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투자가 놓친 것 [뉴노멀-실리콘밸리]

광고

손재권 | 더밀크 대표
지난 3일 미국 중간선거 날, 동네 주유소에 들렀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였다. 오 마이 갓. 구글 지도를 켜고 5달러대의 ‘싼’ 주유소를 찾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AI)의 발전을 지켜보고 있지만 이 순간은 모델의 성능이나 빅테크 기업 주가보다 기름값이 중요했다.
광고
유가와 에이아이는 다른 문제다. 그러나 시민이 국가의 전략을 평가하는 방식에서는 같은 문제로 만난다. 정부가 경제의 성장을 말하고 기업이 기술의 혁신을 강조해도,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이 나아졌는지를 묻기 때문이다. 주가는 올랐는데 장바구니는 가벼워지고, 에이아이가 세상을 바꾼다는데 전기요금 고지서만 두꺼워진다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이야기는 설득력을 잃는다.
광고
광고
미국 선거를 이해하려면 긴 투표용지부터 봐야 한다. 중간선거는 상·하원 의원만 뽑는 것이 아니다. 주지사와 시의원을 선출하고, 판사의 재직 여부와 지역의 세금, 토지 이용 규칙도 판단한다. 애플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에서도 주민들은 동네 공원을 개발하는 조건과 대중교통 재원 같은 생활의 문제를 투표로 결정한다. 거대한 정치와 작은 일상이 한장의 투표용지에서 만난다.
에이아이도 이 투표용지에 있다. 워싱턴이 에이아이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선언하고 실리콘밸리가 막대한 투자를 약속해도,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미국의 각 지역은 이것을 허가할 것인가를 두고 주민들이 ‘투표’한다. 그리고 투표하기 전에 정치인들과 기업들에 질문한다. 전력망을 늘리는 비용은 누가 내나. 물은 얼마나 사용하나. 일자리는 얼마나 생기나. 기업이 떠나거나 사업을 줄이면 남은 시설과 비용은 누가 책임지나.
광고
우리는 에이아이를 ‘클라우드’라는 말로 부르며 물리적 현실을 잊곤 한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구름 위에 있지 않다. 누군가의 동네에 있는 거대한 건물이다. 전기를 공급할 송전선과 변전소가 필요하고, 냉각 설비가 돌아가며, 공사 차량이 오간다. 세계의 이용자가 편리함을 얻는 동안 불편과 부담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진다.
이 간극을 기술에 대한 무지나 님비로만 설명하면 갈등은 풀리지 않는다. 주민이 에이아이의 발전을 반대하는 것과 그 비용을 자신에게 떠넘기는 방식에 반대하는 것은 다르다. 기업의 투자액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지역사회의 동의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반대를 옳다고 할 수도 없다. 필요한 시설이 지연되면 사회 전체의 비용이 커질 수 있고, 지역의 선택이 다른 지역의 부담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핵심은 찬반의 편을 가르는 데 있지 않다. 비용과 혜택을 공개하고, 누가 무엇을 부담할지 협상하는 절차를 만드는 데 있다.
투자 발표보다 앞서 확인할 것이 있다. 전력망 확충 비용을 가정의 요금에 얼마나 반영하는지, 기업이 약속한 고용과 세수가 실제로 발생하는지, 계획이 바뀌었을 때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다. 이를 계약과 제도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주민도 막연한 기대나 불안 대신 구체적인 조건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천문학적 에이아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공언한 한국 정부나 기업에도 같은 질문이 온다. 투자 전략을 떠받칠 전력과 땅, 지역사회의 동의는 언제 논의하는가. 주민은 일방적으로 설명을 듣는 대상인가, 참여자인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광고
주유소에서 나는 더 싼 가격을 찾아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 앞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 시설이나 매달 부담할 전력망 비용은 피하기 어렵다. 에이아이의 미래는 연구실과 이사회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주유소에서 느끼는 생활의 압박이 투표소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곳에서도 결정된다. 더 큰 모델을 만드는 능력만큼, 그 성장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약속을 지키는 능력이 중요하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