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라는 이상한 이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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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이름도 이상하지 않아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이른바 ‘전국 팔도’는 이름 유래가 비슷합니다. 충청도가 충주와 청주에서 한 글자씩 따왔듯, 각 지역 대표 도시에서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경기도는 다릅니다. 경기라는 말은 수도를 뜻하는 ‘경’에 그 주변 지역을 뜻하는 ‘기’를 덧붙였습니다. 어떤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수도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름입니다.
경기라는 이름은 고려시대에 나왔습니다. 그 당시 ‘경’이 가리키는 곳은 서울이 아니었습니다. 고려의 수도는 개경, 즉 지금의 개성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경기가 가리키는 지역도 지금 우리가 아는 경기도와 달랐습니다. 경기 북부와 황해도 일부는 경기였지만, 지금의 경기 남부는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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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경기도는 뿌리를 고려시대에서 찾습니다. 경기라는 발상 자체가 애초 수도와의 관계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고려는 당시 경기를 설치하면서 수도를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화를 이뤘습니다. 지역 이전에, 통치 논리가 먼저 존재했습니다.
경기라는 지역이 인위적으로 형성됐다는 걸 극명하게 드러내는 시대는 일제강점기입니다. 한·일 강제 병합이 이뤄진 1910년에 당시 한성은 경성부로 격하돼 경기도에 편입됩니다. 이 조처로 경기도청이 경성부, 지금의 서울 광화문 앞으로 이전하는 일까지 생깁니다. 이런 역사는 통치 세력의 필요에 따라 서울과 경기의 구분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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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들어와서는 달랐을까요. 경기도는 해방 이후 서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변 지역으로 규정됐습니다. 정권은 이른바 이촌향도로 서울로 인구가 몰리면서 생긴 각종 문제를 풀기 위해 경기도를 활용했습니다. 집중과 효율성을 중시해온 통치 세력이 서울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해온 역사 속에서 경기도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논리로 보면 ‘서울공화국’은 물론 수도권 집중도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아닙니다. 물론 고려와 조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도를 중심으로 한 통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를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지역 불균형을 ‘지방의 무능력’ 때문으로 치부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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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시대로만 눈을 돌려도 이런 신화는 빈틈을 보입니다. 그 당시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이었을까요? 산업화와 함께 서울로의 집중이 이뤄진 점 자체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는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영남 지역에도 산업단지를 조성했습니다. 산업화는 수도권과 동남권 양대 축을 통해 만든 역사였습니다.
이런 흐름이 변한 건 1990년대 후반입니다. 제조업 중심의 고도성장이 끝나고 이른바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행됐습니다. 성장의 핵심 축도 지식·기술 산업으로 점차 옮겨 갔습니다. 특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이뤄졌습니다. 동남권 전통 주력 산업의 성장동력은 점차 약해졌고, 첨단산업과 지식산업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이제 공장만 있다고 지역의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오히려 기업 본사가 어디에 있는지, 대학과 연구소가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명운이 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에 맞서 각 지역에 산단을 만들고 세금 혜택을 주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수도권 집적을 강화하는 경제적 흐름을 뒤집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정책 결정이 만든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서울에는 기업 본사, 금융기관, 대학, 언론, 문화시설이 집중돼 있습니다. 이 중 일부가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경기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다른 지역이 무능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국가 정책 자체가 수도권으로 사람과 돈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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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경기도의 발전도 그랬습니다. 만약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중이 당연하다면, 경기도 도시의 발전도 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도시의 발전은 단순히 서울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의해 결정되진 않았습니다. 물론 그 영향이 없진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치권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운명이 갈렸습니다. 당연한 듯 보이는 지금의 현실 뒤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이를 가르는 정치적 결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경기도는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권력에 의해 ‘발명’됐습니다. 그런데 그 발명은 가치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것이 누구를 위한 일이었고, 누구를 배제해왔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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