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더 가파르게 늘었다…전체 2배로 늘 때 4배로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투쟁 승리 전국공동행동 대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나쁜 계약 철회·노조할 권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6.8.16. 강윤중 선임기자
이주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최근 5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이후 노동 당국이 감독 결과 사법처리 조치를 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17건 가운데 5건은 이주노동자가 피해를 입은 사건이었다.
1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주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021년 95건에서 2022년 130건, 2023년 199건, 2024년 225건, 2025년 366건으로 매해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38건이 접수돼 이미 2024년 한 해 신고 건수(225건)를 넘어섰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매년 관련 신고가 늘고 있으나, 이주노동자의 신고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 전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021년 7774건에서 지난해 1만6373건으로 2.1배로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이주노동자 신고는 3.9배로 늘었다.
최근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한 심각한 괴롭힘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월 경기 화성의 한 제조업체에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 항문에 고압 에어건을 쏴 장기가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엔 충북 충주의 한 공장에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식사를 1인당 0.5인분만 주고 상습적으로 욕을 하거나 노조 탈퇴를 강요해 노동부가 감독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제조업체에서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를 벽돌 더미에 결박한 채 지게차로 들어올리는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 영암의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20대 네팔 노동자가 사업주의 폭행과 폭언, 단체 기합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신고되는 사건보다 실제 괴롭힘은 더 많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없어 괴롭힘을 당해도 피해를 신고하거나 일터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휴·폐업이나 근로조건 위반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변경하기 어려운 데다, 피해 사실을 이주노동자가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인권침해를 견디거나 사업장을 이탈해 미등록 체류 상태에 놓이는 경우도 있다.
2021년 이후 노동부 감독을 받은 전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93건 중 사법처리로 이어진 사건은 17건으로, 이 가운데 이주노동자가 피해자인 사건은 5건에 달해 약 30%를 차지했다. 신 의원은 “사법처리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약 30%가 외국인노동자 피해 사건이라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치” 라며 “언어와 체류자격의 취약성을 악용한 괴롭힘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 추진 등 외국인노동자 보호와 사업장 감독을 더욱 촘촘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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