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ily Newsstand · Free, Always
Saturday, October 10, 2026

친구 사이에 무슨 사랑싸움이냐고?…친밀한 관계는 필연적으로 질척질척한 것 [이진송의 아니 근데]

Translate
<절친클럽> 썸네일. 허휘수(왼쪽)과 김은하. 유튜브 갈무리

<절친클럽> 썸네일. 허휘수(왼쪽)과 김은하. 유튜브 갈무리

근 몇 년 간, 관계는 우리 사회와 미디어의 가장 뜨거운 화두다. 일단 사랑에 빠지면 해피엔딩인 줄 알았던 낭만적 사랑의 환상이 끝난 자리에 <우리 이혼했어요>(TV조선, 2020), <환승연애>(티빙, 2021~), <이혼숙려캠프>(JTBC, 2024~) 같은 프로그램이 들어섰다. 그리고 ‘연인의 위기’ 혹은 연애의 끝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때마다 “<환승연애>보다 <환승우정>에 나가고 싶다”라는 우스갯소리도 큰 호응을 얻었다. 생각해보면 가슴에 사무치는 X, 전 연인이 있을 확률보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X-friend, 친구가 있을 확률이 더 높다. 드라마 <은중과 상연>(넷플릭스)의 화제성이 이를 반영한다. 동시에 ‘손절’이 대대적으로 유행했다. 사회학자 이승연은 <손절사회>(어크로스, 2026)에서 “타인을 감정적 득실에 따라 평가하며, 손절이라는 행위를 통해 관계를 최적화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문화적 과제”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어느 때보다 타인과 연결되기 쉽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이 고립되기 쉽고 또 고립되라고 적극적으로 부추기는 2026년 가을. 왓챠가 <절친클럽>이라는 공을 쏘아올리자, 무수한 은하와 휘수들이 분기탱천(?)하며 우정의 무대로 와글와글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18일 1화가 공개된 <절친클럽>은 총 4부작이며, 공식 소개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절교하게 될까, 절친으로 남을까? 우정에 진심인 사람들이 친구와의 고민을 <절친클럽>에 의뢰한다. 위태로운 친구관계를 안고 떠나는 2박 3일, 우리의 우정은 어떻게 될까?” 위기의 친구들이 앞으로의 관계를 고민하며 여행을 떠난다. 왓챠가 제작한 독점 콘텐츠이지만 3화까지는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1, 2화의 주인공은 <김은하와 허휘수>라는 유튜브 채널의 운영주, 김은하와 허휘수다. 일상 유튜브를 좋아하는 또래 여성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두 사람인 지라 <절친클럽>은 예고부터 관심을 끌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숨이 턱 막힌다. 유튜브를 함께 할 정도로 친한 사이에도 해소되지 못한 응어리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어떻게든 소통을 시도하지만 미끄러지고 헛도는 대화가, 그 과정에서 비죽 드러나는 개인의 결핍과 상처가, 그것을 카메라 앞에서 드러낸다는 기개가 생생하게 꿈틀거린다.

<절친클럽> 한 장면. 허휘수(왼쪽)과 김은하. 유튜브 갈무리

<절친클럽> 한 장면. 허휘수(왼쪽)과 김은하. 유튜브 갈무리

보는 것만으로 피로도가 높고 힘든 기억을 소환하며, 불편한 감정이 드는 이유는 저마다 <절친클럽>의 어떤 순간을 겪었기 때문이다. 댓글에는 은하였다가 휘수였다가, 또 은하 같은 친구, 휘수 같은 친구에게 ‘데었던’ 이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환승연애>와 같은 프로그램이 처음에는 충격을 주다가 결국 모두에게 몰입을 유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계의 연약함, 끝난 관계를 반추하는 고통, 종결을 애도하고 수용하는 경험, 그 속에서 주체가 겪는 변화와 성장 같은 것들은 모두가 경험하지만 오랫동안 사적인 영역에 머물며 구체화되지 않았다. 그런 순간들이 미디어에 날것으로 혹은 날것처럼 보이면 맹렬하게 공감하고 이입하기 마련이다. <절친클럽>은 우정의 속살을 조명하며, 그 내밀하고 진한 감정 즉 사랑이 연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면화한다. <절친클럽>에서 은화와 휘수는 말 그대로 지지고 볶는다. 지난 시간 동안 쌓였던 감정을 드러내며 부딪치다가도 함께 밥을 지어 먹고, 밤에는 너무 싫었던 마음이 낮이 되어 얼굴 보고 대화하면 녹아내린다. 2화의 인터뷰에서 은하는 말한다. “우리는 서로 사랑싸움을 하고 있다. 서로 놀고 싶고 좋아하는데.”

친구 사이에 사랑싸움이요? 표현 자체는 어색할 수 있지만 1화의 제목을 보면 무릎을 칠 것이다. “나만 너한테 놀자고 해야 돼?” 관계에서의 서운함,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만큼 네가 나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한 감정은 친구 관계에서 ‘누가 먼저 연락 하는가, 셋이 친한데 나만 소외되는 것 같다, 내 SNS에만 좋아요를 안 눌러준다’ 등으로 변주되어 갈등의 불씨를 지핀다. 친밀한 관계는 필연적으로 질척질척하고 끈적끈적하다. 그래야 착 달라붙으니까. 그 끈적함 때문에, 사소한 일도 죽도록 서운하거나 상대가 미워지고 평소의 자신과는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현명한 어른의 조언으로, 관계에는 바람 드나들 간격이 있어야 건강하게 오래 간단다. 하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바람과 간격의 너비가 어느 정도인지 탐색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은하는 휘수에게, 휘수는 은하에게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점들이 있다. 그 과정에서 각자 살아온 역사와 경험, 타고난 기질에 따라 서툴거나 상대와 맞지 않는 선택을 내린다.

감정이 부딪치다 보니 문제는 때때로 가해와 피해의 문제처럼 보인다. ‘누가 너무 예민하고, 누가 너무 회피한다다.’ 자신의 경험을 투영한 시청자들은 행동 하나하나, 발언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물어뜯으며 이 관계에서 ‘누가’ 잘못인지 규명하려 한다. 최근 MBTI의 바톤을 이어받은 ‘회피형/안정형/불안형’(혹은 나르시시스트라는 낙인)의 유행은 갈등을 가해와 피해의 프레임으로 해석하여, 그 자신은 무고한 피해자이고 싶은 욕망을 반영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기중심적이고 관계에서 일방적인 피해자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기중심적인 서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타인의 서사를 듣고, 그 낙차와 간극을 포개어 보고, 때로는 내가 가해자일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관계를 맺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 힘들다 보니 (이런 문장을 쓰는 나 자신조차 자주 헛발질을 했으며) 관계를 유지하는 수고로움에는 지극한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절친클럽> 한 장면. 허휘수(왼쪽)과 김은하. 유튜브 갈무리

<절친클럽> 한 장면. 허휘수(왼쪽)과 김은하. 유튜브 갈무리

<절친클럽> 2화에서 휘수는 말한다. “나이가 이제 서른이 넘었다. 그러면 내가 친구 관계에 이렇게까지? 그럴 필요가 없다거나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나 (…) 사람들이 가장 치열하게 노력하고 싸우고 개선하려고 하는 게 보통 부부사이나 연인사이 같아요. 저는 그렇기 때문에 그 사이가 더 특별해지고 그렇잖아요. 가장 본인다울 수 있다거나. 그런 사이가 되는 거 같은데. 저는 그게 비단 연인사이거나 부부 사이거나 가족 사이여서는 아닌 거 같아요. 이런 과정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정은 사랑의 한 갈래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체력과 눈치를 요구하기에 특히 여성의 우정은 결혼이나 육아처럼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하는 관계가 생기면 곧장 뒤로 밀려나야 마땅한 취급을 받는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다면 사회에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 헌신해야지, 취미나 친구 관계에 목매는 것은 미성숙하다거나 비정상적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것이다. 그러나 <절친클럽>에서 ‘그 나이에도’ 친구와 고군분투하는 장면은 괴롭고도 애틋하다. 특별한 관계를 만드는 데에는 서로를 사랑하면서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부부나 연인이 아닌, 친구와 하는 것이 당연한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은하와 휘수는 이후 자신의 채널에서 <절친클럽> 방영 후 몰아친 반응에 답하는 <심야청문회>를 게재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으며 지나친 해석과 몰입에는 적당히 선을 그어주니 <절친클럽>을 보고 내상을 입었다면 시청하길.

이달 2일 공개된 <절친클럽> 3화 <3년만에 처음 들은 손절 이유>에는 3년 전 여행을 함께 다녀와서 애매하게 멀어진 ‘기쁨’과 ‘경진’이 출연한다. 기쁨은 감정이 상해 경진을 피했고, 경진은 영문을 모른 채 관계가 끊겼다고 생각한다. 경진은 “지금 와서 다시 만나서 뭐하나. 한때는 정말 가까웠던 친군데 이렇게 한순간에 멀어져서 오랫동안 안 보고 살아도 별 문제없이 잘 지냈어서. 굳이 다시 되돌릴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3년 만에 기쁨과 경진이 만나 어색하게 웃다가, 잘 지냈냐는 인사에 대답하지 못하고 몸을 돌리는 장면은 <환승연애>를 뛰어넘는 명장면이다. 처음에는 “사과 받고 싶다”라고 <절친클럽> 의뢰의 이유를 밝혔던 기쁨은 경진과 시간을 보낸 후, “내가 너무 오만했던 것 같다.”라고 반성하며 “경진이와 함께 바뀌고 싶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라고 의뢰 내용을 바꾼다. 항상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회피하기 바빴던 기쁨은 이번에는 경진과의 관계를 통해 그런 패턴을 깨고 싶다는 용기를 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모든 것이 쉽고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절친클럽> 3화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기억이 충돌하다가 감정이 고조되며 끝난다.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경진을 보며 기쁨은 한숨을 쉰다. “왜 이렇게 예민하지?”

갈등을 다루는 만큼 헛도는 대화를 중재할 전문가의 개입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약간의 아쉬움을 표하며, 왓챠가 <환승우정>도 제작해줬으면 좋겠다는 수동적인 요구를 해본다. 낙관할 수도 비관할 수도 없는 우정의 요지경 속으로 뛰어든 출연자들에게는 지나친 해석과 비난 대신 응원과 포용을 부탁한다.

View the original on 경향신문 →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