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 데웠는데 쿰쿰한 냄새” 나만 느낀 게 아니었네… 연구가 밝힌 냄새 정체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는데 쿰쿰한 냄새가 난다.” 시판용 즉석밥을 먹다가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적지 않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타는 냄새와는 다르지만, 갓 지은 밥에서 나는 구수한 향과도 조금 다르다. 뚜껑을 열면 묘하게 답답하면서 풋내나 기름 냄새 같은 향이 올라온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 냄새가 상당히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흔히 온라인에서는 ‘산도조절제 때문’이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를 즉석밥의 쿰쿰한 냄새에 대한 정답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즉석밥의 향을 분석한 연구를 보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는 국내 연구진이 2025년 국제 학술지 ‘푸드 사이언스 앤드 뉴트리션‘에 발표한 논문이다. 신한대 바이오식품외식산업학과 안선충 교수와 서일대 생화학공학과 권태은 교수 연구팀은 시판 무균포장 즉석밥 4종과 가정에서 직접 지은 밥을 비교해 색·식감뿐 아니라 향을 구성하는 휘발성 화합물까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즉석밥을 700W 전자레인지에서 2분간 데운 뒤 향을 평가하고, 별도의 분석을 통해 휘발성 성분을 확인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집에서 지은 밥과 즉석밥은 실제로 향의 화학적 구성이 달랐다. 특히 일부 즉석밥에서는 집밥보다 ‘헥사날’, ‘2-펜틸푸란’ 같은 성분이 훨씬 많이 검출됐다. 연구에 사용된 한 즉석밥에서는 헥사날이 집밥보다 약 7배, 2-펜틸푸란은 약 3배 높았다. 또 ‘2-노네날’은 약 2.7배 높았고, ‘2,4-데카디에날’과 ‘1-옥텐-3-올’은 집밥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조사한 즉석밥에서는 모두 검출됐다.
이 물질들이 어떤 냄새를 내는지도 중요하다. 헥사날은 풀·채소·풋내 계열의 향으로 분류된다. 2-펜틸푸란 역시 녹색 식물성 향과 관련이 있으며, 2-노네날은 오이 같은 풋내와 지방성 향, 2,4-데카디에날은 지방·기름진 향과 관련돼 있다. 특히 2-노네날과 2,4-데카디에날 등은 냄새 역치가 낮아 소량으로도 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때문에 즉석밥의 향을 풋내·풀 냄새(green)와 지방성·기름 냄새(fatty)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이들 향은 소비자들의 즉석밥 향 선호도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집에서 지은 밥에서는 ‘2-메톡시-4-비닐페놀’ 성분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는데, 연구진은 이 성분이 구운 듯한 향과 연관되며 집밥의 향 선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즉, 우리가 ‘갓 지은 밥 냄새’라고 생각하는 향 역시 하나의 물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밥을 짓는 과정에서는 쌀에 들어 있는 전분·단백질·지방 등이 열을 받으면서 마이야르 반응, 지방 산화, 열분해 등 여러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휘발성 화합물이 만들어진다. 조리 과정에서 기존에 쌀에 존재하던 물질이 방출되기도 하고 새로운 향기 성분이 생성되기도 한다.
쌀의 향을 연구한 논문들을 보면 그 종류는 더욱 많다. 조리된 쌀에서는 알데하이드·알코올·케톤·산·에스터·탄화수소·헤테로고리 화합물 등 수백 종의 휘발성 물질이 보고돼 있다. 다만 이 가운데 모든 물질이 사람이 느끼는 향에 똑같이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향기 성분으로는 2-아세틸-1-피롤린(2-AP), 헥사날, 2-노네날, 옥타날 등이 꼽힌다.
특히 2-AP는 향이 강한 쌀에서 잘 알려진 물질이다. 흔히 팝콘이나 구운 빵과 비슷한 향을 내는 것으로 설명되는데, 실제 연구에서도 쌀을 익히면 2-AP이 생쌀보다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반적인 흰쌀밥의 ‘구수한 향’ 전체를 2-AP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쌀의 저장과 조리 과정에서 지방이 산화하면서 생기는 알데하이드류는 향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조리된 밥의 저장 중 향 변화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헥사날, 옥타날, (E)-2-옥테날 등이 향의 저하와 부정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E,E)-2,4-데카디에날 등 여러 휘발성 물질이 밥의 향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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