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취향]산드라 오부터 컴버배치까지···영국 화제의 연극 11편, 스크린으로
국립극장 NT 라이브 <서쪽 나라의 멋쟁이>의 한 장면. ⓒMarc Brenner
‘주말의 취향’은 지면에 다 담기 어려운 문화 현장의 소식들을 풀어서 전합니다. 마음은 가볍게, 생각은 깊이 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영국 무대의 화제작들을 국내 대형 스크린으로 불러내는 특별한 무대가 펼쳐집니다. 멀티플렉스 메가박스와 국립극장이 연이어 선보이는 영국 국립극장 공연 실황 프로젝트, ‘NT 라이브(National Theatre Live)’가 국내 관객을 찾습니다.
NT 라이브는 영국 국립극장을 비롯한 주요 극장의 화제작을 고화질 영상으로 촬영해 세계 곳곳에 배급하는 공연 실황 프로젝트입니다. 단순히 무대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과 입체 사운드에 맞춘 촬영과 음향 설계로, 현장 객석에서는 놓치기 쉬운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과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내에서는 국립극장이 2014년 처음 도입해 <워 호스>, <프랑켄슈타인> 등을 선보이며 탄탄한 팬층을 다져왔습니다.
올가을에는 명작들을 만날 수 있는 선택지가 한층 넓어졌습니다. 메가박스가 큐레이션 브랜드 ‘클래식 소사이어티’를 통해 오는 23일부터 연말까지 총 8편을 선보이며, 국립극장은 추석 연휴 기간 3편의 최신작을 해오름극장 스크린에 올립니다.
산드라 오부터 베네딕트 컴버배치까지…메가박스 ‘클래식 소사이어티’ 8선
메가박스 NT 라이브 <인간 혐오자> 포스터. 메가박스 제공
첫 주자는 한국계 할리우드 스타 산드라 오가 주연을 맡은 <인간 혐오자>입니다. 17세기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동명 대표 희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산드라 오의 첫 영국 국립극장 무대 데뷔작으로도 현지에서 커다란 화제를 모았습니다.
작품은 위선과 가식을 견디지 못하고 진실만을 고집하는 남성 ‘알세스트’를 통해 인간관계의 허위와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산드라 오는 원작의 남성 주인공 알세스트를 현대적 여성 소설가로 각색한 주인공 ‘앨리스’ 역을 맡아 위선과 거짓에 맞서는 진실의 무게를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상영 시간은 약 120분.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매주 수·금·일요일 상영됩니다.
메가박스의 NT 라이브는 연말까지 이어집니다. <인간 혐오자>에 이어 로자먼드 파이크 주연의 <인터 알리아>(10월7~18일), 이멜다 스턴톤의 <워렌 부인의 직업>(10월21일~11월1일), 조쉬 오코너 주연의 <골든 보이> 등이 차례로 스크린에 걸립니다. 2011년 초연 이후 전 세계 매진 돌풍을 일으킨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프랑켄슈타인>은 12월 30일부터 시즌의 마지막 순서를 맡습니다.
작품별 상영관과 세부 일정은 메가박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랄한 풍자부터 묵직한 심리전까지···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선
국립극장 NT 라이브 <서쪽 나라의 멋쟁이>의 한 장면. ⓒMarc Brenner
추석 연휴 동안에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대형 스크린에 3편의 NT 라이브 작품이 상영됩니다. 2025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현지에서 공개된 최신작들입니다.
25일에는 아일랜드 극작가 존 밀링턴 싱의 <서쪽 나라의 멋쟁이>(원제 ‘The Playboy of the Western World’)가 상영됩니다. 1907년 초연 당시 관객들의 격렬한 반발로 ‘플레이보이 폭동’까지 일으켰던 문제작입니다. 아버지를 죽였다고 주장하는 청년 크리스티가 한 시골 마을에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놀랍게도 마을 사람들은 그를 범죄자가 아니라 용감한 영웅으로 떠받듭니다. 인간의 허영과 군중심리를 신랄한 웃음으로 비트는 블랙코미디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의 ‘페넬로페’ 역으로 친숙한 니콜라 코클란이 당찬 여성 ‘페긴’을 맡았습니다. 아일랜드 애비 극장의 공동 총감독 겸 예술감독 카트리오나 맥러플린이 연출합니다.
국립극장 NT 라이브 <모두가 나의 아들>의 한 장면. ⓒJan Versweyveld
26일에는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작 <모두가 나의 아들>이 기다립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수사업으로 부를 쌓은 ‘조 켈러’의 가족이 오랫동안 감춰온 비밀과 마주하며 무너져가는 이야기입니다. 아서 밀러 특유의 묵직한 질문을 세계적인 연출가 이보 반 호브가 장식적인 요소를 걷어낸 미니멀한 무대로 풀어냅니다. 올해 올리비에상 최우수 리바이벌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화제작이기도 합니다.
스크린에서 익숙했던 배우가 무대 위에서 긴 호흡으로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NT 라이브의 묘미입니다.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브라이언 크랜스턴이 조 켈러를 연기하고, 마리안 장 밥티스트와 파아파 에시에두 등이 함께합니다.
국립극장 NT 라이브 <더 피프스 스텝>의 한 장면. ⓒJohan Persson
27일에는 분위기를 바꿔 2인극 <더 피프스 스텝>을 만납니다.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한 ‘12단계 프로그램’에 참여한 두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해온 ‘제임스’가 신입 회원 ‘루카’의 멘토가 되면서 두 사람은 자신의 비밀을 하나둘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가장 어두운 비밀을 고백하는 ‘제5단계’에 이르자 서로를 향한 믿음에 균열이 생깁니다.
영화 <덩케르크>와 드라마 <슬로 호시스>의 잭 로던,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왓슨’을 연기한 마틴 프리먼이 단둘이 무대를 채웁니다. 대사와 표정의 미세한 변화가 중요한 심리극인 만큼 배우를 가까이 당겨 보여주는 공연 실황 영상의 장점이 특히 살아날 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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