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게 좋은데” 외향적인 사람이 더 행복하다? 연구진이 밝힌 ‘의외의 행복 공식’
프리픽
친구들과 약속을 자주 잡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사람과, 혼자 있는 시간을 편안하게 느끼는 내향적인 사람. 흔히 전자가 더 활발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도 외향성과 행복 사이에는 꽤 일관된 연관성이 확인돼왔다. 하지만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외향적인 사람이 평균적으로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경향은 있지만,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을 외향성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연구가 1992년 미국 미주리대학교, 일리노이대학교,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이 공동으로 학술지 ‘성격연구저널’에 발표한 연구다. 연구진은 미국의 전국 확률표본을 이용해 외향성과 주관적 웰빙의 관계를 분석했다. 10년 간격을 두고 수집된 자료를 비교한 결과 외향적인 사람은 혼자 사는 경우든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경우든, 대도시에 살든 농촌에 살든,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이든 그렇지 않은 직업이든 내향적인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행복감을 보고했다. 성별·연령·인종별로 나눠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외향적인 사람이 행복한 이유를 단순히 “사람을 많이 만나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그렇다면 외향성이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성격 특성일까. 1998년 미국 베일러대학교 크리스티나 드네브와 해리스 쿠퍼는 ‘심리학회보’에 발표한 메타분석에서 이 질문을 다시 들여다봤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들을 종합해 137가지 성격 특성과 주관적 웰빙의 관계를 분석했다. 여기서 나온 결과가 흥미롭다. 5가지 요인 빅파이브로 성격을 묶어 살펴보니, 삶의 만족도와 행복을 가장 강하게 예측한 요인은 외향성이 아니라 신경증성(Neuroticism)이었다. 신경증성이 높다는 것은 불안·걱정·정서적 불안정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기 쉬운 성향을 뜻한다. 반대로 말하면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이 삶의 만족도와 행복을 더 높게 보고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외향성은 특히 긍정적 정서와 관련이 있었지만, 행복 전체를 설명하는 유일한 핵심 요인은 아니었다.
2001년 영국의 피터 힐스와 마이클 아가일이 ‘성격과 개인차’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다. “행복한 내향인도 존재하는가”였다. 연구진은 18~83세 성인 270여명을 대상으로 행복도와 외향성·신경증성 등을 조사했다. 예상대로 외향성과 행복 사이에는 관련성이 나타났다. 그러나 행복과 관련된 다른 특성, 특히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자존감, 정서적 안정성 등의 관계가 더 크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연구진은 외향적이지 않은 사람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행복한 사람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들을 ‘행복한 내향인’으로 따로 살펴봤더니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거나 친구를 사귀는 방식, 혼자 하는 성찰적 활동 등에서 행복한 외향인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나타났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행복의 색깔’이 다를 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중앙대학교 박은미·정태연 연구진은 2015년 ‘한국심리학회지: 사회및성격’에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대학생 121명에게 2주 동안 행복했던 순간을 기록하는 일기를 쓰도록 한 뒤 내용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행복한 상황을 대인관계, 여가활동, 자기계발, 친사회적 행동, 종교 등으로 분류했다.
결과를 보면 외향적인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유쾌함·황홀감·애정·자부심 같은 정서를 더 많이 경험했다.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는 과정에서 강한 긍정적 감정을 얻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같은 대인관계 상황에서도 ‘안락함’과 같은 편안한 정서를 더 많이 경험했다. 여가활동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외향적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정서와 가치를 더 많이 경험했고, 내향적인 사람은 조용한 활동이나 신체적·심리적 평안과 즐거움을 얻는 활동을 더 자주 경험했다. 자기계발에서도 외향적인 사람은 성과를 내는 활동을,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탐색과 자기성장에 관련된 상황을 더 자주 경험했다.
즉 행복을 느끼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는 것이다. 외향적인 사람에게 행복이 반드시 ‘더 큰 행복’이라기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얻는 즐거움과 활력의 형태로 나타났다면,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나 조용한 활동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자기성찰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었다.
최근의 대규모 연구에서도 외향성이 행복과 관련 있다는 결과는 이어지고 있다. 호주 디킨대학교, 스페인 라라구나대학교, 호주 멜버른대학교 연구진은 2020년 ‘심리학회보’에 발표한 메타분석에서 33만4567명, 462개의 상관관계 분석을 종합했다. 빅파이브 등 성격 모형을 이용해 삶의 만족도, 긍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 심리적 웰빙 등을 살펴본 결과 신경증성, 외향성, 성실성이 웰빙과 중요한 관련을 보였다.
그렇다고 이 결과를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행복하다”라고 단순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성격과 행복 사이의 ‘연관성’이지, 외향적으로 행동하면 행복해진다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사람의 행복에는 성격뿐 아니라 인간관계, 경제적 상황, 건강, 삶의 사건, 자기평가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결국 외향성과 내향성의 차이는 행복의 양이라기보다 행복을 경험하는 경로의 차이에 가까울 수 있다. 누군가는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정말 행복했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주말 내내 집에서 책을 읽거나 산책한 뒤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연구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외향적인 사람이 평균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더 자주 경험하는 경향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조용한 삶을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행복을 위해 꼭 ‘인싸’가 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방식으로 억지로 사람을 만나거나 자극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실제로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내는 활동과 관계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