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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6, 2026

‘검은 시트지’에 숨은 5층 건물…‘243억 노쇼 사기’ 베트남 콜센터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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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시트지로 창문을 가린 노쇼 사기 범죄 콜센터 내부 모습.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검정색 시트지로 창문을 가린 노쇼 사기 범죄 콜센터 내부 모습.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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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의 5층 짜리 건물. 밖에서 보면 평범한 건물이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모든 창문에는 검정색 시트지가 붙어 있었다. 외부에서 내부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 책상과 컴퓨터 등 평범한 사무실의 모습이었지만, 벽면에는 휴대전화 수거함이 걸려있고 사무실마다 화장실이 설치돼 있었다.

유일하게 외부로 통하는 1층 문 앞에는 방화벽이 설치돼 내부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외부에서 출입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지난해부터 전국을 휩쓸었던 관공서 사칭 노쇼 사기 범죄를 저지른 콜센터의 건물이다.

5일 한겨레가 확보한 노쇼 범죄 콜센터 집단의 건물 외부 사진과 내부 영상, 경찰 설명 등을 종합하면, 베트남의 5층 건물 중 2∼3층에서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약 10여명의 조직원이 노쇼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창고로 사용한 1층과 5층, 숙식을 해결하는 4층을 제외한 2∼3층이 주로 노쇼 사기 범죄를 위한 콜센터 사무실로 사용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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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명의 조직원이 팀을 꾸려 1개 층마다 마련된 사무실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사건을 수사했던 이진수 인천연수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은 “일이 끝날 때까지 사무실 밖을 나가지 않고 조직원들은 범행해다. 휴대전화도 일하는 동안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사무실 밖에 나가는 것도 통제했다”고 했다.

콜센터 사무실 안에 설치된 휴대전화 수거함.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콜센터 사무실 안에 설치된 휴대전화 수거함.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인천 연수경찰서는 최근 이 건물에서 관공서 사칭 노쇼 사기 범행 일당의 총책 30대 ㄱ(41)씨 등 9명에게 범죄단체조직죄, 사기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 상태로 사건을 공소청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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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현재 인천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또 ㄱ씨 조직에 대포 통장 계좌와 대포 휴대전화 번호를 넘긴 20명도 전자금융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했다.

ㄱ씨 등은 전국의 관공서와 대기업 등을 사칭해 해당 관공서와 계약을 체결했던 업체에게 물품 구매 대행을 요청하고, 피해자들에게 돈을 보내도록 요청한 뒤 이를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631명이며 피해액은 243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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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 등은 관공서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수의계약 현황이나 나라장터 등에 등록된 입찰 정보 등을 확인한 뒤 입찰에 참여했거나 계약을 한 업체를 대상으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과거 계약을 맺은 업체에 연락해 “지난번 보내준 물품은 잘 받았다”고 접근한 뒤 “이번에 물품 구매를 대신 해주고 관련해 송금도 해주면 나중에 계약 과정에서 정산하겠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한다. 특히 “다음 계약에 잘 봐주겠다”는 취지의 말도 해 업체 입장에서는 ㄱ씨 등의 요구를 들어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 관련 내부 결재 공문서와 거래 계약서도 포토샵 등으로 위조했다고 한다.

범행이 벌어진 베트남의 한 5층짜리 건물.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범행이 벌어진 베트남의 한 5층짜리 건물.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경찰 수사는 지난 2월 고액 알바 공고글을 보고 갔던 한국인 3명의 제보로 시작됐다. 이중 1명이 인천 연수경찰서 최재황 지능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그냥 탈출하면 ㄱ씨 등을 잡을 수 없으니 이들의 범행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진수 인천연수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은 “제보자가 휴대전화에 다운받은 자료들이 범행 증명에 도움을 많이 줬다”며 “총책이 사용하던 외장형 메모리를 통째로 복사했는데, 범행을 위해 위조한 공문서, 범행 대본, 계좌 내역 등이 다 들어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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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 등은 과거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렀는데 단속을 피해 지난 1월 베트남으로 거처를 옮긴 직후여서 보안 등이 허술했다고 한다. 범행 규모가 큰 탓에 수사 기록이 방대했는데, 이들이 정리한 수사기록만 1만8000여쪽에 달한다.

노쇼 사기 범행 일당은 자신들이 사기 계약을 체결한 정보를 별도의 예약공유방을 통해 공유했다.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노쇼 사기 범행 일당은 자신들이 사기 계약을 체결한 정보를 별도의 예약공유방을 통해 공유했다.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이진수 수사관은 한국인 3명이 탈출에 성공하고 베트남 공안이 ㄱ씨의 콜센터에 진입할 때까지를 가장 피가 말랐던 순간으로 기억했다. 이진수 수사관은 “아무래도 탈출에 성공한 직후이기 때문에 ㄱ씨 등이 잠적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 걱정이 됐다. 베트남 공안에 여러차례 빠른 검거를 요청했다”고 했다.

울산시 공무원을 사칭하며 문자 메시지를 통해 노쇼 사기 범행을 한 모습.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울산시 공무원을 사칭하며 문자 메시지를 통해 노쇼 사기 범행을 한 모습.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최재황 지능팀장은 해당 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지난 9월 베스트 수사팀장에 선정됐다. 최 팀장이 베스트 팀장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공로를 인정받아 청와대 오찬행사에 초대돼 주빈석에 배석하기도 했다.

최 팀장은 “최근 들어 전통적인 보이스피싱 범죄보다 신종 피싱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피싱 조직이 여러 국가로 거점을 옮겨 다니고 수법도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어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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