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마다 코 푸는 사람, “더럽다”고만 생각했는데…이런 이유 있었네
프리픽
“밥만 먹으면 콧물이 나서 휴지를 꼭 옆에 둬야 해요.” 식사할 때마다 코를 훌쩍이거나 연신 휴지로 코를 푸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국물이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콧물이 쏟아져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기도 한다.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음식물을 먹는 순간에만 맑은 콧물이 흐르고 식사를 마치면 금세 사라진다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름부터 생소한 ‘미각성 비염’이다. 음식의 맛이나 온도, 자극이 코와 연결된 신경을 자극하면서 콧물이 나는 일종의 비알레르기성 비염이다. 즉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코가 흐르는 것”과는 작동 방식이 다르다.
국제알레르기·비과학회가 2023년 발표한 알레르기 비염 국제합의문에서도 미각성 비염을 음식으로 유발되는 비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분류했다. 음식물을 먹은 뒤 수분 이내에 한쪽 또는 양쪽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흐르는 것이 전형적인 증상이다. 특히 고추나 후추, 고추냉이, 겨자, 식초처럼 자극이 강한 음식이 흔한 유발 요인이다.
그렇다면 음식을 먹었을 뿐인데 왜 코가 반응하는 것일까. 핵심에는 삼차신경과 자율신경 반응이 있다. 코는 단순히 냄새를 맡는 기관이 아니다. 코 안에는 온도와 화학적 자극 등을 감지하는 신경이 촘촘하게 분포한다. 음식의 온도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이 이 신경을 자극하면 신경 반사 작용이 일어나고, 부교감신경이 코 점막의 분비샘을 자극한다. 그 결과 코 안에서 분비되는 액체가 갑자기 많아지면서 콧물이 흐르게 된다.
매운 음식이 대표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코와 입안의 감각신경에 존재하는 ‘TRPV1·일과성 수용체 전위 바닐로이드 1형)’ 수용체를 자극한다. 이 과정이 감각신경을 통해 자율신경 반사를 일으키면서 코의 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반드시 ‘매운 음식’만 먹어야 콧물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ACAAI)의 환자 안내 자료는 물이나 다른 음료를 마실 때도 맑은 콧물이 흐르는 경우 미각성 비염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추나 매운 음식뿐 아니라 뜨거운 음식, 식초, 겨자, 양파, 생강, 각종 향신료 등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음식과 콧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도 있다. 미국 브룩 육군의료센터 알레르기·면역학 연구진이 2008년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천식·면역학 연보’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571명을 대상으로 음식과 콧물 증상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396명, 69%가 적어도 한 가지 음식에서 미각성 비염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장 흔한 원인은 고추로 49%였고, 빵도 6%가 원인 음식으로 꼽았다. 다만 이 연구는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한 유병률 조사가 아니라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기 때문에 ‘일반인의 69%가 미각성 비염을 앓는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일반 인구에서 미각성 비염이 얼마나 흔한지를 살펴본 연구도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의료센터 연구진이 2022년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네덜란드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만성 비염의 유형을 조사했다. 1033명이 설문에 응답했고, 비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분류된 363명 가운데 미각성 비염은 16명으로 4%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미각성 비염을 신경성 기전을 가진 비알레르기성 비염의 한 유형으로 분류했다.
다만 미각성 비염과 음식 알레르기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음식 알레르기는 면역체계가 특정 물질을 알레르겐으로 인식하면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반면 미각성 비염은 음식이 감각신경을 자극하면서 발생하는 비면역학적 반응이다. 국제합의문에서도 미각성 비염을 알레르기 반응과 구별하고 있다.
전형적인 미각성 비염이라면 음식물을 먹은 직후 맑은 콧물이 흐르지만 식사를 끝내면 증상이 빠르게 줄어든다. 반면 코와 눈이 가렵거나 재채기가 반복되고, 두드러기나 입술·혀의 부종, 호흡곤란, 복통·설사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미각성 비염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음식 알레르기를 비롯한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와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전문가 패널 역시 음식으로 인한 콧물 증상을 평가할 때 비알레르기성 반응인 미각성 비염과 실제 음식 알레르기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라지 신드와니 박사는 음식이 삼차신경을 자극해 코의 점액 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증상이 다른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고 음식 섭취와 명확하게 연결된다면 미각성 비염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운 음식뿐 아니라 평범한 음식이나 물을 마실 때도 반복적으로 맑은 콧물이 흐른다면, 단순한 습관으로 넘기기보다 이비인후과에서 원인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음식 알레르기와 미각성 비염은 증상은 비슷해 보여도 원인과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