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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7, 2026

은행 하나 무너졌을 뿐인데 탄핵에 체포까지···‘피의자 신세’로 전락한 파라과이 페냐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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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 AFP연합뉴스

파라과이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 AFP연합뉴스

파라과이의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이 대형 디지털은행 파산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탄핵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임 의사를 먼저 밝혔지만 의회는 탄핵 절차를 멈추지 않았다.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그는 면책특권을 잃은 직후 자택에 구금됐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라과이 상원은 6일(현지시간) 페냐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진행해 출석 의원 44명 전원의 찬성으로 파면을 결정했다. 재적 의원은 45명으로 1명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1989년 파라과이 민주화 이후 탄핵으로 물러난 두 번째 대통령이다. 앞서 페르난도 루고 전 대통령이 2012년 탄핵으로 파면됐다.

페냐 대통령은 상원 표결에 앞서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탄핵 심판을 진행했다. 파라과이에서는 대통령이 임기 중 사임하면 전직 대통령에게 종신 상원의원직과 면책특권이 주어진다. 야권은 사임을 수용할 경우 페냐 대통령이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보고 탄핵을 강행했다. 파면 결정으로 면책특권을 잃은 페냐는 검찰의 체포 명령에 따라 자택에 구금됐다. 검찰은 그를 신뢰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으며, 7일 경제범죄·반부패 담당 부서에 출석하도록 할 예정이다.

페냐 대통령을 무너뜨린 직접적인 계기는 디지털은행 우에노의 파산이다. 파라과이 중앙은행은 지난 3일 우에노의 재무 건전성이 법정 기준에 미달하자 은행에 개입해 영업을 중단시켰다. 이 과정에서 예금과 카드 이용이 막히면서 300만명에 가까운 고객이 돈을 인출하거나 결제하지 못했다. 인구가 600만명대인 파라과이에서 국민 상당수가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우에노는 불과 몇 년 만에 파라과이의 주요 은행으로 성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은행은 800억달러가 아닌 8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공공자금을 예치받았으며, 성인 인구의 3분의 2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국가대표 축구팀을 후원하고 전국 곳곳에 지점을 내는 등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중앙은행 조사에서 대주주와 연관된 기업에 과도한 대출을 해주고, 관련 비용을 자산으로 잘못 계상한 정황 등이 드러났다. 이를 바로잡자 은행의 자본 규모는 법정 최소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페냐 대통령과 우에노의 밀접한 관계였다. AP통신은 탄핵 소추 사유에 페냐 대통령이 지난해까지 우에노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했던 사실과 우에노 전직 임원을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한 일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중앙은행은 우에노를 감독해야 하는 기관이다. 의원들은 페냐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공공자금이 은행으로 흘러가도록 하고, 감독 당국이 은행의 부실 대출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가 연금기금이 법정 한도를 넘어 우에노에 3억5500만달러를 예치하도록 방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페냐 대통령은 잘못을 부인해왔다. 우에노에 대한 감독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던 지난달에도 은행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우려를 일축했고, 언론이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은행이 영업을 중단하고 예금이 동결되자 시민들의 분노는 거리 시위로 번졌다. 예금을 돌려달라는 요구와 함께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치적 기반도 무너졌다. 페냐 대통령이 속한 보수 성향 콜로라도당 내부에서 탄핵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확산했고, 정치적 후견인이었던 오라시오 카르테스 전 대통령까지 탄핵에 찬성했다. 페냐 대통령은 5일 사임을 발표했지만 의회는 다음 날 탄핵안을 가결했다. AP통신은 페냐 대통령의 내무장관과 비서실장, 법률고문 등 측근들도 잇따라 사임했다고 전했다.

페드로 알리아나. AFP연합뉴스

페드로 알리아나. AFP연합뉴스

페냐 대통령의 잔여 임기는 부통령이었던 페드로 알리아나가 이어받는다. 알리아나는 6일 대통령으로 취임했으며, 임기는 2028년 8월까지다. 그 역시 우에노 파산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우에노 경영진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AP통신에 따르면 검찰은 은행 전 경영진과 관계자 등 27명을 신뢰 위반과 사기 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은행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인 미겔 바스케스 등 전직 임원 6명은 미결 구금됐다. 예금자 일부는 예금 반환 절차에 들어갔지만, 은행 파산이 불러온 금융·정치적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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