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급락하자 미국 주식으로 달려갔다…서학개미, 11월 첫 주에만 3조원 순매수
국내 증시가 급락한 11월 첫 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3조원 가까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한 달간 순매수 규모를 일주일 만에 넘어섰고, 9월 전체 순매수액의 두 배를 웃돌았다. 특히 미국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SOXL’에 전체 순매수액의 70% 이상이 집중됐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2~6일 미국 주식을 약 21억9753만달러(약 2조9820억원) 순매수했다. 8월 한 달간 순매수액인 19억6234만달러를 넘어선 규모다. 9월 순매수액 10억128만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10월 한 달간 순매수액 54억2312만달러의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5거래일 만에 사들였다.
미국 주식 매수세는 최근 들어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추진된 지난 4월과 5월에는 미국 주식을 각각 4억6893만달러, 9억3977만달러 순매도했지만 6월부터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난달에는 11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월간 순매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를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도 눈에 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4조2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주식 매수 규모가 더 크지만, 미국 주식 매수세도 빠르게 확대되면서 두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국내 증시의 부진과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이 미국 주식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강세를 보였던 코스피가 이후 상승 탄력을 잃고 최근 급락하자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한때 1500원선을 웃돌았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온 점도 달러 자산을 매수하려는 투자자에게는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ETF인 SOXL이었다. 11월 첫 주 순매수액은 16억2525만달러로, 전체 미국 주식 순매수액의 70%를 넘었다. SOXL은 미국 반도체 관련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반도체 업종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이 확대될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할 때 손실도 커질 수 있다.
이 밖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식을 4억9705만달러어치 순매수했고, 나스닥100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도 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 관련 상품에 매수세가 집중된 셈이다.
해외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은 국내 증시의 대기 자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8조5338억원으로, 지난달 13일 이후 한 달 가까이 100조원을 밑돌고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자금인 예탁금은 증시의 잠재적 매수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반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8조771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예탁금은 100조원 아래에 머물고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28조원대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자금 유입과 개인 매수세가 일부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됐다. 전체 자금 유입액이 가장 많았던 ETF는 ‘TIGER 200’으로 2000억원이 들어왔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와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에도 각각 1444억원, 1201억원이 유입됐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 기준으로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가 373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ODEX 레버리지’(3424억원), ‘KODEX 200’(2430억원)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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