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이상민도 감형? 석방?…‘내란 지우개’ 사법부의 음모 [논썰]
![[논썰] 한덕수·이상민도 감형? 석방?…‘내란 지우개’ 사법부의 음모. 한겨레TV](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1200/675/imgdb/original/2026/1106/2026110650245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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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한겨레 ‘논썰’의 박용현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등을 두고 사법독립 침해라고 주장하는 법관들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습니다. ‘사법독립운동’이라도 하는 양 기개가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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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겁하고 공허합니다. 사법권이 명백히 침탈당하는 사태 앞에서도 법관들이 침묵했던 것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12·3 내란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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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그날 ‘사법부의 침묵’ 기억한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모든 사법사무’는 계엄사령관이 관장합니다. 재판을 포함한 사법부의 모든 업무를 군인인 계엄사령관이 지휘·감독하는 것입니다. 또 포고령 위반 사건을 비롯해 중대 범죄의 재판 관할권도 군사법원으로 넘어갑니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12월3일 밤 22시27분부터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된 12월4일 오전 5시3분까지 6시간여 동안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사법권이 통째로 군인의 손아귀에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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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에는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영장심사권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법관의 역할까지 부정당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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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법권 자체가 침탈되고 국민의 기본권이 묵살당하는 사태 앞에서 대법원장을 위시한 법관들 모두가 침묵했습니다. 지난 9월 퇴임한 이흥구 대법관은 퇴임식에서 “12·3 비상계엄 이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께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 못했다”며 “법원이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점점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냉정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 자성했습니다.
군사정권 이후 수십년 사법사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고강도로 자행된 사법권 침탈 앞에서 입을 굳게 닫았던 법관들이 지금 아무런 반성도 없이 ‘사법독립’을 외치고 있으니 어떤 진정성이 느껴지겠습니까.
한 판사는 이번에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개최를 촉구한 글에서 “침묵은 동의를 뜻한다”(영국 작가 올리버 골드스미스)며 법관들의 행동을 요구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12·3 내란에 침묵한 사법부는 거기에 동의한 것입니까? 이 글에는 “결국 우리는 적들이 남긴 말이 아니라 동지의 침묵을 기억할 것”(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이라는 글귀도 인용됐습니다. 맞습니다. 국민들은 위태로웠던 계엄의 날, 시민의 보호자였어야 할 사법부의 침묵을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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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란 벌어져도 상부 지시 따르라는 ‘나쁜 교훈’
침묵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더 경악할 것은 내란 사건 재판에서 사법부가 보여주는 태도입니다. 사법권을 침탈한 내란에 대한 공적인 분노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란 가담 행위의 위법성과 책임을 야금야금 지워나가는 ‘내란 지우개’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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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기로 하는 등 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군 지휘관 8명이 지난달 30일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이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유죄가 되려면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위헌·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정까지 인식하면서 이에 가담하려는 의사가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별까지 단 고위 군인이 일반 시민도 알 수 있었던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몰랐다니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민간인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햄버거 가게에서 만나 지시를 받거나, 국회·선관위·여론조사기관에 병력을 투입했는데 이를 정상적인 임무로 인식했다는 변명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던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항소심에서 징역 9년으로 대폭 감형됐습니다. 감형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법리입니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법무부 검찰과장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의 검사 인력 파견 요청에 협조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합동수사본부로부터 검사 파견 요청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이를 검토하란 지시를 했을 뿐”이라며 “이런 원론적 지시만으로는 내란 목적 달성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계엄 상태가 지속됐다면 원론적 지시가 구체적 실행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사태 초기의 원론적 지시라고 해도 그 위험성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내란 가담자에 대한 처벌 범위와 강도는 대폭 줄어듭니다. 유사한 내란 사태가 또 벌어져도 상부 지시를 그대로 따르라는 ‘나쁜 교훈’을 남기게 됩니다. 이것이 사법부의 헌정질서와 역사에 대한 인식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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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윤석열 재판도 주목됩니다. 윤석열은 5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국회의 정치적 통제를 수용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행사가 내란죄가 될 수 없다”고 뻔뻔한 변명을 늘어놨습니다. 강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오자 범행을 멈췄다면 처벌받을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날짜를 내년 1월26일로 정했습니다. 2심 선고가 내란 2년을 훌쩍 넘기게 됩니다. 또 어떤 법리를 들이밀며 윤석열의 죄책을 덜어주고 형량을 깎아줄지 모를 일입니다.
대법원도 내란죄 좁히는 법리 검토중
대법원은 어떨까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재판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계류돼 있죠. 대법원은 지난 8월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재판은 꼭 전원합의체로 가져갈 성질은 아니었습니다. 1·2심 판결 내용이 형량을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았고, 두드러진 법리적 쟁점도 없었습니다. 대법원 소부에서 신속히 선고해도 그만인 것입니다. 12·3 내란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로 역사적 평가를 내리고 싶다면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 상고심에서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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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굳이 전원합의체로 가져간 이유가 뭘까요? 대법원이 밝힌 한덕수·이상민 재판의 쟁점은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해석과 범위’입니다. 무언가 연상되지 않습니까? 앞서 살펴본 하급심 내란 재판들에서 바로 이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범위’를 비상식적으로 좁혀가고 있는 게 떠오릅니다. 대법원에서도 내란죄의 성립 요건을 한층 까다롭게 만드는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 전 총리나 이 전 장관이 일부 혐의에 대해 추가로 무죄를 선고받고 감형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하급심 법원의 수상한 내란 재판 기류가 대법원과 무언의 교감 속에서 형성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대법원 재판이 길어지면서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이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될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오는 20일, 이 전 장관은 다음달 18일 구속기한이 만료됩니다.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관 미임명 사건으로, 이 전 장관은 관저 이전 예산 전용 사건으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구속기한 만료 전에 이들 재판에서 실형 선고가 나거나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으면 석방되게 됩니다.
성찰 없는 사법부, 바로잡을 길은 외부 견제뿐
12·3 내란에 침묵했던 사법부가 재판에서는 ‘내란 지우개’ 역할을 자임하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헌정질서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사법부의 사명 따위는 헌신짝 취급하는 행태입니다.
그러면서 내란 당시 조희대 대법원장의 행적 등을 따지는 국정조사 추진에는 격하게 반발합니다. 사법독립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사법독립은 사법부가 잘못을 범해도 불문에 부쳐야 한다는 면죄부가 아닙니다. 사법독립은 법관들이 헌정질서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데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라는 뜻에서 부여되는 것입니다.
정작 주어진 사명은 외면하면서 사법독립만 외치고 있으니 그들의 관심과 목적이 사법독립 이외의 다른 무엇에 있다는 의구심만 들 뿐입니다. 저는 ‘그 무엇’이 사법부의 기득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 그들만의 성채를 지키기 위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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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 게시판에 오른 또다른 판사의 글이 그 단면을 보여줍니다. 그는 “사법부가 잘한 것 없다.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 이후 대법원장은 사퇴하는 편이 모두에게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본인께서 자리를 지키기로 결정하신 이상 제3자가 사퇴를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썼습니다. 잘못한 게 있어도 본인이 버티면 누구도 징치할 수 없다는 인식입니다. 우리 헌법질서에 그런 특권적 존재는 없습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 “대한민국 법관들이 언제부터 조희대 대법원장 옹위 조직이 됐습니까. 판사들이 지키려는 것은 국민들의 인권 수호를 위한 재판독립입니까, 아니면 제왕적 대법원장 조희대 개인의 국민으로부터의 독립입니까. 조희대 대법원장을 지키겠다는 판사들에게 묻습니다. 판사가 선거에 개입하고, 사람을 봐가며 입맛대로 판결하고, 멋대로 공금을 쓰고 헌법적 임무를 다하지 않아도 문제 없습니까.”
―11월5일 조국혁신당 최고위원회의
사법부 스스로 성찰하고 바로잡지 않는다면 헌법이 정한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외부에서 바로잡아줘야 합니다. 국정조사, 탄핵 같은 제도를 통해서입니다. 삼권분립의 원조 국가인 미국에서도 2023년 대법관들의 향응 의혹이 불거지자 의회가 20개월에 걸쳐 조사를 벌인 사례가 있습니다. 의회가 법관을 탄핵한 사례도 여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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