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2심 무죄에 정치 격랑…장동혁·한동훈은 뜨뜻미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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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항소심 무죄 선고는 법률적 사건이 아니라 정치적 사건입니다. 최종 유무죄는 대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정치적 효과는 당장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0월23일 항소심 선고 직후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별의 순간’이라는 제목을 단 사진 한장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이날 오전 도봉구 창동 서울 아레나 복합문화시설 현장 점검을 했는데, 김재섭 의원과 나란히 서서 천정을 올려다보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장면입니다. 반짝이는 조명이 밤하늘의 별처럼 보입니다.
‘별의 순간’은 독일어 ‘슈테른슈툰데’를 우리 말로 번역한 것인데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운명적 사건을 의미합니다. 본래 점성술에서 쓰던 말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이 될 운명적 기회’라는 의미로 김종인 전 의원이 사용하면서 꽤 알려진 표현입니다. 김재섭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셈입니다. 예언이 과연 이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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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은 1961년생입니다. 고려대 법대를 나왔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환경 전문 변호사와 방송 출연으로 일찌감치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그의 정치 인생은 파란만장합니다. 2000년 총선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그가 발의한 정치개혁 법안은 ‘오세훈법’으로 불렸습니다. 2006년과 2010년 서울시장에 잇달아 당선됐고,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부결되자 사퇴했습니다. 2016년 총선은 서울 종로에서, 2020년 총선은 서울 광진을에서 낙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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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7 재·보선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2022년 6·1 지방선거,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5선 서울시장이 됐습니다. 특히 6·3 선거에서는 출구조사에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렸지만, 다음 날 새벽 역전에 성공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비르투’보다 ‘포르투나’가 돋보이는 정치인입니다. 정치에서 초라하게 물러났다가 화려하게 복귀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명태균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것 이외에 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적이 없습니다. 팬덤이 없어서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흠잡을 데도 별로 없는 정치인입니다.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 이미지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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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런 특징은 여론조사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한국갤럽이 9월4일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 9%, 김민석 민주당 대표 7%, 오세훈 시장 5%,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 순이었습니다. (이하 여론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그저 그런 차기 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에게 선호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호감도입니다. 한국갤럽이 10월16일 발표한 ‘정계 주요 인물 개별 호감 여부’에서 오세훈 시장은 호감 30%, 비호감 57%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호감-비호감 비율은 한동훈 의원 23%-64%, 김민석 대표 21%-59%, 조국 원장 20%-68%,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19%-66%, 장동혁 대표 14%-68%,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14%-72%였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호감도는 오세훈 시장 63%, 한동훈 의원 47%, 장동혁 대표 35% 순으로, 오세훈 시장이 가장 앞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항소심 무죄 선고까지 받았으니 앞으로 나올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꽤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날개를 활짝 펼치는 모양새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부상은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동력은 차기 대통령을 둘러싼 경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및 탄핵, 국민의힘 대선 패배로 다 죽어가던 보수 야권에 오세훈이라는 새로운 구심점이 생겼습니다. 영향은 깊고도 넓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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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이재명 대통령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 동안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내준 뒤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한국갤럽이 10월23일 발표한 정례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평가는 긍정 40%, 부정 50%였습니다. 1주일 전에는 긍정 39%, 부정 52%였습니다. 일단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 조짐을 보인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어떻게 될까요?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특유의 중도 실용 노선으로 지지율의 상당 부분을 자력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몰락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꽤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보수 야권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면 반사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민주당입니다.
오세훈 시장 선고 다음 날 아침 조선일보는 3면에 “여, 공개적으론 반발…속으론 ‘보궐선거 안 하게 돼 다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서울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30% 수준인 상황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면 패배할 가능성이 큰데 보궐선거를 안 하게 됐으니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 중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견입니다. 정당은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입니다. 패배가 두려워서 선거가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정당은 정당 자격이 없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8월 김민석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지도 답보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타개하고 2028년 4·12 23대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정당의 경쟁력을 확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민주당 전체로는 꼭 나쁜 일이 아닙니다. 김민석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겠지만 대대적인 쇄신으로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없어지면 민주당 쇄신 기회는 아예 사라지게 됩니다.

셋째, 보수 야권입니다.
오세훈 시장 항소심 무죄 선고에 대한 보수 야권 인사들의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렸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사필귀정”이라며 “이재명 재판 즉각 재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오세훈 시장 무죄 선고가 별로 반갑지 않은 듯 성의 없는 논평입니다.
한동훈 의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김민석 민주당 대표, 서영교 법사위원장 같은 민주당 정치인들의 노골적이고도 저질스러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1심 판결을 바로잡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썩 반갑지는 않은 기색입니다.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의원의 이런 반응은 아마도 오세훈 시장이 보수 진영의 강력한 경쟁 상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비해 오세훈 시장과 함께 합리적 보수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은 “오세훈 시장의 2심 무죄 정말 잘 됐다. 서울시를 위해서도 보수를 위해서도 잘된 일이다. 서울시민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주고 보수 재건의 길에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논평했습니다.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준석 의원은 “지금 와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마음에도 없는 소리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소위 명태균 게이트라는 것을 키워 민주당의 칼을 빌려 차도살인을 꾀하던 자들이 있었다. 계속 공짜 좋아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당권파를 저격한 것입니다.
보수 야권에서는 오세훈 시장 항소심 무죄 선고로 오세훈-장동혁-한동훈 등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특히 장동혁 대표는 내년 8월 전당대회를 기다리는 것보다 좀 일찍 대표에서 사퇴하고 2개월 정도 비대위를 거쳐 당권을 다시 잡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의 이런 움직임에 오세훈 시장,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의원, 이준석 의원 등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보수 야권 전체가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오세훈 시장은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10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사진기자 체육대회에 참석한 오세훈 시장은 차기 대선 경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시정에 전념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렇다고 보수 재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10월7일 국회에서 열린 ‘수도권 주거혁신포럼’에 참석한 오세훈 시장은 이준석·한동훈 의원과의 연대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그분들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보수 통합이 필요하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한동훈 의원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잘 싸우고 계셔서 함께하면 전력이 몇배로 늘어날 수 있는 보수의 자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준석 의원에 대해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 중도·수도권·청년이 필요한데 그런 분들에 대해 호소력 있는 정책과 정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화려한 정치인이 아닙니다.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운이 좋습니다. 정가에는 “운이 계속 따르면 그게 바로 실력”이라는 금언이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무너진 보수를 과연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요? 정치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시대에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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