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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4, 2026

‘외솔 최현배 선생 고향’ 울산, 10여년째 말로만 ‘한글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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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울산 중구 병영지역 들머리에 2015년 한글마을 조성 사업 중 하나로 8천만원을 들여 만든 ‘한글의 울림’이라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주성미 기자
지난 3일 울산 중구 병영지역 들머리에 2015년 한글마을 조성 사업 중 하나로 8천만원을 들여 만든 ‘한글의 울림’이라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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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 울산이 10여년째 외치는 ‘한글도시’가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한글날 제정 100돌을 앞둔 지난 3일 울산 중구 병영로 거리 줄지어 선 가로등 꼭대기마다 ‘한글거리’라는 작은 표지판이 달려 있었다. 일부 건물 현관에는 ‘‘아름다운 한글길’이라고 쓴 간판도 내걸렸다. 알파벳 이름을 쓰는 한 속옷 가게는 발음대로 적은 한글 간판으로 바꿨다. 하지만 바로 옆 편의점 간판에는 알파벳 이름을 그대로 적었다. 큰길로 나오면 카페와 샌드위치 가게, 안경점 등 외국어 간판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들머리에는 동그라미 형태의 커다란 조형물이 있다. 자음과 모음을 모아 만든 이 조형물의 이름은 ‘한글의 울림’이다. 아래 설명에는 ‘외솔 최현배 선생의 나라사랑, 한글사랑 정신을 이어받고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만들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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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는 2015년 외솔 최현배 선생 생가터가 있는 동동을 포함해 서동·남외동 등 병영성 주변에 한글마을을 만든다고 14억원을 들였다. 외국어 간판을 한글로 바꾸는 정비사업을 하고, 상징물로 8천만원짜리 이 조형물을 세웠다.

한글 상징 조형물이 있는 울산 중구 외솔둥근갈림길(서동교차로)의 2020년 모습. 울산시 도시경관기록 누리집 갈무리
한글 상징 조형물이 있는 울산 중구 외솔둥근갈림길(서동교차로)의 2020년 모습. 울산시 도시경관기록 누리집 갈무리

한글 상징 조형물은 병영성 주변 외솔둥근갈림길(서동교차로)에도 있다. 높이 20m 크기로 위로 솟은 물줄기가 한글 자음·모음을 만나 피어나는 모양이다. 기둥 주변으로는 공중에서 내려봐야만 자음·모음을 알 수 있는 작은 조형물이 흩어져 있다.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억2천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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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와 중구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글을 지키고 연구·보급에 헌신한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라는 문화적 자산을 배경으로 ‘한글도시’를 꿈꿔왔다. 2008년 생가를 복원하고, 2010년에는 복원 생가와 이어진 외솔기념관을 지었다. 기념관에는 최현배 선생이 중요한 날마다 갖춰 입었다는 두루마기 등 유품과 업적 등이 전시돼 있다. 앞뜰에는 선생의 동상이, 뒤뜰에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던 선생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옮기면서 유족이 기증한 무덤비와 푯돌이 있다.

울산시는 2015년 ‘한글문화 중심도시’를, 2021년에는 중구가 ‘한글도시’를 선포하며 한글 관련 정책과 사업에 힘을 쓰는 듯했다. 2021년 7월 울산시 지명위원회가 ‘서동교차로’ 이름을 ‘외솔둥근갈림길’로 바꾸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중구도 전담부서를 만들어 한글 정책·사업을 발굴하고, 한글역사문화 특구 지정에 도전했다. 하지만 2023년 말 특구 지정이 무산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한발 앞서 한글 특구로 지정된 세종, 경기도 여주 등과의 중복성 등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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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 동동 외솔 최현배 선생 생가터에 2010년 지은 외솔기념관. 주성미 기자
울산 중구 동동 외솔 최현배 선생 생가터에 2010년 지은 외솔기념관. 주성미 기자

현재 중구의 한글 관련 정책사업은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외솔기념관과 생가 등 시설 유지·관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담부서는 그대로지만, 팀장을 포함해 일반행정직 2명이 정책기획을 담당한다. 한때 전문인력 1명(시간선택제 8급 상당)을 두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 계약 종료 뒤 정원마저 사라졌다. 부서의 한해 예산도 3억여원으로 대부분 시설 관련이다.

전문성과 인력, 예산 모두 부족한 탓에 실질적인 한글 정책·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울산시의 지원도 줄었다. 비교적 품이 덜 드는 한글날 행사만 명맥을 이을 수밖에 없는데, 울산시는 그마저도 예산 지원(2023년 기준 5억7천만원)을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울산시가 한글박물관 분원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정책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는 후보지 터 여러 곳을 전달했지만,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한글문화도시를 내세워 분원 유치전에 동참한 세종시가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문화관광재단을 통해 정책·사업을 추진 중인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세종시는 내년 대규모 한글비엔날레를 연다.

김구한 전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울산 사람도 외솔을 잘 알지 못한다. 이대로면 중구 병영지역 일부 주민만 아는 외솔로 남게 될 수도 있다”며 “울산시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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