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정 정책 토대’ 홀·우드퍼드에 노벨 경제학상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가계와 기업의 기대심리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경기 안정화 정책의 토대를 마련한 로버트 E 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명예교수(83·왼쪽 사진)와 마이클 우드퍼드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경제학 석좌교수(71·오른쪽)가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거시경제 안정화의 미시경제적 토대’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해 두 학자를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가계와 기업의 선택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 정부와 중앙은행의 위기 대응 능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욘 하슬레르 노벨경제학상위원장은 두 학자의 연구가 “중앙은행과 정부가 사용하는 모형에 안정적인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신케인스주의 모형이 등장했고, 에너지 위기나 가계 소비의 급격한 변화 같은 경제 충격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경기 안정화 정책은 불황과 호황이 번갈아 나타나는 경제의 변동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불황에는 금리를 낮추고 재정적자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과열된 경기에선 반대의 정책으로 대응한다. 약 100년 전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가 제시한 이론이다.두 교수는 1970년대 석유파동에서 드러난 기존 정책 모형의 한계를 짚었다. 경기를 살리려는 정책에도 실업은 줄지 않고 물가는 치솟자 두 학자는 물가·생산·소비 같은 거시경제 변수 사이의 통계적 관계에 의존하는 대신 개별 가계와 기업의 행동을 들여다봤다. 수많은 경제 주체의 선택이 모여 경제 전체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들은 경제 주체들이 미래를 내다보며 행동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경기 안정화 이론을 재설계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알리면 가계의 지출과 기업의 투자·가격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홀 교수는 실업과 임금, 금융위기 이후의 장기 침체를 주로 연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 등에서 경제정책을 자문했다.
매사추세츠주 출신 우드퍼드 교수는 금리와 기대심리를 통한 통화정책의 작동 원리를 체계화했다. 2013년 방한해 한국은행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미래 정책 방향에 대한 정보 제시)와 금융 안정을 주제로 강연·세미나를 한 적 있다.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서 홀 교수의 수업을 들은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1980년대 이후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주장이 강조됐지만, 최근 경제안보 문제와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시장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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