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오지랖은 못 떨지만…생각을 요령있게 정리하는 유용한 도구

광고
한·일 두 나라의 디지털 도구에 밝은 시니어들은 묻고 있었다. 나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테크놀로지는 무엇인가. 취재 초점도 ‘노인을 위한 AI는 있다’에서 ‘노인의 삶은 계속된다’로 나아갔다. 이들에게 인공지능은 찬반 문제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일상의 가능성을 넓혀주거나 새로운 내일을 설계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고, 첨단 에이아이가 아니라 적정한 수준의 아이티(IT) 기술이면 충분하다는 쪽도 있었다. 한일 양국 4명의 시니어들을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바라보는 다양한 방식을 살펴본다.

홍보회사(서니사이드업) 창업주로서 성공한 사업가로 꼽히는 다카하시 메구미(84)는 매일 아침 6시15분 세상과 ‘접속’한다. 아이패드로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에도 게시물을 올리는 게 일상이다. 오지랖(오세카이·お節介)을 사회에 확산하기 위한 작은 실천이다.
지난 9월9일 도쿄 나카노의 자택에서 만난 다카하시는 빨간 카디건과 깊게 파인 원피스 차림이었다. 출판·강연차 방문을 앞둔 유럽 3국(이탈리아·독일·스위스) 국기가 손톱에 그려져 있었다. 공들여 화장한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광고

그는 13년 전 ‘오지랖협회’라는 단체를 차리고 스스로 회장에 올랐다. 협회 창립 한해 전인 2012년 출간한 ‘오세카이를 권한다’가 시작이었다. 타인의 일에 극도로 개입을 꺼리는 일본 사회에서 ‘조금 참견하며 살자’는 다카하시의 생활철학은 화제를 모았다. 지난 6월 펴낸 ‘84세, ‘뭐 어때’로 인생 잘 풀려’(아사출판)까지 그동안 오세카이 철학을 설파하는 책을 6권 냈다. 그의 집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독자들의 응원편지가 쏟아진다. 그는 자신을 ‘(75살 이상의) 후기 고령자’가 아니라 ‘빛나는 고령자’라고 부른다. 후기(後期) 와 광휘(光輝)의 일본어 발음이 모두 ‘고-키’라는 점에 착안한 유머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지독한 가난 속에 자란 그는 이혼, 사업상 시행착오 등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마음의 ‘각’을 누그러뜨리고 힘을 빼면서 “나이 들수록 더 젊어지는” 방법을 깨달았다. 생각이 다르면 그저 회피하고 마는 시대, 다정한 오지랖이야말로 사람을 고립에서 구한다고 확신하게 됐다. 그는 오지랖의 정신을 이 한마디로 설명했다. “반경 50㎝ 이내 사람들에게 잘해주면 세상이 좋아진다.” 2013년 창립된 오지랖협회 이념은 △영리 추구 아닌 마음 풍요롭게 하기 △생각 전에 ‘즉시 오지랖’ 실천하기 △계산보다 감정, 지식보다 열정 소중히 하기 △병원보다 미용실(발음이 ‘비요인’으로 비슷하다) 가는 활기찬 마음 갖기 등이다. 현재 전국의 회원 수는 3500여명 정도다.
광고
광고
디지털은 세상과 무한히 연결되고 싶은 다카하시의 ‘오지랖 열망’을 가능케 하는 도구다. 매일 아침 클럽하우스 접속은 ‘사랑이 있는 아침 오세카이 활동’이다. 하루 8만6400초 가운데 1%인 15분 동안이라도 독자 및 회원들과 좋은 글귀와 대화를 나누며 격려하자는 취지다. 화면 없이 목소리로 연결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고 이사를 가더라도 관계가 끊이지 않는 온라인의 장점을 살린 활동이다. 지금까지 1730회 이어졌다.

새로운 도구에 겁먹지 않는 다카하시는 2년 전부터 챗지피티를 써왔다. 번역, 강의 준비, 문서 요약 등에 에이아이(AI)를 적극 사용한다. 며칠 뒤 예정된 홋카이도 강의 준비도 인공지능이 활용됐다. 그는 에이아이를 “생각을 요령 있게 잘 정리해주는 편리한 도구”라고 했지만, 그 효용의 범위엔 선을 그었다.
광고
그는 손으로 쓴 8월20일치 일기를 보여줬다. “에이아이는 언어의 한계를 넘지 못해 오지랖을 부릴 수 없다. 오랜 경험과 감성, 사람끼리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알아차리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실패에서 배운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에이아이는 이런 것들을 알지 못한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