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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3, 2026

[단독]최근 5년 ‘현존건조물방화’ 대부분이 ‘보복·화풀이’…절반 이상이 ‘법정 최저형’ 미만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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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곳에 연쇄 방화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구속 기로에 섰다.

22일 경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이날 중으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 20일 강남구 역삼초교 교차로 인근에 있는 한양·신명빌딩 두곳에 연달아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화재로 총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A씨는 특허법인 두 곳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해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A씨 범행과 닮은꼴인 방화 범죄 10건 중 8건 가량이 이같은 사적 갈등이나 원한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은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하면서도 법정 최저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 사례가 더 많았다.

경향신문이 2021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선고된 현존건조물방화치상(14건)·치사 혐의(4건) 1심 선고 판결문 18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14건(77.8%)이 사적 갈등과 원한에서 비롯된 보복성 방화 범행이었다. 나머지 4건의 방화 범행은 만취나 망상 장애, 자살 시도 등이 원인이었다.

판결문에 나오는 보복성 방화를 보면 채무 문제로 배우자와 말다툼을 하던 중 격분해 사무실에 불을 질러 배우자를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직장 동료에게 뺨을 맞은 뒤 동료 지인 사무실을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일도 있었다. 버스회사의 사표 요구와 노선 배차에 불만을 품고 노조 사무실에 방화한 사례도 있다. 전 연인에게 스토킹 범죄로 접근금지 등을 통보받자 배신감에 전 연인 가게에 방화를 저지른 범인도 있었다.

보복성 방화 14건 중 10건(71.4%)은 가해자가 인화 물질을 사전에 준비한 계획범죄였다. 2024년 8월 담당 보호관찰관 교체 요구가 거절되자 시너로 보호관찰소 전자감독실에 불을 질러 18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현존건조물방화치상·치사 사건 총 18건의 범행 장소는 범행 대상 외 불특정 다수가 머무르던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숙박업소와 사무실에서 각각 4건의 범행이 이뤄졌고, 그 외 병원·보호관찰소·무도장·마사지업소·편의점·오락실·식당 주방·공사장 등에서 범행이 발생했다.

‘역삼동 연쇄 방화’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수서경찰서를 나서며 기자 질문에 주머니에 있던 인쇄물을 꺼내 보이고 있다. 강윤중 선임기자

‘역삼동 연쇄 방화’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수서경찰서를 나서며 기자 질문에 주머니에 있던 인쇄물을 꺼내 보이고 있다. 강윤중 선임기자

현존건조물방화 혐의는 범행 당시 사람이 있는 건물에 불을 지르면 성립한다. 화재로 사람이 다치면 치상, 사망에 이르면 치사 혐의가 적용된다. 치상만으로도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이르는 중대 범죄다.

법원은 각 사건 판결문마다 “공공 안전을 해치고 다수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방화가 중대 범죄라고 질타했다. 그에 비해 형량은 관대했다.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 14건 중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돼 기소된 4건을 제외한 10건 중 7건에서 법정형 하한선(징역 5년) 아래인 징역 2년6개월~징역 4년이 선고됐다. 이 중에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3건도 포함돼있다.

감형 사유로는 주로 ‘화재 조기 진화’와 ‘피해자들의 가벼운 상해’ 등을 들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지난해 7월 강제 퇴원 조치에 불만을 품고 환자 167명이 입원한 병원에 불을 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소방의 신속한 출동으로 조기 진화돼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2020년 2월 40명이 숙박하던 경기 의정부시 모텔에 방화한 사건에서는 징역 2년6개월이, 2021년 11월 인천 중구 모텔에서 이불에 불을 붙인 사건에서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피해자들의 상해가 연기 흡입 등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현존건조물방화치상에 살인미수 혐의까지 추가로 인정될 경우 형량이 무거워졌다. 살인미수까지 추가돼 기소된 4건 중 2건에서 각 15년과 10년형이 선고됐다. 다른 2건은 살인미수로도 기소됐지만 양육할 지적장애 아동이 있는 등 다른 참작 사유가 있는 경우였다. 경찰은 A씨가 대피로에 해당하는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 불을 지른 점을 들어 살인미수 혐의도 추가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A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죽이려고 했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뭘 죽이려고해, 겁주려고 했지”라며 부인했다.

현존건조물방화치사 사건도 살인 혐의가 적용되는지에 따라 형량이 엇갈렸다. 현존건조물방화치사 4건 중 2건은 방화치사만 적용해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이 함께 적용된 2건은 각각 징역 45년과 3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2025년 4월 경기도 시흥시의 한 편의점 창고에서 전처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휘발유를 뿌려 살해한 사건(징역 45년형)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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