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때문에 선거 졌다”···스웨덴 극우의 ‘패배 책임론’ 뜯어보니
지난 1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승리 축하 자리에서 스웨덴 사회민주당 대표 마그달레나 안데르손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좌파 야권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자, 극우 민족주의 성향 스웨덴민주당(SD)이 패배의 책임을 이민자들에게 돌리고 나섰다. 그러나 SD의 지지율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하락해 이민자 표심만으로 패배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76석 얻은 중도좌파···극우 SD, 창당 후 첫 득표율 하락
지난 13일(현지시간)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을 비롯한 중도좌파 4당은 176석을 확보해 173석에 그친 집권 중도우파 연합을 앞섰다. 전체 349석 가운데 과반인 175석을 넘긴 중도좌파 진영이 정부 구성 주도권을 쥐게 됐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16일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사임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극우 SD의 지지율 하락이다. SD는 17.5%를 득표해 2022년 총선의 20.5%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1988년 창당 이후 총선에서 득표율이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년 전 사회민주당에 이어 제2당이었던 SD는 이번에는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이끄는 온건당에도 밀려 제3당으로 내려앉았다.
SD는 지난 4년간 정부에 참여하지 않은 채 의회에서 크리스테르손 정부의 주요 정책을 뒷받침해왔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우파 진영이 승리하면 SD 인사를 내각에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는 SD의 정부 참여 여부에 대한 사실상의 국민투표로 평가됐다.
“이민자가 선거 뒤집었다”···패배 책임 돌린 SD
스웨덴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의 대표 지미 아케손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인근 솔나에서 열린 선거 참관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SD가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목한 것은 이민자였다.
토비아스 안데르손 SD 의원은 “최근 4년간 20만명 넘는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것이 좌파의 승리로 이어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지미 오케손 SD 대표는 선거 전 TV 토론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켄트 에케로트 전 SD 의원은 선거 직후 “스웨덴은 아침 시리얼처럼 시민권을 나눠주고 있다”며 “스웨덴어도 못 하고, 히잡을 쓰고, 샤리아법과 모스크를 원하는 사람들이 선거 결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수입된 ‘선거용 가축’ 때문에 선거가 뒤집혔다”는 발언까지 내놔 논란이 됐다.
이민자 배경 유권자의 중도좌파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출구조사에서 스웨덴 태생 유권자의 중도좌파 지지율은 48%, 비유럽권 출신 유권자는 67%로 나타났다.
이민자 밀집 지역의 투표 증가도 중도좌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외국 출생자 또는 부모가 모두 외국 출생인 주민이 절반 이상인 786개 선거구에서 중도좌파는 2022년보다 7만3000표를 더 얻었다. 해당 지역의 투표율도 약 3%포인트 상승했다. 스톡홀름의 이민자 밀집 지역인 린케비에서는 중도좌파가 약 94%의 표를 얻었고, 투표율은 직전 총선보다 약 10%포인트 상승했다.
‘이민자 탓’만으론 설명 안 되는 SD의 전국적 하락
문제는 SD의 지지율 하락이 이민자 밀집 지역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웨덴 선거관리당국에 따르면 SD는 전국 290개 지방자치단체 중 285곳에서 득표율이 떨어졌다. 특히 전통적 지지 기반이었던 남부 스코네 지역에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젊은 유권자층에서도 지지율이 떨어졌다.
SD 내부에선 지난 4년간 집권 중도우파 정부의 핵심 지원 세력으로 활동한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 패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D 의원 리처드 욤쇼프는 로이터에 “정부와 협력한 뒤 유권자들에게 ‘심판’받을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실제 하락 폭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SD가 ‘기성 정치에 맞서는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D의 지역 책임자인 요아킴 라르손은 SD가 “기존 체제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왔지만, 집권 세력인 온건당의 ‘조금 더 강경한 버전’처럼 보인다면 이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SD가 선거에서 내놓은 강경한 이민정책이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 있다. SD는 이번 선거에서 이민 제한뿐만 아니라 히잡 착용 금지, 이민자의 자발적 귀국을 지원하는 보조금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쇠데르턴대 정치학자 제니 마데스탐은 로이터통신에 “SD가 지난 몇 년간 스웨덴 정치의 이민정책을 더 강경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민자 통합 정책까지 강하게 밀어붙이는 단계에 이르면서 이민자 집단이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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