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산단’ 오명 못 벗는 대불산단…조선업 ‘속도전’에 올해도 5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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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여긴 모두 내게 맡기고 편하게 떠나요.”
지난 10일 아침 7시께 ‘죽음의 산단’으로 불리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업단지에 있는 대한조선 내업1공장 앞. 하청업체 노동자 김승준(52)씨가 사망한 지 49일째인 이날 아내 이아무개(47)씨가 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다. 이씨는 지난 1일부터 대한조선의 공식 사과와 안전 매뉴얼 확인 등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씨는 폭염특보가 내려진 7월24일 아침 8시51분께 11m 높이 크레인 상부에서 작업 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쓰러졌다. 119 소방일지를 보면, 아침 8시56분께 작업자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는 오전 9시1분 조선소 정문, 9시13분 사고 현장에 도착한 데 이어 9시22분 크레인 상부에서 김씨의 심정지 상태를 확인했다. 구급대가 조선소 정문에서 김씨한테 도달하기까지 21분이 걸린 것이다. 이씨는 “‘현장에 왜 늦으셨냐’고 물어보니, 소방은 ‘공장에 들어오면 인솔자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당시엔 없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유족이 요구하는 자료에는 회사의 119 안내 매뉴얼, 크레인 상부 사고 발생 시 매뉴얼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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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조선에서는 올해 2월28일에도 캄보디아 출신 하청업체 이주노동자(35)가 임시 용접 부위 파손으로 넘어진 1t짜리 선박 블록에 깔려 숨졌다. 이 사고로 대한조선은 13일간 조업이 중지됐다.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월9일 대불산단 불시 안전 점검을 했지만 다시 대한조선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유가족과 노동단체는 노동부 목포지청의 초동 조처도 미흡했다고 주장한다. 목포지청은 김씨가 사망한 지 3주가 지나 유족이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가 부실하다고 지적한 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수사에 착수했다. 이씨는 “노동청이 알아서 다 조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목포지청 중대재해수사과 관계자는 “산재예방감독과에서 사건을 인지해 초동수사를 하는 단계였고, 중대재해수사과는 유가족 진정서가 접수돼서 사건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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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기자재와 선박 블록 제조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불산단은 ‘죽음의 산단’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지역 노동단체가 기록하는 ‘대불산단 사망·중대사고’ 현황을 보면, 2025년엔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사망자 5명 중 하청노동자는 4명, 이 중 이주노동자는 3명이다. 손상용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산소를 주입해야 하는데 아르곤 가스를 주입해 질식사(2월24일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하는 등 ‘전근대적’ 사고가 반복된다”며 “지난 8일 조선업 호황에 따른 속도전 때문에 가용접 상태를 제대로 보지 않은 상태로 작업하다가 철판에 깔린 사고(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중상)는 2월 대한조선 사망 사고와 유사하다”고 했다.
최근 대한조선 쪽은 유족 쪽에 만나서 협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남편이 떠난 것이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재발 방지 대책은 있어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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