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줄 알고 샐러드에 넣었는데”…생으로 먹으면 탈 나는 콩·버섯 종류
채소 이미지. 프리픽
채소는 신선할수록 좋고, 열을 가하지 않고 먹으면 영양소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든 채소와 식재료에 이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콩나물처럼 재배 환경 때문에 식중독균이 증식하기 쉬운 식품이 있는가 하면, 일부 콩에는 충분히 익히지 않았을 때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는 천연 독성 단백질이 들어 있다. 생표고버섯은 사람에 따라 피부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생채소를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식품은 반드시 익혀야 하지만, 어떤 식품은 오염을 막는 위생 관리가 중요하고, 어떤 식품은 특정 성분 때문에 섭취량에 주의해야 한다. 식재료별로 위험의 원인과 대처법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콩나물·새싹채소, 깨끗해 보여도 식중독균 위험
콩나물과 무순, 알팔파 새싹 등은 생으로 먹거나 살짝만 익혀 먹을 때 식중독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재배 과정에서 사용하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이 식중독균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새싹채소가 살모넬라균, 리스테리아균, 대장균 등에 오염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씨앗에 소량의 세균이 묻어 있어도 발아 과정에서 세균이 빠르게 증식할 수 있으며, 집에서 위생적으로 재배하더라도 위험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미국 식품의약국에 따르면 1996~2020년 오염된 새싹채소와 관련해 보고된 식중독 집단발병은 52건, 환자는 2700명 이상이었다.
핵심은 콩나물 자체에 독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재배·유통 과정에서 오염된 세균이 생식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충분히 가열하면 유해 세균에 의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임신부와 어린이,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생새싹이나 덜 익힌 새싹채소를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강낭콩, 덜 익히면 구토와 설사 유발
콩이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특히 붉은 강낭콩에는 피토헤마글루티닌이라는 렉틴 단백질이 들어 있다. 식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이 성분은 생콩이나 덜 익힌 콩을 먹었을 때 메스꺼움과 심한 구토,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미 FDA는 말린 강낭콩을 최소 5시간 물에 불린 뒤 물을 버리고, 새 물에서 적어도 30분간 끓이라고 안내한다. 충분히 익힌 강낭콩이나 적절하게 가공된 통조림 강낭콩은 이와 달리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다만 이 위험을 모든 콩에 똑같이 적용해서는 안 된다. 생강낭콩과 덜 익힌 강낭콩에 관한 경고를 두부나 완전히 익힌 콩, 시판 냉동 풋콩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냉동 풋콩도 제품에 따라 이미 데쳐져 있거나 추가 가열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포장지의 조리 지침을 확인해야 한다.
생표고버섯 섭취 며칠 뒤 피부에 발진 사례도
버섯은 종류에 따라 먹는 방법이 다르다. 특히 표고버섯은 생으로 먹거나 충분히 익히지 않았을 때 드물게 ‘표고버섯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몸통과 팔 등에 채찍으로 맞은 듯한 붉은 선 모양의 발진이 나타나고 심한 가려움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섭취 후 수일이 지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 네브래스카대 의과대학과 러트거스 뉴저지 의과대학 연구진이 생표고버섯 또는 덜 익힌 표고버섯 섭취와 이 피부염의 연관성을 정리한 결과, 표고버섯에 들어 있는 렌티난이라는 다당류가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렌티난은 열에 의해 활성이 줄어드는 성분이다. 이 피부염은 일본에서 처음 알려졌지만 이후 아시아와 북미, 남미, 유럽에서도 보고됐다.
그렇다고 모든 버섯을 생으로 먹으면 독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양송이버섯처럼 생식에 활용되는 버섯도 있다. 버섯 종류에 따라 식용법이 다르므로, 표고버섯은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은행, 익혀도 많이 먹으면 중독될 수 있다
은행은 가을철 별미지만 섭취량에 주의해야 하는 식품이다. 은행에는 메틸피리독신이라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비타민 B6의 작용을 방해해 구토와 경련 등 신경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홋카이도 의료대학 약학부의 고바야시 다이스케 연구진은 2019년 일본 약학회지에 발표한 문헌고찰에서 은행 과다 섭취로 발생한 중독 사례와 독성 기전을 정리했다. 어린이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은행을 많이 먹은 두 살 어린이가 구토와 설사에 이어 경련을 일으킨 사례가 국제학술지 ‘소아과학’에 보고되기도 했다.
은행은 익혀 먹더라도 독성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생으로 먹지 말고, 조리한 은행도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에게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성인은 몇 알까지 안전하다’는 식으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섭취량을 제한하고 과식하지 않는 편이 낫다.
시금치는 생으로 먹으면 안 될까?
시금치는 앞선 식재료들과 구분해야 한다. 시금치에는 옥살산이 들어 있고, 이 성분은 칼슘과 결합해 옥살산칼슘을 형성할 수 있다. 옥살산칼슘은 신장 결석의 주요 유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렇다고 건강한 사람이 생시금치를 먹으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신장 결석이 있거나 결석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옥살산이 많은 시금치 등의 섭취량을 조절하도록 안내한다. 조리법에 따라 옥살산 함량도 달라질 수 있다. 2005년 국제학술지 ‘농업·식품화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채소를 물에 삶는 방법이 찌는 방법보다 수용성 옥살산을 더 많이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금치를 무조건 생으로 먹지 말라고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신장 결석 병력이 있거나 의료진에게 옥살산 섭취를 제한하라는 안내를 받은 사람은 식단을 조절하고, 데친 뒤 물을 버리는 조리법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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