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뽑으며 가꾼 주민 자치 [서울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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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 양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국도변이나 한적한 시골 마을 어귀를 지날 때면 잘 가꿔진 꽃밭이나 작은 정원을 만날 때가 있다. 바람에 날아온 씨앗이 저절로 꽃을 틔웠다고 보기에는 모양이 잘 다듬어진 곳들이다. 해당 지자체에서 일부러 용지를 마련해 관람용으로 조성한 곳도 있지만 일부는 인근 마을 주민이 가꾼 곳이다. 이 사실을 올해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알게 됐다.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은 마을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거나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하는 사업에 행정이 보조금을 지원한다. 마을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활동을 통해 공동체성과 자치 역량 강화를 도모한다. 3월에 평가위원 제안을 받아 서류와 면접 심사로 지원 대상 마을과 지원금 액수를 결정했고, 9월에 현장 심사를 겸한 중간평가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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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큰 기대가 없었다. 여러 해 동안 진행해 온 사업이라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었는데, 마을 정원이나 꽃길 조성과 같은 환경 개선 사업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올해 사업에 지원한 마을 중 대부분이 꽃길이나 정원 조성을 원했다. 산나물 비빔밥 축제와 같은 마을 축제나 주민 동아리 활동과 같은 공동체 활성화 사업, 들기름 제조와 같은 특산물을 활용한 소득 창출 사업은 소수였다.
이 사업에 대한 인상이 달라진 건 중간평가 때다. 온종일 15개 마을을 방문하는 꽤 힘든 여정이었다. 양양이 서울보다 면적이 크다는 걸 고려하면 이동하는 거리부터 엄청났다. 쉽지 않은 하루가 되겠다고 생각하며 들른 첫 마을부터 예상보다 더 좋은 풍경을 마주했다. 사업계획서 종이 위에 글로 정리된 내용만으로는 온전히 알 수 없었던, 주민들의 손길이 닿은 ‘마을 만들기’의 여정이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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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유휴지에 심은 꽃이나 나무는 주민이 여러 차례 함께 모여 씨앗이나 모종부터 키워낸 결과였다. 시골에 살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잡초의 강력함이다. 꽃이나 나무가 보기 좋게 자란다는 건 이들을 방해하는 수많은 잡초를 끊임없이 제거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길가에 스스로 핀 들꽃이나 잡목도 주기적으로 행정력을 동원한 제초 작업이 있기에 그 아름다움을 우리가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도변, 마을 어귀 곳곳까지 행정력이 닿기는 어렵다. 꽃을 심을 수 있을지라도 돌아서면 자라는 풀을 뽑고 물을 주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의 수많은 꽃밭 만들기는 행정이 꼼꼼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곳들을 마을 주민이 오가며 풀 뽑고 물 주고 가꾸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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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민 대다수가 함께하기보다 이장, 부녀회장을 비롯한 일부 주민만 참여하는 마을도 있고, 옆 마을이 보조금을 받는다고 하니 큰 의욕 없이 비슷한 내용으로 신청한 마을도 있다. 반면에 어린이, 중년, 어르신 등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수십 회 운영하며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한 마을도 있다.
지역에서 주민 자치 활동은 중요하다. 마을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부터 공동체성 강화까지 다양한 효과로 이어진다. 더는 행정이 주도해 도로를 깔고 건물을 짓고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하향식 사업만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주민의 참여와 역량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와 같은 소규모 주민 참여 사업부터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은 많은 지자체에서 해마다 시행한다. 골목 쓰레기처럼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은 물론 빈집 증가나 돌봄 공백과 같은 문제까지 우리 마을에서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이웃들과 뜻을 모아 도전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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