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뜨고 드러나는 ‘학교 땅 오염’…착공 전 확인 제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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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인천 부평구의 부평서중·부평서여중 통폐합에 따른 부평서중(가칭) 증·개축 공사가 중단됐다. 터파기 단계에서 오염된 토양이 발견되면서다. 토양의 기름오염을 가늠할 수 있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토양 1㎏당 최고 7630㎎ 검출됐는데, 이는 학교 용지 기준치(500㎎)의 약 15배다. 오염 토양을 외부로 반출해 정화하기로 하면서 내년 3월1일로 예정돼있던 개교는 2028년으로 연기됐다.
최근 학교 통폐합이나 노후 학교 개축으로 인한 공사가 시작된 뒤에야 토양 오염이 확인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오염이 뒤늦게 드러나면 공사와 개교 일정이 틀어지고, 학생 배치와 교육재정, 학부모 신뢰 등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 ‘학교용지 토양오염 관리의 개선과제’를 보면, 학교 공사가 시작된 뒤 토양 오염이 발견된 사례가 부평서중 외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23년 10월에는 부산 연제구 거제초 노후 교사동 개축공사 터파기 과정에서 매립폐기물과 오염토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됐다. 2022년 12월에는 부산 강서구의 부산혜원학교 다목적강당 증축공사 도중 토양 오염이 확인돼 공사가 지연됐다. 설계와 공정이 이미 확정된 뒤 토양오염 확인이 되면 정화 공정이 뒤늦게 추가돼 사업비와 공사 기간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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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처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착공 전 토양 오염을 확인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점을 꼽았다. 학교를 새로 지을 때는 부지 토양 등이 안전한지 따져보는 ‘교육환경평가서’를 교육감에게 내고 승인을 받다. 하지만 기존 학교 용지에서 건물을 증·개축하거나 학교를 이전·확장할 때는 평가서를 낼 필요가 없다. 공사 전에 토양 오염 여부를 확인할 계기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토양오염 실태조사 대상도 공장·산업지역, 폐금속광산, 폐기물매립지역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학교용지는 명시적 대상이 아니다. 학교 운동장 등이 ‘어린이 놀이시설 지역’으로 분류돼 조사 받는 경우도 있지만, 지표면에 가까운 흙 위주로 조사해 땅속 깊은 곳의 오염 여부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학교시설 안전관리 체계에서도 토양 환경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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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비용 문제도 지적됐다. 앞선 사례들은 모두 오염 원인이 추정되기는 했으나 원인자를 명확하게 특정하지 못했다. 이 경우 토지 소유자가 정화책임자로 지정돼, 공립학교는 교육청의 교육비특별회계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사립학교의 경우도 법률상으로는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하지만 부담 능력 등을 고려해 교육청이 떠안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입법조사처는 기존 학교 부지를 증·개축할 때 과거 공장·주유소·군용지·매립지 등의 이용 이력과 토양 오염 개연성을 따져 착공 전에 오염 가능성을 확인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설계비 1억원 이상 교육시설 사업에 적용되는 ‘사전기획’에 토양오염 이력 확인을 포함하고, 지자체 실태조사에서도 오염 우려가 높은 학교용지를 우선 조사해 관리하자고도 했다. 또한 학교용지에서는 오염물질의 특정 여부와 관계없이 이용 이력과 소유권 변동 등 과거 오염사고에 관한 기본 자료를 확보하게 해 정화책임과 비용 부담 주체를 가릴 수 있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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