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금 ‘예산 절반’ 12개 사업 중 ‘성장 투자’ 3개뿐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내세워 신설하는 미래대응기금(미래기금)에서 예산 규모가 큰 사업 중 첨단산업 육성과 창업 지원 등 성장 투자 성격이 뚜렷한 사업은 3개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사업 상당수가 첨단산업 육성이나 ‘재정 저수지’ 역할을 하기보다 지방재정 보전과 소득·주거 등 기존 정책 지원에 쏠리면서 사업 범위와 재원 배분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경향신문이 2027년 미래기금 편성 사업 129개(45조3625억원)를 4일 분석한 결과, 사업비 절반이 12개 사업(23조752억원)에 배정됐다.
상위 12개 사업 가운데 성장동력 확충 성격이 뚜렷한 사업은 인공지능(AI) 컴퓨팅 자원 활용 기반 강화(4조2752억원), 국민성장펀드(1조원), 창업사업화지원(9542억원) 3개였다. 이들 사업 예산은 모두 6조2294억원으로 상위 12개 사업비의 27.0%에 그쳤다. 규모가 큰 12개 사업 중 성장 투자 성격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사업에는 16조8458억원이 배분됐다. 상위 12개 사업비의 73.0%를 차지했다.
특히 지방재정 보전과 행정통합 지원에 배정된 예산은 6조3500억원으로 직접 성장 투자 예산(6조2294억원)보다 많았다. 지방미래성장지원금(3조5000억원)은 기금 신설로 줄어드는 지방교부세를 보전하기 위한 재원이고, 통합지방정부지원기금 출연금(2조8500억원)은 지방정부의 행정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다.
소득·자산 형성 지원 사업에도 5조7941억원(25.1%)이 할당됐다. 아동기본수당(2조9272억원), 청년미래적금(1조7011억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1조1658억원) 등이다. 이들 사업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직접 투자보다 가계 소득과 자산 형성을 직접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대형 사업 중 ‘성장 투자’ 3개뿐
지역 생활 인프라와 청년 주거·고용 지원 사업에는 4조7017억원(20.4%)이 편성됐다. 도서관·체육관·돌봄시설 등을 한데 모은 국민생활편의 복합센터 지원에 1조5005억원이 배정됐고, 청년 지원 주택(1조4000억원),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9012억원), 보편형 전세임대(9000억원)에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소득·주거 지원 등 사업은 삶의 질 개선과 청년층 지원이라는 정책적 필요성이 있지만, 상당수가 한번 시작하면 중장기적으로 재정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사업이어서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가능할지 우려가 제기된다. 또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한 사업은 일반회계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27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에서 내년 미래기금의 전체 사업비 가운데 26조4959억원(58.4%)은 기존 회계·기금에서 사업을 이관하거나 통폐합·분리해 편성했다고 짚었다.
계정 목적과 맞지 않는 사업도 적지 않다. 청년계정에서 예산이 가장 많은 아동기본수당(2조9272억원)은 부모 연령과 관계없이 아동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성장동력계정에는 전기요금 할인 손실 보전 사업이, 지방계정에는 통폐합 공공기관 직원 특별수당 등이 편성됐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금에는 일시적이거나 신축적인 운영이 필요한 사업을 담고, 항구적으로 이어지는 사업은 일반 예산에서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왜 기금에서 추진해야 하는지 사업별로 따져보고 미래 성장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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