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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7, 2026

영화를 표적으로 삼는 정치권…영화산업 더 위축시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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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6일 오후 경북 구미의 한 복합상영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영화 ‘암살자(들)’ 상영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10월6일 오후 경북 구미의 한 복합상영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영화 ‘암살자(들)’ 상영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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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관객 1693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누적 관객 수 2위와 역대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2024년 ‘파묘’와 ‘범죄도시4’가 1천만 명을 돌파한 이후 한국 영화로는 거의 2년 만에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사실 우리나라 영화가 관객 수 1천만 명을 넘는 일은 2019년까지만 해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뉴스감은 아니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닥치고,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콘텐츠 시장의 중심이 되면서 영화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총관객 수 및 매출액 통계 자료를 보면, 2019년 2억2천만 명 이상이 영화관을 찾았으나 2025년은 1억600만 명에 불과했다. 매출액도 1조9천억원대에서 1조400억원대로 떨어졌다. 그사이 OTT 공룡인 넷플릭스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매출액이 그 기간에 158억달러(약 21조원)에서 452억달러(약 60조원)로 3배 가까이 커졌다.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한국 작품들이 전세계에서 주목받은 일은 매우 성공적인 결과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제작사의 이익으로 귀결되지 못했다. 작품이 글로벌 1위를 하든 누적 시청 시간으로 수억 시간을 찍든, 판권과 기획상품(MD) 수익은 전액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과 일부 제작진 정도나 큰돈을 벌었다. 이는 국내 제작 드라마나 영화계에도 악영향을 줬다. 드라마 제작 편수가 급감했고 배우들 몸값을 맞추기 위해 제작비만 올라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024년 100편 수준으로 약 30%나 급감했다. 영화 쪽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연간 70~80편이던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상업영화의 신규 제작 편수는 최근 20여 편 수준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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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에 빠진 영화산업

그러면서 영화산업의 성장을 주도했던 씨제이(CJ)와 롯데의 재무제표도 급격히 악화했다.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 사업을 하는 씨제이 씨지브이(CJ CGV)와 롯데컬처웍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과 리스(시설 대여) 등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 부담도 크기 때문에 천문학적 결손이 누적되고 있다. 2025년 말까지 쌓인 결손금만 각각 1조5천억원, 7천억원 이상이다. 입장료를 올리고 극장 건물을 매각하거나 폐관하면서 버티고는 있지만 참 힘겨워 보인다. 재벌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쇠락하는 산업을 지키다가 지쳐서 그만두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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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다른 전후방 연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씨제이이엔엠(CJ ENM)의 영화·드라마 사업부문은 거의 매년 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다. 투자와 배급을 주로 하는 쇼박스와 뉴(NEW)는 2019년 이후 순손실 누적액이 330억원, 690억원에 이를 정도다. 시각특수효과(VFX) 및 후반 작업을 주로 하는 덱스터스튜디오나 위지윅스튜디오는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왕과 사는 남자’ 같은 작품이 극장에서 대흥행을 했으니 그야말로 위대한 성과이기도 하지만 힘든 업계에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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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1천만 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 영화 작품을 보면 ‘부산행’ ‘베테랑’ ‘신과 함께’ ‘범죄도시’ 시리즈 같은 오락물도 많지만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시대극 비중도 꽤 큰 편이다. 최초의 ‘천만 영화’인 ‘실미도’부터 해서 ‘태극기 휘날리며’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택시운전사’ ‘서울의 봄’ 등이 그렇다. 이런 영화들이 개봉해 한창 관객 동원을 하다보면 어느덧 역사왜곡이나 실존 인물 명예훼손 또는 미화 같은 논란을 불렀다. 그러다가 법적 절차까지 가기 일쑤였다.

영화, 정치권 표적 되다

이런 움직임이 2년 만에 또 일어났다. 바로 1974년 8월15일에 있었던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그렇다. 예전부터 수많은 언론에서 이미 다룬 주제를 영화로 만든 것인데, 갑자기 정치권에서 패륜 영화로 규정하고 심지어 주연인 유해진 배우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집 앞 시위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크게 이슈화가 되다보니 오히려 입소문마케팅이 되어 ‘파묘’처럼 관객을 더 동원하는 불씨가 돼서 다행히 흥행에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

‘파묘’는 개봉 초기에 무속신앙과 풍수지리를 결합한 한국형 오컬트 장르 영화로 인식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조선총독부, 쇠말뚝 설화, 임진왜란 당시 왜장의 등장이 더 큰 화제가 되며 한-일 역사적 대결 구도로 입소문이 났다. 그러면서 정치권까지 뛰어들어 총선을 앞둔 시점에 반일 감정을 자극해 특정 정치 진영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좌파 반일 영화라는 프레임까지 씌우며 관람 자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런 시도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영화관을 찾게 했고 뜻밖에 1천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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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까지 정치권에서 공격할 정도가 되면 업계는 검열받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니 산업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산업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마중물 구실을 해온 정부 정책의 종잣돈인 모태펀드 영화계정 규모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지만, 시장의 엔진인 민간 출자자들이 이미 차갑게 식은 지 오래다. 메이저 배급사와 금융권이 출자를 멈추면서 매칭 자금을 채우지 못해 펀드 결성이 무산되거나 간신히 펀드를 결성해도 원금 회수가 두려워 투자 소진율이 10%대로 곤두박질치는 형국이다.

1957년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에서 알베르 카뮈는 “자유 없는 예술은 없다. 예술은 오직 자유 속에서만 번영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물론 자유를 빙자한 왜곡은 하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에 제한을 둬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서로 다 다를 수 있으니 정치인들만큼 학식이 있고 교양 있는 많은 문화 소비자에게 온전히 맡겨야 한다. 작품 평가를 자꾸 정치권에서 할수록 문화강국의 길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박동흠 공인회계사·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박동흠은 많은 사람에게 기업 숫자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글을 쓰고 강의하는 일을 주로 한다. 뉴스나 소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숫자를 찾아 분석하면 숨은 뜻을 헤아리고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생긴다. 그 힘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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