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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4, 2026

새 형사사법, 이제 ‘세부’의 시간 [한겨레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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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직후 맞이한 첫 휴일을 반납하고 조직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중수청은 일부 간부와 직원들을 출근시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같은 날 중대범죄수사청이 입주한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에 있는 현판. 연합뉴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직후 맞이한 첫 휴일을 반납하고 조직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중수청은 일부 간부와 직원들을 출근시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같은 날 중대범죄수사청이 입주한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에 있는 현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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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호 | 이슈팀장

거대한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을 취재할 기회가 한동안 꽤 있었는데, 그럴 때면 괜히 하는 일의 세부 같은 것부터 물어보곤 했다. 쇠를 구부리고 깎거나 양품과 불량품을 판별하는 시시콜콜한 손짓, 몸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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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봐야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 못 했고 기사에 적을 만한 얘기들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일종의 아이스브레이킹이었을 따름이지만, 취재하는 마음을 가다듬는 의식 같기도 했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의 세부를 단단히 묘사하는 사람들 얘기를 듣다 보면, 기사 쓰는 내 일의 공정 또한 차분히 정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그가 빚은 사물은 작동하고, 이런 식으로 내 기사는 쓰인다. 거창한 목표와 이념만으로는 어떤 일도 굴러가지 않는다. 일의 본질은 세부에 있다. 되새기며 성마르게 거창해지려는 마음부터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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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희 기자가 취재한 피해자 전담 경찰관들(한겨레 9월29일치 1·8면)이 자기 일의 세부를 전했다. 경찰 조직에 그런 일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전국 256명뿐이라니 존재조차 가뭇했던 게 무리는 아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2015년 2월12일 경찰청 대강당에서 ‘피해자 전담 경찰관 발대식’을 열고 출범했다. ‘경찰 70주년’ ‘피해자 보호의 원년’ ‘핵심 추진동력’ 같은 중대한 단어들이 적혀 있다. ‘공감→지원→안정’ 세 단계로 적은 업무 범위도, 경찰 내 피해자 전담 조직의 필요성과 목표를 이야기하는 말도 모두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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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고 마땅한 목표 속에 출범한 이들의 세부적인 일과는 충격적이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접근 권한이 없어 다른 부서 눈치를 보며 지원이 필요한 피해자를 발굴한다고 했다. 피해자 지원 예산이나 기업 후원금을 찾아다니다 사비를 쓰고, 직접 청소 용구를 들고 사건 현장 혈흔을 지운 경험까지 털어놨다. 그 흔한 태블릿피시(PC)가 경찰서에 한 대씩이라도 지급되길 바랐다. 종이 서류를 받고 일일이 스캔하다가 누락되는 일이 적잖아서다. 피해자의 불안과 고통을 해소하는 건 이들의 세밀한 손끝이다. 그날의 진지한 선언 이후 주목받지 못했다.

10월2일 형사사법 체계가 ‘대전환’됐다. 수사하는 검사는 완전히 사라졌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경찰이 사건 수사를 맡는다. 전종민 중수청장 직무대행은 “중대범죄 앞에서는 단호하되, 국민의 자유와 권리 앞에서는 한없이 신중한 수사기관이 되겠다”고 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민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범죄와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일상을 빈틈없이 지키겠다”고 했다.

거창한 선언의 시간은 여기까지, 이제 일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수사와 공소의 연계,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절차, 수사할 사건의 양과 범주는 달라졌다. 달라진 체계 속에 누군가 서류와 사건 기록을 짊어지고 나를 것이다. 수사 내용을 한장 한장 넘겨 보며 부족한 부분을 표시하는 이가 있을 것이고, 시간 내에 보강할 증언과 증거를 찾아내려 다급히 뛰어다닐 수사관도 있을 것이다. 요청하고 설득해 보려 기싸움 벌이고 입씨름도 할 것이다. 움직이고, 고민하고, 소통하는 현장은 대전환이 작동하기 위한 본질이다. 거창한 논쟁에 밀려 세부를 준비하고 시뮬레이션할 시간은 제대로 주어지지 못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첫날, 한바탕 정신없는 소동은 여지없이 벌어졌다. 특검 파견 검사들의 소속 문제를 두고 재판부가 의문을 제기하면서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 사건 결심 공판이 중단됐다. 중수청은 사건 접수증 양식을 마련하지 못해 ‘접수’가 적힌 도장만 고발·고소인들에게 찍어줬다. 현판 접착의 세부마저 말썽부렸다. 제막식에서 천을 떼어내는 순간 중수청 현판 일부가 벽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대전환은 아직 이렇게 세부 없이 당도했다. 공방과 선언에만 골몰할 시간이 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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