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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5, 2026

국내선 이름값 못한 채…출렁이는 스테이블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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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에서 일하는 김아무개(56) 전무는 비트코인에 일찍 눈을 뜬 초기 투자자였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대형 쟁점으로 떠올라 있는 스테이블코인도 거래하고 있다. 김 전무는 스테이블코인 투자 규모에 대해 “억 단위는 아니고 몇천(만원) 수준”이라 했다. 그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 구매 목적으로 갖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자체 투자 수익률만 놓고 보면 ‘똔똔’(본전) 정도”라고 했다.

김 전무 같은 국내 투자자들은 대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계좌를 만들고 이를 통해 테더를 비롯한 스테이블코인을 사는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거래소 앱을 설치하고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각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은행의 계좌에 입금한 원화로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을 구매하는 식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거래소에서 원화로 스테이블코인을 산 뒤 이를 바이낸스나 바이비트 같은 국외 거래소로 보내 환전, 선물 거래 따위에 활용하기도 한다.

박준홍 한국은행 결제정책부장은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테이블코인 보유·거래 규모가 작지 않은 수준”이라며 “대개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목적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자산에 연동되지 않아 극히 가변적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따위를 사기 위한 대기성 ‘실탄’ 성격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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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주식거래를 할 때 증권사 계좌에 예수금을 넣어두고 투자 시점을 노리는 것처럼 변동성이 작은 스테이블코인 상태로 대기 자금을 쥐고 있다가 비트코인 가격 하락 때 즉각 매수에 나서는 식이다. 연계 은행 계좌에 들어있는 원화로도 비트코인을 살 수 있지만, 이 경우 이체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수수료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욱 의원실에서 확보한 자료를 보면,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계정 투자자의 수는 올해 6월말 기준 1115만5천명에 이른다. 테더를 비롯한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6월 한 달 7조3천억원, 일평균 2400억원 수준이다. 올 상반기엔 주식 열기에 밀려 지난해보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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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장은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와 연동돼 있다 해도 일반적인 통화보다는 가치 변동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초를 이루는 달러화 가치도 움직이고 스테이블코인을 백업(가치 뒷받침)하는 준비자산(미 국채 등)의 가격이 출렁거리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코인의 가치를 항상 1달러로 유지하기 위해 발행한 코인 액수만큼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두게 돼 있다. 대개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보관하는 수가 많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테더의 원화 기준 시세(국내 거래소 가중 평균)를 보면, 지난해 말 1440원, 올해 6월 말 1545원, 9월 말 1359원 수준이었다.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따라 원화 기준 시세는 출렁거렸다. 국외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달러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1달러 근처에 고정돼 있다시피 하다. 국외에서 달러 기준으로도 미세한 출렁거림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테더를 팔고 비트코인을 사려는 이들이 몰리거나, 거꾸로 비트코인을 던지고 테더로 갈아타는 사람이 늘어날 때 수급에 따라 시세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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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체인 데이터분석 플랫폼 디파이라마(DefiLlama) 자료를 보면, 이달 22일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규모(시가총액)는 3014억달러 수준이다. 시장 형성 초기 단계였던 2020년 말 269억달러에서 2025년 말 10배를 웃도는 3024억달러로 급팽창했다.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가며 5월 정점(3131억달러)에 이르렀다가 약간 줄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달러 기반이 98∼99%에 이르며 테더(USDT)와 서클(USDC)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 이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급팽창에 대해 관련 보고서에서 그즈음 미국의 제도 정비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하반기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을 위한 준비자산을 은행이 수탁·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게 한 예다. 트럼프 정부 출범 뒤 스테이블코인 육성책을 편 것도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바깥에선 자국 통화 가치가 불안정한 남미 국가들에서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 목적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활발하다.

국내 법 체계 미비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발행할 수 없다. 정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 중이며, 국회 정무위원회에 관련 법안이 여럿 상정돼 있다. 케이비(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여기에 맞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에도 위험이 따른다. 코인 발행사의 신뢰도가 떨어지거나 시장에 공포감이 확산될 경우 ‘1코인=1달러’ 공식이 깨질 수 있다. 민간 기업에서 발행한 자산이어서 발행사의 애초 약속과 달리 충분한 준비자산을 쌓아두지 못해 위기 발생 때 지급불능 위험에 빠질 수 있다. 2022년의 ‘테라-루나 사태’가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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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에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급속도로 불어난 것을 두고는 불법적인 자금유출이나 자금세탁 같은 검은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국에서 원화로 테더를 산 뒤, 이를 국외에 있는 지인의 전자지갑으로 전송하고, 현지에서 테더를 달러나 현지 화폐로 바꾸는 식이다. 시중은행의 자금출처 증명이나 송금 한도 제한을 우회하는 통로인 셈이다.

온라인을 통해 미국이나 브라질 등 국외 거래소에서 발급받은 개인 전자지갑으로 자산을 수차례 걸쳐 반복해서 옮길 경우 국내 금융·통화 당국의 감시망 밖으로 사라진다. 상속·증여세 회피 같은 변칙적인 거래에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낳는 대목이다. 이종욱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25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국내 5대 거래소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스테이블코인 순출고(출금액에서 입금액을 뺀 수치) 규모는 14조9천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의 금융 질서를 바꾸는 혁신 모델이자 새로운 투자처인 동시에 외환·금융당국엔 숙제로 떠올라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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