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호황’ 3분기, 서민 지갑은 닫혔다
고금리·고물가에 증시 급락과 주거비 상승이 겹치자 올해 3분기 소비가 크게 꺾였다. 소매판매는 5분기 만에 전년 대비 감소했고, 외식 지출 등도 크게 줄었다. 반도체 호황과 달리 서민들의 소비 여력과 체감경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어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9월 산업활동동향’과 여신금융협회 카드승인실적 통계를 보면, 지난 3분기 소매판매액 지수(불변 기준)는 1년 전보다 0.5% 줄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만에 감소 전환이다. 전 분기 대비로는 1.7% 낮아졌다. 소매판매는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내수경기 지표다.
특히 3분기 들어 대표적 내수업종인 ‘숙박·음식업’의 부진이 뚜렷했다. 3분기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전년 대비 2.2% 낮아졌다. 5분기 만의 감소 전환이다. 월별로도 4~6월 증가세를 유지하다 7월(-1.1%) 감소로 돌아선 뒤 8월(-2.4%), 9월(-2.9%)로 갈수록 감소폭이 확대됐다.
소비 위축은 카드 ‘씀씀이’에서도 확인된다. 3분기 신용카드 승인액 증가율(전년비)은 3.4%로 7%대를 기록했던 1·2분기 대비 반토막 났다.
숙박·음식점업 카드 승인액 증가율은 1분기 3.2%, 2분기 6.8%에서 3분기 -0.6%로 크게 꺾였다. 3분기 들어 외식 지출을 크게 줄였다는 뜻이다.
소비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물가·고금리가 꼽힌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 소비쿠폰 지급의 기저효과와 물가·금리 부담, 내구재 판매 부진이 작용하면서 카드승인금액 증가세가 완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7~8월 두 차례 연속 인상돼 3%까지 올랐다. 이 영향으로 가계대출 금리는 5개월 연속 올라 9월 4.96%까지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2분기 3%, 3분기 2.9%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또 증시 급락과 주거비 부담도 소비심리 위축에 영향을 줬다는 진단이 나온다.
3분기 서민 지갑 닫혔다
6월 말 8400선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10월30일 5730.74로 마감했다. 4개월 새 30% 넘게 떨어진 수준이다. 전국 월세가격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3월 말 1.98%, 6월 말 2.9%, 9월 말 3.72%로 가팔라졌다. 매매·전세 가격지수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실제로 주택시장 위축과 맞물려 거주지를 옮기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 3분기 전국 이동자 수는 전년 대비 10.2% 줄어 고금리 국면이었던 2022년 4분기(-17.1%)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인구 이동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영향도 받지만 주택 매매, 전월세 거래가 위축될 때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다. 특히 전월세 추이에 민감한 20대 초반(20~24세)은 이동자 수가 1년 전보다 20.7%나 급감했다. 2008년 4분기(-22.3%)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경기지표는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 대다수의 생활이 크게 나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평등 해소와 복지지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 교수는 “소비가 주춤하다는 것은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간 게 아니라 특정 계층에 몰린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복지를 많이 늘렸다고 하지만, 실질적 복지 향상과 저소득층 소득 보전을 위한 재정지출이 예산 심사에서 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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