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책자금 대신 신청해준다더니…돌아온 건 ‘사기 의심’ 카드사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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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판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양아무개(61)씨는 지난달 8일 현대카드 사고방지센터에서 날벼락 같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정부 정책자금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을 믿고 민간 컨설팅업체에 결제한 1100만원이 사기 피해와 관련됐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불안이 현실이 됐다. 업체는 통상 4주 안에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두달이 지나도록 대출은 실행되지 않던 터였다. 정부 지원을 통해 빠듯한 자금 사정에 다소나마 숨통을 터보려던 자영업자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정부 정책자금 신청을 대행해주겠다는 명분으로 고액의 보수를 받은 ㄱ컨설팅업체가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8일 ㄱ업체가 정책자금 대출 등을 알선해주겠다며 수수료를 받고도 약속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양씨 사건을 포함한 2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업체를 상대로 사기 혐의 고소 사건 8건이 접수됐지만, 피해 금액이 변제되며 경찰은 사건을 불송치했다. 법적 처벌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반복된 문제로 경찰 고소와 갈등이 지속되는 업체가 영업을 계속한 셈이다.
양씨의 설명을 들어보면, ㄱ업체는 양씨에게 먼저 전화해 자신들을 ‘정부 정책자금 전문 컨설팅업체’라고 소개했다. 이전까지 정책자금 존재를 몰랐던 양씨는 정부 정책자금 대출 5천만원~1억원과 지원금 1억~3억원을 받게 해주겠다는 업체 설명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양씨는 지난 8월 업체 사무실을 찾아 업무대행 계약서를 작성했다. 정책자금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는 대가로 업체는 1100만원을 요구했고, 양씨는 이를 할부로 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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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는 계약 당시 통상 4주 정도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는 게 양씨의 설명이다. 다만 계약서에는 용역 기간이 2년으로 적혀 있어, 두달 정도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 데 대해 법적 책임을 가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씨는 “계약서를 정확하게 읽어볼 틈도 안 줬고, 용역 기간 2년은 형식적인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양씨가 업체에서 전달받은 것은 이날까지 사업계획서와 공공기관 대응 매뉴얼 정도로, 구체적인 정책자금 상품도 안내받지 못했다고 한다.
양씨는 카드사에서 사기 피해 가능성을 안내받은 뒤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카드사가 업체 쪽에 매출 취소를 요청하고, 양씨도 직접 취소를 요구하며 결제액 1100만원은 다행히 모두 취소됐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한겨레에 “해당 업체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허위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정부 지원금 대출을 받도록 하는 업체로 파악하고 있다”며 “관련 사례 중 적발한 건도 있고 현재 조사 중인 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 고객 가운데 실제 정부 지원금을 받은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ㄱ업체에 여러차례 연락했지만 업체 쪽은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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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공 상담 창구가 있는데도 자영업자들이 민간 컨설팅업체를 찾는 배경에는 정책자금에 대한 정보 부족과 복잡한 신청 요건이 있다. 정부 정책자금 관련 사기 사건을 수임해온 박재성 법무법인 세담 변호사는 “정부 지원 사업을 잘 모르는 자영업자들이 페이스북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광고를 통해 컨설팅업체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청 서류가 많고 충족해야 할 요건도 까다로워 업체에 서류 작성을 맡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중소벤처기업부와 경찰 등 관련 부처를 모아 ‘제3자 부당개입 문제해결 티에프(TF)’를 꾸리고, 정책자금과 관련된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482건으로, 중기부는 이 가운데 8건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의뢰 대상에는 정책자금 대출 알선을 명분 삼아 착수금을 받은 뒤 잠적하거나 대출 약정서 등을 위조한 경우가 포함됐다. 중기부는 허위 서류 작성 유도와 과도한 자문 수수료 요구 등을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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