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회견 돌아보니···설득·포기로 ‘통’하거나, 변명·강행으로 ‘불통’하거나
국정 지지율 하락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역대 대통령들의 대국민 소통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위기 때 국정 기조 전환을 약속하거나 직접 사과하고 국민을 설득해 돌파구를 마련한 사례가 있는 반면, 대통령의 메시지와 태도가 오히려 논란을 키운 경우도 있었다. 취임 1년3개월여 만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달하느냐가 이번 회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8년 국민과의 대화 “파국 넘겼을 뿐”
60%대 지지율 확보, 위기 극복 동력 마련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위기 국면에서 국민과의 직접 소통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사례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8년 5월10일 ‘국민과의 대화’가 꼽힌다. 취임 100일을 앞둔 김 전 대통령은 “파국을 넘겼을 뿐 위기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며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60%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02년 6월21일 아들들이 연이어 비리 혐의로 구속되자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모두가 저의 부족함과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국민에게 거듭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면 전환으로 지지율 반등을 꾀한 사례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속에 2007년 1월9일 개최한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같은 해 4월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직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두 담화 이후 모두 지지율이 반등했다.
2008년 6월 특별회견 “미 쇠고기 접겠다”
수입 반대 국민 촛불시위에 기조 전환
국정 기조 전환을 보여준 사례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론된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6월29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핵심 국정 과제이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임기 내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당시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정부 주요 사업을 접었다.
이 전 대통령은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국정 수행 지지율이 20%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2009년 6월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도·실용 노선을 표방하기도 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친서민 정책으로 국정 운영 기조를 바꾸며 지지층 확장을 꾀했다.
2014년 5월 세월호 대국민담화 “해경 해체”
본질 벗어난 내용으로 부정적 반응
반면교사로 거론되는 사례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34일 만인 2014년 5월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하며 해양경찰청 해체 방안을 발표했지만, 당시 야당을 중심으로 “참사의 본질을 벗어난 땜질식 처방”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 관련 소통도 실패 사례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2월7일 KBS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박절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11월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선 명태균씨 관련 의혹과 김 여사 문제 등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정치선동” “인권유린”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에 대한 해명이 충분했는가를 두고 평가가 엇갈렸다.
2024년 2월 신년 대담 “박절하지 못했다”
김건희 명품백 수수 두둔, 의혹 증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는 현안에 대한 메시지 못지않게 이를 전달하는 태도와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는 국민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우려하는지에 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라며 “부동산 정책 혼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 거듭된 인사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공소취소와 연임개헌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조작기소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공소취소 조항 삭제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임개헌·공소취소 현안에 대해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기자회견을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며 “국민의 우려나 의문을 불식시키고 불편한 질문에도 잘 대처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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