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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24, 2026

‘철도 르네상스’ 열리는데…주차공간 등 준비는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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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묵호역 전경. 올해 묵호역 하루 평균 케이티엑스(KTX) 이용객은 동해선 개통 전인 2024년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사진 조유진
강원도 묵호역 전경. 올해 묵호역 하루 평균 케이티엑스(KTX) 이용객은 동해선 개통 전인 2024년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사진 조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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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역 인근 동해역의 코레일 직원은 “주말에는 묵호에 사람이 너무 많아 차를 몰고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묵호역에서 묵호항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카페와 소품숍이 즐비해 활기가 넘쳤다. 철도가 관광객을 실어 나르자 젊은 층을 겨냥한 상권이 뒤따라 생긴 것이다.

묵호읍 주민들도 반긴다. 묵호의 대표 관광지인 논골담길 주민 이아무개(83)씨는 “주말에 집 앞에 앉아서 3시간 동안 올라가는 사람을 세어봤더니 100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실제 묵호를 찾는 이용객 통계에서도 변화가 드러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묵호역 이용객은 2022년 6월 기준 1만1826명에서 올해 6월 기준 2만6149명으로 4년 만에 2.2배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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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철도망이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강릉선에 이어 2021년 중앙선이 복선화되면서 안동에서 청량리까지 소요 시간이 기존 3시간 54분에서 약 2시간으로 줄었다. 지난해 12월 전 구간 복선화가 마무리되면서 청량리에서 울산을 거쳐 부산·부전역까지 이어지는 ‘제2경부선’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에는 부산 부전~강릉 동해선도 개통됐다.

수도권에서 내륙으로 뻗는 철도망도 확장하는 중이다. 2024년 중부내륙선 충주~문경 개통으로 판교~문경이 연결됐고, 문경~상주~김천 철도는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김천에서 진주·통영을 거쳐 거제까지 잇는 남부내륙철도도 2026년 9월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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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 느는데…곳곳에 주차공간 부족

지역마다 촘촘하게 철도역이 생기면서 철도가 장거리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부 내륙과 경북 북부의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고, 부산·울산과 경북·강원을 잇는 이동도 빨라졌다. 자동차로 국토를 연결해온 시대를 지나 ‘철도 르네상스’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철도가 자동차를 완벽히 대체하려면 열차 증편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집에서 역까지, 역에서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교통 시스템이 철도망의 확장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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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티브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주역 뒤편 내외로 도로변과 하천 제방에 불법 주차 차량이 줄지어 있다. 사진 조유진
시시티브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주역 뒤편 내외로 도로변과 하천 제방에 불법 주차 차량이 줄지어 있다. 사진 조유진

대표적인 사례가 경주역이다. 경주역 주변 주차 공간은 공영 566면, 코레일 357면, 사설 350면 등 1270여면이다. 그럼에도 주차 공간은 부족하다. 지난달 18일 찾은 경주역 뒤편 내외로 도로변과 하천 제방 인근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역 앞에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돼 있어 불법 주차 차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속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곳에 차량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인근 주민 이남홍(66)씨는 “견인차가 실어 가는 것도 아니니 주차비를 안 내려고 불법 주차하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설 주차장 관리자는 “주말에 주차장이 비어 있어도 사람들이 주차비를 내지 않으려고 불법 주차를 한다”며 “사고도 몇 번 났고, 주민 민원 때문에 그나마 중앙분리대를 설치했다”고 전했다. 경주시는 올해 주차 공간 확장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착공하지 않은 상태다.

포항역도 사정은 비슷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포항역 공영주차장은 절반 이상이 차 있었다. 인근 공터와 도로 갓길에도 차량이 들어서 있었다. 시설관리공단 직원은 “이 정도면 차가 없는 편”이라면서 “연휴에는 오전 6시부터 만차였다”고 말했다. 현재 포항역에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주차장 386면과 임시공영주차장 405면이 있지만, 주말 아침이면 이마저 빠르게 찬다.

■ 임시방편으로 버티는 지자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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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난의 여파는 택시 승강장으로까지 번졌다. 한 택시 기사는 “택시 대기 구역에 차를 대고 가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난 주말에는 택시 라인에 세워진 차를 피해 나가던 동료 기사가 뒤차에 들이받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한 950면 규모의 주차 공간 조성을 추진 중이다. 국가철도공단 부지를 20년간 무상으로 쓰는 방식이다. 당초 공단이 예측한 수요와 실제 이용객 수 사이에 큰 차이가 확인됐지만, 공단은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비용을 포항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항시는 개통 당시부터 주차 공간이 부족했던 만큼 공단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포항 열차가 9월부터 매일 7회 증편될 예정이어서 주차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오후 6시 포항역 임시 공영주차장 모습. 광복절 연휴 다음 날인 평일에도 주차장 절반 이상이 차량으로 들어찼다. 사진 조유진
지난달 18일 오후 6시 포항역 임시 공영주차장 모습. 광복절 연휴 다음 날인 평일에도 주차장 절반 이상이 차량으로 들어찼다. 사진 조유진
만성적인 주차난이 이어지는 포항역 인근 공터에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사진 조유진
만성적인 주차난이 이어지는 포항역 인근 공터에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사진 조유진

일부 지자체는 임시방편으로 버티고 있다. 울진군은 올해 2월 역 인근에 240면 규모의 임시주차장을 조성했다. 기존 코레일 주차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부지는 국가철도공단 소유로, 향후 계획대로 환승센터가 조성되면 주차장을 폐쇄해야 한다.

강릉선의 평창역과 진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 평창역의 경우 성수기 주말마다 진입도로와 인접 국도변까지 차량이 늘어서는 상습 주차난을 겪어왔다. 이 문제를 두고 지자체와 공단, 코레일 사이의 협의가 길어지면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까지 거쳐야 했다. 지난 6월 평창군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평창역 인근에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진부역 역시 역사 앞 주차공간이 협소해 진·출입도로를 따라 차량이 길게 주차된 모습이 관찰된다. 철도를 이용하려면 불법 주차를 감내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진부(오대산)역의 주차공간이 부족해 진·출입도로 양옆으로 무단 주차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제공
진부(오대산)역의 주차공간이 부족해 진·출입도로 양옆으로 무단 주차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제공

철도가 놓이는 속도를 역 주변 기반시설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용객이 늘수록 불편도 함께 커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역을 신설할 때부터 이용객 증가를 감안해 충분한 주차 공간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개통 이후 주차난 문제가 불거진 뒤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철도망 확충의 효과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 승강장까지 370m...설계 단계에서 누락된 환승 동선

철도의 대중교통 연계도 과제다. 동해선 개통으로 교통의 오지였던 울진은 부산·대구 등 대도시와 철도로 연결됐다. 그러나 울진역 바로 앞에는 시내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 역과 가장 가까운 정류장은 역에서 369m 떨어져 있다. 성인이라면 6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철도설계지침 및 편람’은 철도역과 접근교통시설 사이 이동거리를 최소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승강장에서 접근교통 승하차 지점까지의 최단 이동거리인 ‘평면환산거리’가 300m를 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신설 역은 이를 120m 이상 180m 미만으로 하도록 권고한다. 직선거리로만 따져도 울진역의 승강장은 권고 범위를 크게 웃돈다.

울진역과 가장 가까운 버스 승강장은 369m 떨어져 있어 역에서 도보로 약 6분이 걸린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울진역과 가장 가까운 버스 승강장은 369m 떨어져 있어 역에서 도보로 약 6분이 걸린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울진군 관내에 있는 다른 역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후포역과 평해역은 역 인근에 버스정류장 자체가 없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철도 선진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울진군은 최근 민원을 받고서야 역 바로 앞까지 버스 노선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 주변 도로 폭이 좁아 버스가 진입하기 어려워 도로를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려면 역 부지를 관리하는 국가철도공단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울진군은 공단 측과 협의를 시도했지만,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의 ‘철도의 대중교통 연계’에 대한 정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철도역에서 시내버스가 정차하지 않는 일이 동해선 중앙선 역사에서 발생하고 있다.

■ 철도공단·코레일·지자체 '핑퐁 게임'...책임 떠넘기기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철도를 선로와 역사에 한정하지 않고 철도시설과 철도차량, 운영·지원체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운송체계로 규정한다. 그러나 현장은 따로 돌아간다. 국토교통부가 철도 정책과 사업을 총괄하지만 조정 기능은 느슨하고, 국가철도공단은 시설 건설, 코레일은 운영을 맡으며 따로 움직인다. 역 주변 도로와 시내버스 연계는 지자체의 몫이다.

포항역에 ITX-마음 열차가 들어오는 모습. 2025년 1월부터 ITX-마음 동해선 포항~삼척 구간이 정식 개통됐다. 사진 조유진
포항역에 ITX-마음 열차가 들어오는 모습. 2025년 1월부터 ITX-마음 동해선 포항~삼척 구간이 정식 개통됐다. 사진 조유진

결국 철도시설 중심으로 역을 개통한 뒤 이용객이 늘어나야 도로와 주차장, 버스 노선 부족이 드러난다. 이후 지자체가 개선을 요구하면 부지와 비용을 둘러싼 협의가 다시 시작된다. 철도망은 빠르게 확장됐지만 철도와 지역 기반시설을 연결하는 정책과 조율은 뒤처져 있다.

이 문제는 중부내륙철도 등 새로 만들어질 철도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철도가 도로를 대체하려면 노선 확충만이 아니라 역에서 출발해 도착하는 순간까지의 이동체계를 함께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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