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은 조림만? 제철 연근, 아삭하게 먹는 법
구내식당에서 보던 갈색 연근조림과 달리, 얇게 썬 연근을 노릇하게 구우면 바삭하고 담백하고, 새콤한 소스에 버무리면 산뜻하며, 밥에 넣으면 은은한 단맛과 씹는 맛이 살아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연근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대개 비슷하다. 간장과 설탕을 넣고 졸인 연근조림이다. 하지만 가을 연근은 조림으로만 먹기에는 아깝다. 얇게 썰어 새콤하게 무쳐도 되고, 기름을 살짝 둘러 구워도 된다. 밥에 넣으면 씹는 맛이 살아나고, 튀기면 감자칩 못지않은 바삭한 간식이 된다.
연근은 연꽃의 뿌리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땅속줄기다. 흙 속에서 옆으로 뻗은 줄기에 양분을 저장하면서 자란다. 우리가 연근을 잘랐을 때 보는 구멍은 이 땅속줄기 안의 통기조직으로, 물속이나 진흙 속에서 자라는 연이 산소를 줄기와 잎까지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10월은 연근을 맛보기 좋은 때다. 농촌진흥청은 ‘10월 이달의 식재료’로 연근을 선정하고 연근 피클과 연근연잎밥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연근은 종류에 따라 식감에도 차이가 있어, 농촌진흥청 농사로에서는 두툼하고 짧은 ‘암연근’은 쫀득하고 부드러워 조림에, 길고 얇은 ‘수연근’은 바삭한 식감이 있어 샐러드나 튀김에 적합하다고 전한다.
식이섬유와 비타민 C가 들어 있는 땅속줄기
연근은 수분이 많은 채소이면서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식재료다. USDA 자료에서 생 연근 한 뿌리에는 식이섬유가 약 5.6g, 비타민 C가 약 50.6mg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연근의 크기와 품종, 조리 상태에 따라 실제 함량은 달라진다.
연근의 영양성분에 관한 최근 논문에서도 연근은 식이섬유와 비타민 C, 칼륨·마그네슘 등 무기질을 함유한 식품으로 소개된다. 연구진은 연근에 다양한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등의 식물성 화합물도 들어 있다고 전했다.
조림 대신 가장 먼저 해볼 것은 ‘구이’
연근의 매력은 맛보다도 식감에 있다. 조림처럼 오래 익히면 부드럽고 쫀득해지지만, 짧게 익히면 특유의 아삭함이 남는다.
연근을 0.5㎝ 정도 두께로 썰어 식초를 조금 넣은 물에 잠시 담갔다가 물기를 닦는다. 팬에 올리브유나 식용유를 소량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여기에 소금과 후추만 뿌려도 된다. 마지막에 레몬즙을 몇 방울 떨어뜨리거나 파르메산 치즈를 조금 뿌리면 서양식 채소구이처럼 먹을 수 있다. 연근 자체의 담백한 맛과 아삭한 식감을 살리기 좋은 방법이다.
연근은 반드시 푹 익혀 먹어야 하는 채소도 아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생으로 먹으면 ‘연근 샐러드’
연근은 반드시 푹 익혀 먹어야 하는 채소도 아니다. 농촌진흥청도 연근의 생식이 가능하다고 소개한다. 다만 생 연근에는 특유의 떫고 아린 맛이 있을 수 있어 얇게 썬 뒤 식초를 조금 넣은 물에 잠시 담갔다가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얇게 썬 연근을 끓는 물에 아주 짧게 데친 뒤 찬물에 식히면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면서 샐러드 재료로 활용하기 좋다. 여기에 사과나 배, 오이, 견과류를 더하고 플레인 요구르트와 레몬즙, 소금 약간으로 버무리면 된다.
마요네즈를 듬뿍 넣은 연근샐러드가 부담스럽다면 올리브유와 레몬즙을 기본으로 한 드레싱을 사용하면 연근의 맛이 더 선명해진다.
아이들도 잘 먹는 ‘연근칩’
연근을 아주 얇게 썰어 물기를 충분히 제거한 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면 바삭한 연근칩이 된다. 얇게 썬 연근에 기름을 아주 조금만 묻히고 180도 안팎에서 상태를 보면서 굽는다. 두께에 따라 익는 시간이 달라지므로 중간에 한 번 뒤집어준다. 소금 대신 후추나 파프리카가루를 살짝 뿌려도 좋다.
기름과 소금을 많이 사용하면 일반적인 튀김 간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핵심은 얇게 썰어 적은 양의 기름으로 굽는 것이다.
연근밥, 만들기도 쉽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도 저도 귀찮으면 연근밥으로
연근을 반찬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밥 재료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연근을 작은 깍둑썰기나 얇은 반달 모양으로 썰어 쌀과 함께 밥을 지으면 된다. 표고버섯이나 당근, 우엉을 조금 더하고 간장 양념장을 곁들이면 별도의 반찬이 많지 않아도 한 끼가 된다. ‘연근연잎밥’도 연근을 주식에 활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새콤한 ‘연근 피클’은 조림과 정반대의 맛
연근의 새로운 맛을 찾는다면 피클도 괜찮다. 연근 피클은 연근을 새콤달콤하게 즐기는 방법이다.얇게 썬 연근을 살짝 데친 뒤 식초·물·설탕을 기본으로 한 절임물에 담그면 된다. 양파나 무, 파프리카를 함께 넣으면 색과 식감도 좋아진다.
집에서 만드는 피클은 장기간 실온에 두는 저장식품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깨끗한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적은 양을 만들어 빨리 먹는 것이 안전하다.
국이나 전골에도 넣어보자
연근은 국물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얇게 썬 연근을 된장국이나 맑은 국에 넣으면 무와는 다른 단단한 식감이 남는다. 닭고기나 버섯을 넣은 전골에 넣어도 좋다.
이때 연근을 너무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아삭한 맛을 원한다면 다른 재료가 거의 익은 뒤 넣고 짧게 익힌다. 반대로 부드러운 식감을 원한다면 처음부터 넣어 충분히 익힌다. 연근의 두께와 익히는 시간을 조절하면 같은 식재료로 전혀 다른 식감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갈색으로 변한다고 상한 것은 아니다
연근을 썰어 놓으면 금세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한다. 공기와 접촉하면서 산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도 연근은 변색하기 쉬우므로 썬 직후 식초를 탄 물에 담가 보관하도록 안내한다.
손질한 연근을 바로 조리하지 않는다면 흐르는 물에 씻은 뒤 식초를 조금 넣은 물에 담가 두면 변색을 늦출 수 있다. 색이 변했다고 무조건 상한 것은 아니며, 반대로 미끈거리거나 물러지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좋은 연근은 어떻게 고를까
연근은 너무 가늘고 마른 것보다 굵고 단단하며 표면에 상처가 적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잘랐을 때 구멍의 크기가 지나치게 들쭉날쭉하지 않고 속살이 단단한 것이 좋다. 연근의 흙을 흐르는 물에서 씻고 껍질을 벗긴 뒤 용도에 따라 편 썰기·반달 썰기·깍둑썰기 등으로 활용하면 된다. 연근을 바로 먹지 않을 때는 흙을 지나치게 제거하지 않고 키친타월로 감싸 냉장 보관한다.
한꺼번에 많이 샀다면 일부는 썰어 데친 뒤 물기를 빼 냉동해 두는 방법도 있다. 필요할 때 국이나 볶음밥, 전골에 바로 넣을 수 있어 활용하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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