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불암 내일 발인…“아버지의 품처럼 따뜻했던 연기와 삶, 고마웠습니다”

광고
“‘수사반장’도 ‘전원일기’도 정말 재밌게 봤다. ‘한국인의 밥상’을 할 때만 해도 정정하셨는데 안타깝다.”
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김유숙(66·경남 창녕)씨는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지난 29일 87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의 빈소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틀 연속 조문했다. 미국 서부 토런스에 사는 권오상(71)씨도 “‘전원일기’를 보며 이민 생활에 많은 위로를 얻었다”며 한국 여행 중 충북 청주에서 일부러 서울을 찾았다.
‘수사반장’의 정의로운 형사부터 ‘전원일기’의 자상한 김 회장까지, 고 최불암은 평범한 이웃의 삶을 대변해온 ‘국민 배우’였다. 이날 빈소에는 그를 친근한 이웃처럼 여겨온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발인은 2일 아침 7시40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한다. 발인식은 유족들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한다. 이후 여의도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올리고 서울 중구 초록우산 본부를 들러 작별 인사를 한다. 장지는 경기도 파주 동화경모공원이다.
광고
1939년생(호적상 1940년생)인 최불암은 1955년께부터 어머니가 서울 명동예술극장 근처에서 운영하던 가게 ‘은성’에서 연극인들을 보며 자연스레 예술에 대한 꿈을 키웠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뒤 1965 국립극단 단원으로 정식 입단해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티브이(TV)에는 1967년 현 한국방송(KBS)의 전신인 서울중앙방송 특채 6기 탤런트로 뽑히면서 진출했다.
그는 문화방송(MBC) 드라마 ‘수사반장’(1971~1989)에서 박영한 반장을 연기하며 국민 배우로 거듭났다. 자문을 맡았던 고 최중락 형사와 실제 사건 현장을 누빌 만큼 열정도 남달랐다. 고인은 2024년 5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새벽 1시든 2시든 전화가 오면 현장에 나갔다”며 “사건을 알아야 진실하게 연기하고 피해자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광고
광고
또 다른 대표작은 드라마 ‘전원일기’(MBC, 1980~2002)였다. 집안에선 자애로운 아버지이자 마을에선 마을 사람들의 대소사를 의논하는 사려 깊은 어른인 김 회장을 연기하며 그는 ‘국민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푸근한 아버지 역할에만 머문 것은 아니었다. 2008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식객’에서는 엄격한 요리 장인 오성근 숙수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KBS)에서는 14년간 전국을 누비며 평범한 이웃의 삶을 전했다.
드라마를 계기로 오랜 세월 나눔을 실천하기도 했다. 1981년 방영된 ‘전원일기’ 한 회차에서 김 회장이 구걸하던 아이 금동이를 입양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는데, 그 영향으로 이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 후원회장을 지내며 45년간 후원 활동에 힘썼다.
광고
각계에선 추모가 이어졌다. ‘전원일기’에서 부자간으로 출연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30일 빈소를 찾아 고인이 남긴 말로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 등 뒤에 있는 창문을 열어봐라. 행복이란 놈이 거기 있을 거다”라고 전했다. 배우 나문희는 “우리의 자랑이었는데 먼저 가서 마음 한구석이 섭섭하다”고 애도했다. 1996년 총선에서 고인과 경쟁했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따뜻하게 대해주셨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0일 고인에게 문화훈장 최고 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김민제 이나영 박주연 기자 summer@hani.co.kr


광고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