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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 2026

[책과 삶]집 한 채 600만원인 쇠락 도시로···중국 청년들이 ‘은거’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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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촬영된 중국 헤이룽장성 허강시의 주거 지역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2월 촬영된 중국 헤이룽장성 허강시의 주거 지역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탈주자들

리잉디 지음 | 김경숙 옮김

김영사 | 328쪽 | 2만원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한 커뮤니티 중 ‘은거바’(隐居吧)라는 곳이 있다. 최근 기준 방문자 165만명, 게시글 1100만건이 넘는다. ‘세상을 피해 숨어지낸다는 뜻’의 은거가 뜻하듯, 이곳 방문자들이 올리는 글과 사진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 거대 도시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수풀이 우거진 산골 마을이나 정리되지 않은 오래된 집의 모습 등이 눈에 띈다. 커뮤니티엔 20~40대 젊은층도 많은데, 사회의 부조리에 누워서 저항하는 ‘탕핑’(躺平)족과는 또 다르다. 은거바는 그저 세상에서 잊히길 원한다. 무엇이 이들을 세상 밖으로 내몰았나. <탈주자들>은 그 기록이다.

허난성의 허비시에서 은거하는 청년 왕하오는 과거 다국적 기업 애플의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에서 일했다. 규정상 일주일에 하루 쉴 수 있었지만, 노동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출퇴근 카드를 찍지 않는 대신 작업반장이 수기로 근무시간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공장은 꼼수 가동을 이어갔다. 2010년 선전의 폭스콘 공장에서 13명이 연속 투신하는 일이 벌어진 뒤, 정저우 공장의 작업구역 창밖에는 그물망이 설치됐다. 창문도 모두 봉쇄됐다. 노동자의 투신에 대처하는 폭스콘의 방식이었다. 24시간 조명이 켜진 공장에서 왕하오는 시간의 흐름도 놓친 채 흐리멍덩해지는 정신을 느꼈다. 폭스콘을 그만뒀다. 얼마 뒤 5년 사귄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정저우에 마련한 집 계약금을 지불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왕하오는 다시 연애를 하지 않았다. 허비에서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후 늦게 일어나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

책 속에 담긴 청년들의 은거는 낭만적이거나 아름답지 않다. 과중한 노동을 해도 먹고살기 어려운 경제 상황에 좌절한 이들은 은거를 택했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28세 청년은 자신이 이미 반 정도는 은거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일은 인생을 살아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요… 저 같은 사람은 사회의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돼요.”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은거바’ 커뮤니티. 커뮤니티 방문자는 약 165만명, 게시물은 1100만건에 달한다. 바이두 티에바 홈페이지 캡처.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은거바’ 커뮤니티. 커뮤니티 방문자는 약 165만명, 게시물은 1100만건에 달한다. 바이두 티에바 홈페이지 캡처.

이들이 은거하는 곳은 헤이룽장성의 허강, 허난성의 허비, 안후이성의 화이난 등 중국의 중심에서 떨어진 지역들이다. 그중에서도 은거자들이 다수 모인 허강은 러시아 접경 지역으로 혹독한 겨울로 유명하다. 탄광 지대로 석탄 산업이 활황이었을 때는 융성하던 도시였으나 최근엔 산업 쇠퇴와 함께 인구 이탈을 겪으며 쇠퇴하고 있다. 늘어나는 빈집은 은거자들을 불렀다.

책이 쓰일 즈음인 2022년 기준 중국 베이징의 집값은 제곱미터(m²)당 4만위안(약 810만원)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도시에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은행 대출에 “인생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위였기에, 그들은 단 3만위안(약 600만원)이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허강으로 모였다.

베이징에서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저자 리잉디는 도시 생활에 번아웃을 느끼던 찰나 은거바 커뮤니티를 알게 되고 빠져든다. 온라인으로 은거하는 이들과 소통하던 중, 직접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허강에 직접 거주하는 등 3년 동안 은거바들이 있는 도시 5곳을 오가며 이들을 취재했다.

중국은 1979년 개혁·개방 이후 고속 경제 성장을 이뤄왔지만, 그 부를 모든 이에게 고루 나누지 못했다. 급격한 성장의 열매는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됐고 다수 도시 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불평등이 수십 년간 누적되고 견고해지면서, 현재 중국의 젊은이들은 노력해도 가난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에 빠졌고 이 같은 현상이 탕핑족, 은거바와 같은 생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극심한 빈부 격차와 노동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르포와 에세이 등도 국내에 여럿 번역·출간됐다. 이 책들이 현실을 고발하는 듯하면서도 인생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전하는 감동 서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특징이면서도 아쉬움으로 느껴졌다.

<탈주자들>은 그런 면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다. 은거자들을 대하는 저자의 시선은 타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지만, 손쉬운 연민의 함정에 빠지지도 않는다. 저자는 은거자에 대한 어떤 결론에 이르는 대신 “떠나는 것은 결코 끝이 아니며, 먼 곳 또한 최종적인 해답도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눈앞의 장벽을 뛰어넘으려는 충동을 느꼈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고 답을 유보한다.

집값 폭등, 심화하는 경쟁 사회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은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이기에 낯설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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