신 뒤 다음 병을 여는 습관이 오히려 맛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병에 위스키가 몇 잔 남지 않았다면 ‘언젠가 마셔야지’ 하고 다시 선반에 넣어두기보다 가까운 시일에 마시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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